[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국내 중견 패션기업들에 본격적인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오네 2세 경영인들이 신사업 지휘, 적극적인 대외활동에 나서는 모습입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패션그룹형지의 2세 경영인인 최준호 부회장은 그룹 내 계열사 대표직을 맡으며 신사업 공략에 힘쓰고 있는 모습입니다. 최준호 부회장은 그룹 부회장과 골프웨어 브랜드 까스텔바작 대표에 이어 형지엘리트 대표이사까지 역임하면서 그룹 내 입지가 커지고 있는데요.
(상단 왼쪽부터 시계 방향)패션그룹형지 최준호 부회장, 세정그룹 박이라 사장, 영원무역그룹 성래은 부회장, 한세엠케이 김지원 대표, 박정빈 신원 부회장 사진. (사진=각 사 제공)
특히 지난 2년 간 형지엘리트 사장으로서 신사업 추진에 열중인 모습이지만, 최 부회장이 직접 이끌고 있는 코스닥 상장 법인인 골프웨어 브랜드 까스텔바작의 손실이 지속되고 있어 적자 늪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까스텔바작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손실은 13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작년 같은기간 31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이후 올해 다시 적자 전환한 것입니다.
적극 추진하던 골프웨어 사업이 순조롭지 않자 최 부회장은 해외시장 공략에 나섰습니다. 2021년 9월 미국 법인 까스텔바작USA를 설립하고 미국 진출 준비를 시작해 지난해 4월에는 최 회장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경제사절단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세정그룹 2세 박이라 사장은 여성복 올리비아로렌을 중심으로 단독 법인을 내세웠는데요. 중저가 패션 브랜드로 한 때 성장성이 높았지만 최근 수년 간 매출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여성복 브랜드의 독립성을 키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2019년 3937억원이던 매출은 2020년 2693억원, 2021년 2639억원으로 주저 앉으면서 실적 부진의 골이 깊었는데요.
그러나 지난 7월 인기 걸밴드 QWER의 히나와 함께한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출시한 후 7~8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00% 이상 상승했습니다. 기세를 몰아 신규 법인을 세워 여성복 사업을 더 확장하겠다는 계획으로 향후 신설법인의 대표는 박이라 사장이 맡아 운영하게 됩니다.
영원무역그룹 성기학 회장의 차녀인 성래은 부회장은 최근 한국패션산업협회 섬유센터에서 열린 총회에서 추대의원 만장일치로 제15대 한국패션산업협회 회장으로 선임됐습니다. 지주사 격인 영업무역홀딩스는 노스페이스를 전개하는 영원아웃도어, 의류 OEM·자전거 제조·판매 기업 영원무역 등 자회사로 구성돼 있는데요. 이 회사 매출액 중 상당 부분을 차지는 영원무역은 지난해 실적이 전년(2022년) 대비 하락하면서 실적부진을 겪고 있습니다.
다만 올해 상반기 영원아웃도어의 매출액이 41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5% 상승하고 성래은 부회장이 영원무역 부회장에 이어 한국패션산업협회장, 한경협 회장을 재임하는 등 대외 활동을 확장하며 보폭을 넓히고 있는 만큼 4분기에도 성장폭이 유지될 경우 올해 영원아웃도어 매출은 호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됩니다.
김동녕 한세그룹 회장의 막내딸 김지원 대표가 이끄는 패션 리테일 기업인 한세엠케이가 자금 조달에 나서면 김 대표가 인기 캐릭터 등을 내세운 협업 마케팅을 통해 부채 경영을 탈피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한세엠케이는 운영자금 조달과 차환을 위해 100억원 규모로 전환사채를 발행했는데요. 전환사채는 낮은 이율로 자금 조달을 쉽게 할 수 있어 현금이 급한 회사들이 주로 이용하는 자금 조달 수단인데 한세엠케이가 전환사채를 발행한 것은 2013년 이후 처음입니다.
한세엠케이는 이번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마련한 자금은 올해 가을겨울(FW) 시즌 상품을 매입하면서 생긴 외상값(80억원)과 산업은행으로부터 빌린 채무를 상환하는 데 쓴다는 계획이지만, 올해 상반기 기준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300억원 줄었고, 영업손실은 10억원이나 더 늘어난 만큼 수년 간 이어진 적자 고리를 쉽게 끊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돌파구로 사측은 매출 성장을 위해 브랜드 체험을 강화하는 동시에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메가스토어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내비쳤습니다.
신원은 박정빈 부회장 주도 아래 브랜드 고급화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패션시장 성장세가 둔화하자 기존 브랜드를 고급화하고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매출 개선을 이루겠다는 구상인데요. 실제로 지난해 3분기까지 신원 패션부문 매출은 1307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매출(1323억원)을 하회하는 수치입니다. 실적부진 탈피를 위해 박 부회장은 자사 브랜드인 파렌하이트, 베스띠벨라 등을 고급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데요. 구체적으로 지난해 브랜드 리브랜딩을 진행한 지이크는 고급 상품군인 '익스클루시브'를 선보여 프리미엄 이미지를 이끌어 내겠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로 인해 세계적으로 경기침체로 패션시장도 성장세가 주춤하자 2세 경영인들이 과감한 변화를 택해 매출 개선을 이루고 있다"면서 "유통망을 확대하고 고효울 중심의 패션사업 운영 설계를 새롭게 추진하고 있는 모습으로 보여진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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