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5일 "저희가 맞이하고 있는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녹록지 않지만,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의 사랑을 받는 삼성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회장은 이날 서울고법 형사13부(백강진 김선희 이인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 혐의 결심 공판의 최후 진술을 통해 "부디 저의 소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허락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며 이같이 호소했습니다.
이 회장은 오후 7시30분쯤 5분간 최후진술을 했습니다. 이 회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준비한 A4용지 2장을 읽어내려갔습니다.
이 회장은 "삼성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했던 것이 아닌가 하며 많은 시간 자책했다"며 "하지만 저는 기업가로서 회사의 생존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늘 고민해 왔다"고 했습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결정한 배경에 대해 "이 사건 합병도 마찬가지다. 합병 추진을 보고받고 두 회사의 미래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제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기 위해서 주주들께 피해를 입힌다거나 투자자들을 속인다든가 하는 그런 의도는 결단코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회장은 "그럼에도 여러 오해를 받은 것은 저의 부족함과 불찰 때문"이라며 "재판부가 보시기에 법의 엄격한 잣대로 책임 물어야 할 잘못이 있다면 온전히 제가 감당할 몫"이라고 자세를 낮췄습니다.
함께 기소된 전직 임원들에 대해선 "평생 회사만을 위해 헌신해 온 다른 피고인들은 선처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습니다.
이어 "최근 들어서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누군가는 근본적인 위기라고 하면서 이번에는 이전과 다를 것이라고 걱정하신다"며 "다른 한편에서는 이번 어려움도 삼성은 이겨낼 것이라고 격려해 주시기도 한다. 이렇게 많은 분들의 걱정과 응원을 접하면서 삼성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크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또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 회장은 "최후 진술을 준비하면서 올해 초 1심 판결을 선고받던 때가 떠올랐다. 3년이 넘는 오랜 재판 끝에 무죄 판결이 내려졌지만 사실 안도감 보다는 훨씬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며 "삼성과 저에게 보내 주신 애정 어린 비판과 격려를 접하면서 회사 경영에 대한 새로운 각오도 마음 속 깊이 다졌다"고 했습니다.
이 회장은 "국내는 물론 전세계 곳곳의 여러 사업가들과 각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다양한 목소리를 들었고 국내외 현장에서 뛰고 있는 여러 임직원들과 소통하면서 삼성의 미래를 고민했다"면서 "그리고 올해가 저물어 가는 지금 다시 이 자리에 섰다. 그간 진행된 항소심 재판은 다시 한번 제 자신과 회사 경영을 되돌아 보고 성찰할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라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검찰은 이날 이 회장의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1심과 같은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습니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과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에 대해서도 1심과 동일하게 각각 징역 4년6개월과 벌금 5억원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에게는 징역 3년과 벌금 1억원을 구형했습니다.
앞서 이 회장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정에서 최소비용으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미전실이 추진한 각종 부정 거래와 시세 조종, 회계 부정 등에 관여한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습니다.
하지만 올해 2월 1심 법원은 두 회사 합병이 이 회장의 승계나 지배력 강화가 유일한 목적이 아니어서 전체적으로 부당하다고 볼 수 없고, 비율이 불공정해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 1심 재판부는 이 회장의 19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삼성 부당 합병 혐의 관련 2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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