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창업자들은 매일 변화와 위험 속에서 혁신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최근 신한캐피탈과 어반베이스의 사례는 그러한 도전을 감당하는 창업자들에게 부과되는 법적 책임이 때로는 과도하게 무겁게 부담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사례는 스타트업 생태계가 성장하려면 투자자와 창업자 간의 관계를 더욱 공정하고 균형 있게 재정립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어반베이스의 대표이사 개인은 신한캐피탈과의 투자계약에 포함된 연대책임 조항 및 주식매수청구권(Put option) 조항으로 인해, 회사의 경영상 어려움이 창업자인 본인에게까지 법적·재정적 위협으로 다가오는 상황에 처했다. 신한캐피탈이 회사 상환이 불가능할 경우 투자원금과 연복리 15%의 위약금을 개인적으로 책임지도록 정하고 있는 투자계약상 이 조항은 창업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부담시킨다. 이는 벤처 투자의 본질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 즉 고위험 고수익이라는 성격과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창업자에게 귀책사유가 없는 경우까지도 연대책임을 부담시킨다는 점에서 적절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위와 같은 연대책임 조항이나 주식매수청구권의 문제는 단지 법률적 해석 및 적용의 영역을 넘어서서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 창업자의 개인 재산까지 투자자의 투자금 환수에 대한 담보조로 책임지게 만드는 이 투자 조건은 스타트업 창업 환경을 위축시키고, 창업자가 창업을 하거나 투자를 받는 것을 두려워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상법에서는 피투자회사, 즉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에게 배당가능이익이 없으면 투자자가 투자금에 대한 상환 요청을 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한캐피탈과 어반베이스 사례에서는 이러한 상법의 취지를 몰각하여 피투자회사가 배당가능이익이 없어서 투자자에게 상환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 창업자가 투자금보다 더 큰 금액의 위약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조항을 포함시켜서 창업자에게 큰 어려움을 야기 시켰다. 이러한 투자 조건은 창업자와 피투자회사 모두에게 과도한 부담을 준다.
위와 같이 피투자회사와 창업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는 투자 조건은 결과적으로 투자자와 창업자 간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 벤처 투자는 장기적인 성장과 혁신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투자자가 단기적인 손실 회피에 초점을 맞추어 창업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려는 태도를 보인다면, 창업자는 본연의 업무인 혁신적 도전에 집중할 여력을 잃게 된다. 창업자는 사업 운영의 책임을 지는 주체이지, 투자 손실을 메우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투자계약은 스타트업 생태계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중요한 도구다. 이를 공정하게 설계하려면 창업자의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상황에서 이해관계인에게 연대책임이나 투자금 반환 의무를 부과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위약금이나 상환 조건은 현실적이고 합리적으로 설정되어야 하며, 창업자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에서는 벤처투자조합이 스타트업에 투자를 한 상황에서 창업자가 투자계약에서 정한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투자금을 납입하게 함으로써 투자의 효력을 발생하게 한 경우, 투자계약에서 정한 진술과 보장 사항이 거짓으로 확인된 경우, 투자금의 사용 용도를 위반한 경우, 투자계약에 반하여 이해관계인이 주식을 처분한 경우에 한해 창업자에게 고의나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만 연대책임을 부과하도록 정하고 있다. 현재는 벤처투자조합이 투자를 한 경우에 한해서만 위와 같은 내용이 적용되는데 다른 투자기구가 투자를 한 경우까지도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정부와 정책 기관은 투자계약에서 허용 가능한 조항과 허용되지 않는 조항을 명확히 구분하는 표준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창업자와 투자자가 계약 체결 전에 서로의 권리와 의무를 명확히 이해하고 공정하게 협의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스타트업 생태계에 참여하는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투자계약의 구조와 법적 의미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는 투자자와 창업자가 더 나은 관계를 형성하고,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건강한 스타트업 생태계는 투자자와 창업자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반 위에서만 가능하다. 어반베이스와 신한캐피탈 사례는 공정한 투자계약이 왜 중요한지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투자자와 창업자 간의 신뢰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투자계약서 작성되고 투자계약이 체결될 때, 스타트업 생태계는 보다 지속 가능하고 건강한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안희철 법무법인 디라이트 파트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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