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회장 잔혹사
역대 지주회장들 불명예 퇴진만 7명
구속·자녀특혜 등 사유도 다양
2024-12-03 06:00:00 2024-12-03 09:02:03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모피아(옛 재무부와 마피아 합성어)' 출신인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불명예 퇴진할 위기에 처하면서 금융지주 수장들의 잔혹사가 다시 부각되고 있습니다. 국내 금융지주 역사가 20년이 넘은 가운데 임기 중 자리를 내려온 최고경영자(CEO)는 7명에 달합니다. 전임 회장의 친인척 불법 대출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와 금융감독원 검사를 받고 있는 임 회장 역시 거취가 불투명해졌습니다.
 
금융지주 CEO 7명 중도 퇴진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과거 임기 도중 자리에서 내려 온 금융지주 CEO들의 면면을 보면 경영진 내분이라는 조직 내홍부터 장기 집권에 따른 독단 경영, 비자금 조성 등 개인 비리 혐의로 금융당국과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다가 퇴진 압박을 받았습니다.
 
금융지주 CEO의 불명예 퇴진 역사의 시작은 지난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지난 2008년 9월 출범한 KB금융지주의 초대 회장인 황영기 회장은 우리금융지주(316140) 회장 겸 우리은행장 퇴임 후 발생한 파생상품 투자 손실이 문제가 돼 금감원 징계를 받았고 1년 만에 회장직에서 물러났습니다.
 
제3대 KB금융(105560) 회장인 임영록 회장은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과의 갈등으로 'KB내분사태'라는 초유의 참사를 겪었습니다. 박근혜정부 인사로 분류됐던 이 전 은행장은 주전산기기 교체 과정에서 임 전 회장과 충돌했고, 결국 동반 사퇴했습니다. 조직의 내홍, 당국의 중징계, 직무정지, 검찰고발 등으로 얼룩진 KB금융 흑역사의 정점이었습니다.
 
신한금융지주(신한지주(055550)) 초대 수장인 라응찬 회장의 경우 2010년 9월 경영권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정점을 찍었던 '신한사태' 여파로 불법 비자금 운용 사실을 고소·고발당하게 되면서 회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났습니다. 금융당국의 재조사 결과 라 전 회장이 차명계좌를 개설하고 불법 비자금 운용에 활용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퇴와 동시에 직무정지 처분을 받았습니다.
 
지방금융지주사에서도 불미스러운 일로 스스로 자리에서 내려온 CEO들이 많습니다. BNK금융지주(138930) 회장들도 수차례 불명예 퇴진이 이어졌습니다. 초대 이장호 회장은 2013년 장기 집권과 측근 중심의 인사 논란으로 금감원의 퇴진 압박을 받으면서 자진 사임했습니다. 2대 성세환 회장은 주가 조작과 채용 비리 혐의로 구속되면서 2017년 중도 퇴임했습니다.
 
3대 김지완 회장 역시 아들이 재직했던 한양증권에 BNK물량을 몰아줬다는 특혜 의혹 등으로 중도 퇴진했습니다. 박인규 전 DGB금융지주(139130) 회장 겸 대구은행장의 경우 채용 비리와 비자금 조성 혐의가 불거지자 2018년 3월 자진 사퇴한 바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임종룡 향한 수사 칼날
 
금융지주 회장의 수난사는 현재도 진행 중입니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부실 경영과 내부 비리 행적들이 금융수장들의 입지를 위협하는 사례는 최근까지 이어졌다"며 "경영진 내분 사태 등에 비해 책임 소재가 분명하다보니 수사기관이나 당국의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거취를 결정하는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전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사태와 과련해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사퇴에서 그치지 않고 임종룡 회장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간 해당 부당대출은 전임 회장 재직시 발생한 사태인만큼 임 회장은 상대적으로 책임론에서 자유로웠습니다.
 
그러나 최근 임 회장 재직시에도 부당대출이 확인되면서 책임론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8일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재 회장과 행장 재임 시에도 손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과 유사한 사례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결국 임 회장에게도 부당대출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긴장의 수위를 높였습니다. 그간 관련 금융사고에 대해 임 회장은 "보고를 제 때 실시하지 않았다"는 정도의 지적을 받는 데 불과했었습니다. 이 원장의 발언으로 임 회장이 받는 압박감이 더욱 커졌을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불법 대출이 일어난 시기는 2020년 4월부터 2024년 1월까지입니다. 손 전 회장의 임기는 2020년부터 2023년 2월까지이며 임 회장은 2023년 3월 취임했습니다. 임 회장 취임 뒤에도 약 1년 간 불법 대출이 계속 이어졌단 이야기입니다.
 
임 회장의 임기 만료는 2026년 3월입니다. 검찰과 금융당국이 임 회장 등 경영진의 조직적 은폐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만큼 임 회장도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아직 부당대출에 대한 검사 결과가 공식적으로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일각에선 이번 사태를 계기로 조만간 임 회장의 거취가 결정되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앞서 임 회장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임 회장은 지난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위원회 대상 국정감사에서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에 "잘못이 있다면 책임지겠다"는 발언을 수차례 언급했었습니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 대출 사건 관련 책임론에 휩싸였다. 임 회장이 지난 10월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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