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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권영지 기자]
한국앤컴퍼니(000240)그룹에 인수된
한온시스템(018880)의 재무구조 개선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차입금과 금융비용이 급증하며 재무적 부담이 심화된 데다 수익성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어, 안정적인 사업 운영과 인수 후 통합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기반 마련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한온시스템이 자동차 부품 시장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재무 건전성 회복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한온시스템)
금융비용 1년만에 1000억원 '급증'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온시스템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2331억원으로 전년 동기(2254억원) 대비 3.4% 증가했다. 매출도 7조463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 늘었지만, 영업이익률은 3.1%로 전년 동기보다 0.1%포인트 감소했다. 문제는 금융비용의 급격한 증가다. 3분기 금융비용은 2885억원으로, 전년 동기(1855억원) 대비 약 1000억원 늘었다. 이로 인해 2331억원의 영업이익에도 불구하고, 당기순손익은 -405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전년 동기 1135억원의 당기순이익과 비교하면 실적이 매우 악화된 것이다.
금융비용 증가는 급격한 차입급 상승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3분기 기준 한온시스템의 단기차입금은 1조7616억원으로, 지난해 말(9069억원) 대비 약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로 인해 금융비용 중 이자비용도 지난해 3분기 말 1316억원에서 올해 3분기 말 1953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반면, 현금성자산은 7581억원에 불과해 차입금 상환 능력 우려를 키우고 있다. 단기 유동성을 나타내는 유동비율은 94.3%로, 지난해 말 103.4%에서 100% 아래로 떨어졌다. 유동비율이 100% 미만이라는 것은 회사의 단기 부채 상환 능력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을 의미한다. 한온시스템의 유동비율이 100% 미만을 기록한 것은 1998년(81.9%) 이후 처음이다.
부채비율 역시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3분기 기준 한온시스템의 부채비율은 282.7%로 지난해 말 268.5%에서 14.2%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국내 주요 자동차 부품사인 현대모비스(43.7%), HL만도(166.4%), 성우하이텍(149.5%)과 비교해도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한온시스템의 부채비율은 202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악화됐다. 2015년 말 92.2%였던 부채비율은 2020년 말 248.6%로 증가했고, 2022년 말에는 283.9%로 정점을 찍었다. 지난해 말에는 268.5%로 소폭 하락했지만, 올해 다시 282.7%로 상승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온시스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난해부터 1000명을 감원하는 등의 조직효율화와 고객사와의 단가협상, 물류비 효율화 등 세가지 수익성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면서 "여기에 한국앤컴퍼니로부터 유상증자 6000억원을 받게 될 예정인데 여기서 일부 금액을 활용해 재무구조 개선에 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투자 부담 가중, 공장 가동률 하락…해결과제 '첩첩산중'
이 같은 재무 구조 악화는 전동화 시장 투자와 관련이 깊다. 한온시스템의 전동화 투자는 늘었지만 전기차 시장 수요둔화에 따른 업황 악화로 인해 그간 집행했던 투자비와 연구개발(R&D) 비용을 회수하지 못하면서 재무 악화가 심화됐다. 특히 주력 고객사 중 하나인 포드가 전동화 계획을 늦춘 영향이 컸다. 회사는 전동화 부품 신규 수주를 위해 지속적인 설비 투자를 이어가고 있으나, 이로 인해 차입금이 늘어나고 금융비용이 급증한 것이다.
실제 올 3분기 한온시스템은 영업활동현금으로 4171억원 유입됐지만, 투자활동현금흐름으로 5651억원을 지출하면서 현금 부족 현상을 겪었다. 이로 인해 재무활동현금흐름으로 1256억원을 끌어왔지만, 영업활동현금과 재무활동현금으로 투자활동현금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전체 현금은 224억원 유출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한온시스템이 공개한 주요 품목의 공장 가동률 역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총 14개 품목 중 절반에 해당하는 6개 품목의 가동률이 하락했으며, 생산 물량이 많은 품목일수록 가동률 하락이 두드러졌다. 지난 9월까지 가동률이 하락한 품목의 생산량은 3123만개로, 가동률이 상승한 품목(2810만개)보다 많았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은 한온시스템의 재무구조 안정화와 수익성 개선을 위해 통합(PMI) 추진단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수일 한국타이어 부회장이 PMI 추진단장을 맡아 이달부터 본격적인 통합 작업을 시작한다. 현재 그룹은 한온시스템과의 시너지 극대화를 위한 전략으로 전동화 부품 고객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기존 현대차, BMW, 폭스바겐뿐만 아니라 벤츠와 포드 등으로 고객층을 넓히고, 글로벌 생산기지를 확충하며 기술 혁신을 통해 신규 수주를 늘릴 방침이다.
한편 한온시스템은 사명 변경과 함께 사무 공간 이전을 검토 중이며, 한국타이어 경영진 일부가 한온시스템으로 소속을 변경할 전망이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이 양사의 시너지를 강조한 만큼, 물리적·화학적 융합을 통해 전동화 부품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와 경영 효율성 제고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사명이 변경되면 한온시스템은 2015년 이후 약 10년 만에 간판을 새로 달게 된다. 1986년 한라그룹과 미국 포드 합작사 '한라공조'로 출범한 한온시스템은 2013년 포드가 자사 공조부문을 아예 분리하면서 '한라비스테온공조'로 사명을 바꿨다. 2015년에는 국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인수되면서 한온시스템이라는 사명을 달게 됐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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