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실패로 한국 정치격변 연장"…외신도 '우려'
해외 언론, 정규방송 중단하고 생중계 '큰 관심'
"정치적 불안정 장기화"…'보이콧 국힘' 비판도
2024-12-08 13:11:40 2024-12-08 13:11:40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의 “'돌아와라!': 깜짝 보이콧으로 한국 대통령을 탄핵 위기에서 구하다”기사 갈무리.

주요 외신들은 '윤석열 탄핵안 표결 무산' 과정을 상세하고 빠르게 전했습니다. 영국 <BBC>와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홈페이지 최상단 중앙에 대형 라이브 패널을 개설, 실시간으로 관련 속보를 전했고 일본 <NHK>는 생방송을 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난 7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대국민 담화를 생중계한 데 이어 오후 6시에도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국회 탄핵안 표결까지 생중계했습니다.
 
"탄핵 회피 위한 한국 지도자 거래, 더 큰 혼란 초래"
 
이번 한국 계엄 사태에 대해 바이든 미국 국무부가 "매우 불법적인(illegitimate) 과정"(커트 캠벨 국무 부장관), "한·미 동맹은 특정 대통령을 초월한다"(베탄트 국무부 부대변인)며 윤석열 대통령을 '손절'한 가운데, 미국 언론들은 '탄핵 무산' 상황을 비판적으로 보도하면서 한국 정치의 불안정 상황이 장기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NYT>는 지난 7일 탄핵 무산 직후 "탄핵을 피하기 위한 한국 지도자의 거래는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South Korean Leader’s Deal to Avoid Impeachment Risks Bigger Turmoil) 기사에서 "탄핵 시도가 실패로 끝나면서 짧은 계엄령 발효 이후 한국을 뒤흔든 정치적 격변과 불확실성이 길어지게 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8일 새벽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체포 사실까지 바로 전하면서 깊은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NYT>와 함께 미국 양대 신문으로 꼽히는 <워싱턴포스트(WP)>도 "탄핵 표결 무산은 추가적인 정치적 혼란과 대통령 사임에 대한 대중의 요구 증대를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습니다. <WP>는 '윤석열 탄핵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에 대해 "대통령을 지원하기 위해 단결했다"며 "윤 대통령보다 진보 정권의 복귀를 더 우려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국민의힘, 국가보다 정당 택한 것은 최악" 
 
<월스트리트저널>은 "'돌아와라!': 깜짝 보이콧으로 한국 대통령을 탄핵 위기에서 구하다"(Come Back!: A Surprise Boycott Saves South Korea’s President from Impeachment) 기사에서, 한국 시민들과 우원식 국회의장이 탄핵표결 투표를 당론으로 거부한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에게 투표 참여를 요구했다는 내용을 보도하면서 "국민의힘이 국가보다 정당을 중시하는 길을 택한 것은 최악의 결과"라는 한국 전문가의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영국 언론들도 비슷한 시각에서 보도하고 있습니다. <더타임스>는 탄핵안 무산 소식을 전하면서 이에 분노한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과 국회 앞 시위대가 국민의힘 의원들을 "반역자들"이라고 비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와 대비해 보수 성향 지지자들이 서울 광화문에서 집회를 열고 야당에 반국가 친북세력이 침투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며 "한국 사회의 깊은 균열을 보여준다"고 진단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탄핵안 무산으로 한국의 정치적 혼란이 고조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영국 ‘더 가디언’의 “K팝과 독재자: 민주주의에 대한 충격으로 한국의 양면이 드러났다”기사 화면 갈무리.
 
 
"계엄령 선포, 한국 K팝-독재자 양면 드러났다" 
 
<가디언>은 "K팝과 독재자: 민주주의에 대한 충격으로 한국의 양면이 드러났다"(K-pop and autocrats: jolt to democracy lays bare South Korea’s two sides) 기사로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소프트파워 패권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에서 최근 몇 년 사이 확실한 승자가 등장했다. 바로 대한민국"이라며 "그러나 이달 말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프로그램인 '오징어 게임'의 두 번째 시즌이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던 며칠 전,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반국가 세력'을 근절하고 자신의 정책 의제를 방해하는 정치적 반대자들을 제거하기 위해 계엄령을 선포한다고 발표하면서 현실의 디스토피아가 개입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국제적으로 호평을 받는 영화, 드라마, 대중음악, 그리고 현재 문학이 포함된 거대한 포트폴리오인 한류와 최근의 혼란 사이의 가장 눈에 띄는 대조는, 무장대결을 벌인 화요일 서울 국회의사당 밖에서 명백히 나타났다"며 "시민들이 대통령이 빼앗은 민주적 권리를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군용 헬리콥터가 머리 위로 맴돌았다"고 했습니다.
 
일본의 <마이니치신문>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도 탄핵안 무산 소식을 전하면서 "윤 대통령이 직무 정지를 면했으나 야당이 탄핵안을 다시 제출할 방침이고 여론의 반발도 강해 앞으로도 불안정한 정국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요. <아사히신문>은 "일본과 관계 강화를 추진해 온 윤 대통령이 탄핵안 결과와 관계없이 구심력을 잃을 것이 확실한 정세"라며 "개선 기조였던 한일 관계의 향후를 내다볼 수 없게 됐다"고 진단했습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탄핵안 무산 소식에 이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체포 사실까지도 빠르게 전했습니다. <중국중앙TV(CCTV)>는 이와 함게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등 역대 한국 대통령의 탄핵 가결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북한 매체들은 현재까지 관련 내용에 대해 일체 소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황방열 선임기자 hb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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