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법무부가 9일 친위 쿠데타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 신청을 승인했습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이날 윤 대통령 출국금지를 신청한 지 40여분 만에 승인이 된 겁니다. 이처럼 검찰과 경찰에 이어 공수처까지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수사에 나섰습니다. 때문에 수사기관 사이에 주도권 싸움에 불이 붙었습니다. 검찰과 경찰이 협조 가능성만 열어놓은 채 각자 수사하겠다고 하자, 공수처는 사건 이첩까지 요청한 상태입니다. 수사기관들은 윤 대통령 '내란죄' 규명에 달라붙고 있지만, 유례없는 기싸움에 수사에 차질을 빚는 것은 아닌지 우려도 나옵니다.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공수처가 이날 오후 3시 윤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를 신청하자 법무부가 40분 만에 승인했습니다. 앞서 오동운 공수처장은 이날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수사에 대해 일일이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윤 대통령) 출국금지에 관해서는 수사 지휘를 했다"고 했습니다. 검찰과 경찰보다 수사 의지를 앞세운 겁니다. 이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윤 대통령에 대한 출국 금지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알린 바 있습니다.
이재승 공수처 차장도 같은날 브리핑을 통해 "국가적 사건에 대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히 수사하겠다"며 "공수처는 검찰·경찰이 수사 대상자들과의 관계에 있어 공정성 논란이 있는 점, 사건 수사가 초기인 점 등을 고려해 전날 이첩요구권을 행사했다"고 말했습니다. 공수처법 24조에 따라 두 수사기관에 이첩을 강조했습니다. 이첩 요청에는 "저희가 기소 주체가 돼서 주도하겠다"고 설명하며 '공정성을 오염받지 않은 기관이 수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웠습니다.
공수처가 공정성을 띄운 데에는 검찰과 경찰 모두 이번 비상계엄과 무관치 않기 때문입니다. 먼저 검찰은 박성재 법무부 장관의 지휘를 받고 있습니다. 박 장관은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참석했다는 혐의가 있습니다. 계엄이 해제된 지난 4일 밤엔 대통령 안가(안전가옥)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께 만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또 국수본은 "조지호 경찰청장에 대해 수사지휘를 안 받고 있고, 경찰청장에게 일체 보고도 않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어쨌든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 지휘부가 이번 계엄사태에 관련됐다는 점에서 '셀프 수사' 논란이 불가피합니다.
특히 공수처 관계자는 "(검찰이)이첩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의도가 있다'고 본다"며 "검찰의 경우 군 관련자들에 대해서 수사 관할권이 없어서 군검찰이 함께한 걸로 안다. 그러나 공수처는 명확한 관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수사에 속도를 붙여가고 있는 검찰이 '내란죄를 수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습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법률상 검찰이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른 검찰청법 해석상 가능한지에 대해 내부적으로도 많은 논란이 있다"며 세 수사 기관에서 동시에 수사권 관할 경쟁을 벌이다 보니 재판 절차의 적법성이나 증거 능력의 적법성으로 바로 직결되는 문제"라고도 말한 바 있습니다.
9일 오후 경기 과천시 국군방첩사령부가 보이고 있다. 검찰 비상 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이날 오전부터 국군방첩사령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하지만 검찰은 직권남용 혐의에 더해 관련해 내란죄를 살펴볼 수 있다고 해석, 수사권 주도 싸움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검찰은 오는 10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 소환 통보 하는 등 수사에 나서고 있습니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이날 오전 검사와 군검사를 파견해 방첩사령부 등의 압수수색에 들어갔습니다. 비상계엄 이후 검사와 수사관, 군 파견 인력 등 62명 규모의 특수본을 즉각 꾸린 검찰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가장 먼저 긴급체포하면서 수사 의지를 피력하고 있습니다.
박 본부장은 "이 사건에서 가장 관련자가 많은 데가 군과 경찰"이라며 "지금 군검찰이 검찰과 합동 수사를 진행 중이고 핵심 인물인 김 전 장관은 검찰에 체포돼 조사 중"이라면서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수사권 주도에 눈에 불을 킨 경찰도 검찰 쪽의 검경 합동수사 요청을 일축하며 '경찰이 주도권을 쥐고 수사해야 한다'는 의지를 확고히 내비쳤습니다.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이날 오전 국수본 비상계엄 특별수사단 브리핑에서 "이번 비상계엄 관련 수사를 둘러싼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수본은 내란죄 수사 주체로서 책임감을 무겁게 느끼고 있다"며 쐐기를 박은 겁니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내란죄가 검찰의 직접 수사 개시 범죄가 아닌 점을 들어 "내란죄는 경찰 수사 소관"이라고 봤습니다. 경찰은 기존 120명 전담수사팀에서 오히려 150여명 규모의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으로 확대키도 했습니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지난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압수수색 영장을 먼저 신청해 발부받은 기관이 수사의 주도권을 가졌다. 국수본이 김 전 장관 공관과 집무실 압수수색을 먼저 착수하지 않았나. 하지만 김 전 장관을 긴급체포한 것은 검찰"이라며 "국민적 시선이 쏠려있고, 공분을 사고 있는 만큼, 각 수사기관의 주도권 기싸움이 거세지고 있다. 다들 '무언가를 보여줘야겠다'는 정의감에 사로잡힌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변호사는 "공수처는 인원 부족으로 수사도 허덕이는데 참전했다. 수사 의지들을 불태우는 것은 좋지만, 이러다 압수수색, 강제수사 등 진행하다 보면 분명 부딪히는 부분이 생긴다"라며 "나중에 부딪히기 전에 (권역을) 정리하든지, 아니면 협조를 통해 합수본으로 효율성을 추구하든지 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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