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당시 '처단한다'라는 표현이 담긴 포고령을 놓고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이 청구됐습니다. 이번 헌법소원엔 변호사 등 대한민국 국민 160명이 참여했습니다. 청구인들은 포고령이란 단어에서부터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이념이 부정됐고, 포고령 1호는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했으며, 포고령에 포함된 '처단한다'는 표현은 실제 법적인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다시는 어떤 정치세력도 '위헌적인 포고령을 발령할 수 없다'는 것을 헌재가 선언해 달라는 겁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가운데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군인들이 국회 안으로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김정환 변호사를 대표로 한 159명의 청구인들은 이날 헌재에 헌법소원 심판청구서를 제출하며 "대한민국 국민들은 위헌인 포고령에 처단당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본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제출한다"고 했습니다. 헌법소원이란 공권력에 의해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된 경우에 헌법재판소에 제소하여 그 침해된 기본권의 구제를 청구하는 제도입니다.
헌법소원 심판청구서에 따르면 지난 3일 박안수 계엄사령관(육군 참모총장) 명의로 공포·시행된 계엄사령부 포고령 제1호(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 △일반적 행동자유권 (헌법 제10조) △신체의 자유 (헌법 제12조) △직업수행의 자유 (헌법 제15조)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 (헌법 제21조) △근로자의 단체행동권 (헌법 제33조) 등을 침해했습니다.
청구인들은 청구서를 통해 "'포고령'은 그 단어 자체부터 이미 위헌이다. '처단한다'는 표현도 위헌"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포고령은 국회의 정치활동을 금지한다는 위헌적 내용을 시작으로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하며 이를 위반한 경우 '처단한다'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었다"며 "우리들과 우리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위해 대한민국을 건립하고 헌법을 제정한 대한국민이 포고령 속에서는 아무런 기본권을 가지지 못하고 영장 없이 체포될 수 있는 존재로 전락했다"고 했습니다.
이번 헌법소원을 주도한 김 변호사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포고령이라는 형식으로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문서가 발령됐는데, 이는 우리 역사에서 몇 번 없었던 것"이라며 "당일 오후 11시에 포고령을 읽으면서 우리 헌법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문장들로 이뤄져 있다. 어떻게든 다퉈봐야겠다"고 청구의 취지를 밝혔습니다. 그는 "포고령이라는 형식의 문서가 앞으로도 다른 정치인, 군인에 의해 발령될 수 있는냐는 분을 헌재가 꼭 판단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현재 헌재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된 위법행위를 가려달라는 헌법소원도 청구된 상태입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지난 4일 헌재에 제출한 청구서에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계엄사령관 박안수 참모총장의 포고령 등 후속 조치는 집회 및 결사의 자유,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일반적 행동의 자유권, 인간의 존엄과 가치 등 기본권을 침해한 행위로 위헌임을 확인해 달라"고 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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