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12·3 내란의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는 방법
2024-12-16 06:00:00 2024-12-16 06:00:00
12·3 내란 사태는 11일 만에 윤석열 탄핵으로 진압되었다. 그러나 이 역사적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거의 다 은폐되어 있다. 대다수의 분석가들은 정치적 궁지에 몰린 윤석열의 알콜성 치매 증상과 김용현, 여인형 등 군부 일파의 무모한 도박으로 이 사건을 설명한다. 이는 매우 위험한 접근일 뿐만 아니라 합리적이지도 않다. 내란 수괴와 핵심들이 비정상이었다는 무책임한 결론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이 내란을 이해하려면 세 가지가 밝혀져야 한다.
 
첫째, 이 내란의 컨트롤 타워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 분명히 계엄 선포의 목적과 시간을 정하고, 군과 경찰에 구체적인 임무를 부여하며, 정부 각 부처의 후속조치까지 다 설계한 집단이 존재할 것이다. 윤석열의 계엄 선포 의지를 뒷받침할 수 있는 조언그룹이 어디엔가 있다는 의미다. 이는 국방부나 방첩사령부 차원의 업무가 아니다. 이 내란의 두뇌 그룹은 아마도 용산에 있으며, 지금도 그 실체를 철저히 은폐하고 있다. 둘째, 두뇌 그룹의 내란 의도를 계엄군에게 전달하는 신경과 혈관망은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가. 한국군의 전투부대와 정보기관을 동원하려면 작전 통제 기관인 합동참모본부의 작전 운영체계를 장악해야 한다. 그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정진팔 합참 차장과 합참 작전본부의 행적이 밝혀져야 할 것이다. 정진팔 차장은 계엄 선포 직후 계엄사령부 부사령관으로 즉시 임명되었다.
 
실 전투 병력을 기동시키는 작전 운영체계 외에 포고문 작성, 체포 대상자 추적 및 검거팀 편성, 체포자 수감시설 관리 등의 또 다른 계엄 기획은 방첩사령부 역할로 보인다. 방첩사의 기획팀에는 어느 부서에서 누가 참여한 것인가. 여기까지가 내란의 소프트웨어다. 셋째, 서울경찰청의 경력과 특전사령부 예하 부대, 정보사 HID와 같은 전투부대는 이 내란의 하드웨어다. 국회와 선관위에 출동한 1, 3, 9공수와 707 특수임무부대 외에 출동 대기 중이던 7, 13 공수부대의 아직 밝혀지지 않은 임무는 무엇인가. 정보사가 대북 특수요원 30명을 판교에 대기시킨 이유는 뭔가. 정치인 체포는 누가 어떤 절차로 결행하려고 한 것인가. 이 점도 전혀 밝혀지지 않았다. 눈에 보이는 현상보다 전투부대의 은폐된 임무가 더 중요해 보인다.
 
“다 쓸어버려라”고 했던 윤석열의 광기는 어디까지였을까. 북한과의 국지전 발발과 한국 내부의 테러와 같은 분란 조성까지 목표로 한 것인가. 그렇다면 윤석열의 혐의는 내란을 넘어 외환(外患)까지 확장되어야 한다. 분명 내란 세력들에게도 목적성과 합리성은 있다. 이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지 눈에 보이는 현상에만 집착하여 권력에 이용당한 전투부대 지휘관들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게 되면 내란의 중요 가담자들은 회심의 미소를 지을 것이다.
 
분명 이번 내란은 그 방법에 있어서 어설픈 점이 있고 내란 핵심 인사들의 판단 착오도 있었다. 그들이 비록 한국 민주주의와 시민의 힘을 과소평가했을지라도 적어도 권력과 물리력에 대한 확신이 있었고, 수개월 전부터 이 내란은 나름 합리적으로 준비되었다. 이들은 계엄 선포를 못해 안달이 난 비정상인들은 아닐뿐더러 오히려 물리력 행사에 관한 최고 전문가들이다. 도대체 이들이 무엇을 하려고 했던 것인가, 계엄 이후 한국의 정치 권력에 대한 어떤 설계도가 있었던 것인가. 통일 대통령 선포인가, 아니면 과도 정부 구성인가. 이 점을 규명하려는 노력은 아직 시작도 하지 못했다.
 
한편 검찰의 특수본과 경찰과 공수처의 공조 본부는 아직 수사의 방향을 제대로 정립하지 못한 상태다. 수사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은 윤석열 체포다. 여기서 미국이라는 동맹의 역할도 간과할 수 없다. 미 측이 수집한 각종 신호정보는 계엄 사태의 급박한 순간에 벌어진 이상한 신호를 포착한다. 진상 규명을 위해 협력해야 할 부분이다. 더불어 내란을 기획하고 설계한 두뇌와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는 운영체계를 드러냄으로써 이 내란 사태의 진정한 본질을 규명하는 것이 바로 진상규명의 요체일 것이다.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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