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12·3 내란사태 핵심 인물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입틀막’(입을 틀어막는다) 본능을 버리지 못한 모양입니다. 김 전 장관 측은 26일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첫 기자회견을 열었는데요, 입맛에 맞는 언론사만 회견장에 참여케 했습니다. 정권 비판적이었던 <뉴스토마토>는 취재를 거부당했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 전 장관의 변호인단은 22대 국회의원 총선거 부정과 검찰 위법수사 주장을 반복했습니다. 김 전 장관의 변호인단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등 극우 인사들을 대리했던 전력이 있습니다. 김 전 장관은 오는 28일 구속기간 만료를 앞두고 기소가 예상되자 막판 여론전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변호인단인이 26일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비상계엄 사태, 검찰 수사와 관련 김 전 장관의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앞두고 주최 측에서 특정 언론들의 출입을 막자 해당 취재진이 이에 항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김 전 장관 변호인단인 이하상·유승수 변호사(법무법인 자유서울)는 이날 서울 강남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김 전 장관 측은 내란사태 이후 처음으로 기자들과 만나는 자리였습니다. 하지만 기자회견 시작 전부터 거센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뉴스토마토>를 비롯해 MBC·JTBC 등 일부 언론사들의 취재를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한국기자협회 등은 지난 25일 성명을 통해 “구속 이후 수사마저 거부하는 내란 핵심인물이 입맛에 맞는 언론사를 취사선택해 여론조작을 시도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기자회견장은 아수라장이었습니다. 극우 유튜버들이 회견장 입구를 가로막고 취재진에게 소리를 지르며 나가라고 위협했습니다. ‘김용현스럽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대통령 경호처장 시절 김 전 장관은 윤석열씨를 비판하는 사람의 입틀막 과잉 경호로 질타를 받았습니다. 정치활동과 언론·출판을 통제한 포고령 1호도 김 전 장관이 초안을 작성했습니다.
김 전 장관 입장도 지금까지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변호인단이 김 전 장관의 입장을 전한 바에 따르면, 계엄선포 배경은 △국회를 이용한 ‘정치 패악질’에 대해 경종 △선거에 관한 국민적 의혹 해소 △종북 주사파, 반국가세력 정리 등 세 가지입니다. 아울러 “대통령의 적법하고 정당한 비상계엄선포는 내란이 될 수 없다”며 “(국회와 선관위 등에) 최소한의 병력만을 투입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포고령과 관련해 “김 전 장관이 초안을 작성했다”며 “대통령은 ‘국민 통행금지·제한’ 문구만 삭제 지시했다”고 했습니다. 변호인단은 김 전 장관 말을 그대로 전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변호인단인 이하상(왼쪽), 유승수 변호사가 26일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비상계엄 사태, 검찰 수사와 관련 김 전 장관의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기 전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변호인단은 별도로 구체적 사안에 대해 법률 의견을 내놨습니다. 내란죄 핵심 혐의인 국회의원 등 체포 관련 주장은 모순적이었습니다. 변호인단은 우선 “윤석열씨가 김 전 장관에게 국회의원 출입을 막지 말라고 명확히 지시했다”며 “지시나 명령의 출납 원리를 잘 이해하는 대통령이 이에 반하는 지시를 곽종근 특전사령관과 조지호 경찰청장에 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수사 과정에서는 ‘체포자 명단이 있었다’는 관계자 진술이 여럿 나온 상황입니다. 변호인단은 이와 관련해 “체포자 명단은 있을 수 없다. 김 전 장관은 정치활동을 금지한 포고령에 따라 정치활동이 예상되는 사람들에 대해서 예방 활동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다만 장관 지휘 받은 사령관들이 그렇게(체포하라고 받아들인 것 같다)"라며 "지시를 정확하게 하지 않은 장관 잘못"이라고 말했습니다.
내란사태 ‘비선실세’로 지목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수첩에서 북한의 공격을 유도했다는 내용이 발견된 것에 대해선 외환죄가 추가될 수 있도 상황입니다. 그러나 변호인단은 북풍 공작 의혹을 부인하면서 “북한은 반국가단체기 때문에 외환죄 구성요건이 성립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오물풍선 타격 검토는 인정하면서 “적을 억제하는 차원으로 지극히 정당하다”고 말했습니다.
노 전 사령관에 대해선 “윤석열씨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며 “비상계엄과 전혀 관련 없다”고 했습니다. 변호인단은 “해외 정보 취득·취급과 해외 요원들 관리 업무에 능통해 (선거 부정) 국외 세력 간섭과 관련해 자문을 구했다”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 전 장관 측은 선거 부정과 검찰 위법수사 주장에 힘을 쏟았습니다. 변호인단은 “(계엄사령부 아래) 합동수사본부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와 선거 부정 수사가 예정돼 있었다”며 “여론 조작·선고 조작 추동 세력은 국내와 해외 모두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법원은 부정선거 의혹이 해소된 것을 기정사실화한다”며 “현재 수사는 정치적 중립성을 잃어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고 수사도 거부한다”고 말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공직선거법 위반 등 재판에서 주로 쓰던 전략입니다. 전 목사 측은 검찰 수사가 정치적으로 편향됐다고 주장해 왔지만 법원은 한 번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21대 총선 이후 부정선거 주장 등 선거 관련 소송이 100여차례 제기됐지만 한 번도 받아들여진 적 없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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