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윤석열씨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을 놓고 '극비보안'에 돌입했습니다. 1차 체포영장 집행 당시 영장 유효기간과 내용, 심지어 관저로 출발하는 시간까지 공개했다가 대통령 경호처의 '만반의 준비'에 가로막혔던 탓입니다. 이미 경호처는 공수처의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대응하고자 대통령 관저 주변을 차벽, 철조망 등으로 둘러치고 요새화하는 상황입니다. 공수처와 경찰은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현장에 동원할 경찰 인력을 늘리고, 체포를 저지하는 인원에 대해선 '현행범 체포'까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충돌을 감수하더라도 관저에서 경호처의 반발을 무마시킬 전략을 짜는 겁니다.
윤석열씨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유효기간이 연장된 가운데 9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 현판이 나무 사이로 보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공수처와 경찰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3일 윤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관저 200m까지 갔지만, '안전상 이유'로 5시간30분만에 철수했습니다. 3차 저지선에서 경호처와 군 인력 200여명이 스크럼을 짜고 대항하자 이를 뚫지 못한 겁니다. 이재승 공수처 차장은 6일 언론 브리핑에서 "경호처 200명이 스크럼을 짜고 있는데 저희가 어떻게 뚫겠냐"며 "한계는 분명히 인정한다"고 시인키도 했습니다.
2차 체포영장 집행이 성공하느냐의 관건은 △관저 인근에서 시위 중인 아스팔트 보수 무력화 △관저 앞을 지킬 국민의힘 의원들 저지 △경호처가 관저 주변에 버스와 승용차 등으로 겹겹이 세운 '차벽' 돌파 △경호처가 만들 '인간벽' 뚫기 등입니다. 이 가운데 차벽과 인간벽을 어떻게 돌파하느냐가 가장 난제로 평가됩니다.
실제로 1차 집행 실패 이후 경호처는 대통령 관저 주변에 철조망을 두르고, 쇠사슬 등으로 출입문을 막고 있습니다. 경호처는 우회해서 관저로 들어갈 수 있는 산길 등 주변엔 철조망을 설치했고, 관저 철문에는 버스를 벽처럼 세웠습니다. 이날도 경호처는 쇠사슬로 봉인한 출입문 등에 또 버스를 덧대 세워놨습니다. 국수본은 기동대 특수 견인차와 크레인 등을 동원, 차벽과 철조망을 뜯어내는 방안을 검토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법원이 윤석열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재발부해 공조수사본부 차원의 영장 2차 집행 시도가 초읽기에 들어간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정문이 대형버스로 가로막혀 있다.(사진=연합뉴스)
공수처와 국수본은 1차 영장 집행 때 경호처 인력에 밀렸던 만큼, 이번에는 경찰 쪽 인력을 최대한 늘려 인간벽을 무너뜨리는 전략을 적용할 걸로 보입니다. 경호처 1명 당 경찰 3~4명이 붙어 경호 스크럼을 무너뜨리는 겁니다. 경호처가 동원할 수 있는 인력이 최대 800여명으로 알려진 만큼, 경찰은 이에 3~4배가량 되는 경찰기동대 2700여명을 동원하고, 강력계 형사들로 구성된 서울청 형사기동대를 투입할 걸로 전망됩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일각에선 경찰특공대를 투입하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체포조는 형사 기동대 위주로 구성하고 특공대는 동원하지 않을 걸로 본다"고 했습니다. 경찰 특공대는 대테러 업무를 전담합니다. 체포영장 집행에 특공대를 투입하면 자칫 향후 법적 문제로 윤씨 측에 역공의 빌미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겁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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