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편입 기쁨도 잠시…금융지주 자본비율 사수 난망
원달러환율 급등에 CET1 13% 유지 위태
2025-01-13 13:34:31 2025-01-13 17:22:28
[뉴스토마토 문성주 기자] 4대 금융지주가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편입됐지만 기업가치 제고 약속을 제대로 이행할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비상계엄사태로 촉발된 불안정한 정국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원달러환율이 급등했는데요. 자본건전성에 비상등이 켜지면서 주주환원 정책도 제동에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각각 KB금융(105560) 13.8%, 신한지주(055550) 13.13%, 하나금융지주(086790) 13.17%, 우리금융지주(316140) 11.96%로 집계됐습니다.
 
CET1은 금융사의 보통주 자본을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나눈 값입니다. 금융사 재무건전성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로 꼽히며 수치가 높을수록 주주 배당 여력이 높다고 여겨집니다.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분자가 되는 보통주자본을 늘리거나 분모인 RWA 증가 속도를 조절해야 합니다.
 
4대 금융지주는 모두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편입되면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밸류업 정책에 맞춰 CET1 관리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현재 금융지주들이 CET1 13%를 기준으로 잡고 이를 초과하는 잉여자본은 주주환원의 재원으로 삼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일정 수준 이상으로 재정건전성을 갖추고 주주에게 배당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문제는 급등한 원달러환율입니다. 지난해 말 정치적 불안정 상황 등을 포함한 대내외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원달러환율은 작년 4분기에만 164.7원 올랐습니다.
 
환율이 오르면 외화 위험자산이 증가하고 이는 곧 CET1 하락으로 이어져 주주환원에 제동이 걸릴 수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통상 원달러환율이 10원 오르면 4대 금융지주의 CET1이 0.01%~0.03% 하락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단순 계산으로만 금융지주의 CET1이 작게는 0.165%에서 크게는 0.495%까지 하락할 수 있는 겁니다.
 
지난해 3분기 CET1 13.8%를 기록한 KB금융은 비교적 여유로운 상황이고, 신한금융도 권고치를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외화자금 비중이 높은 하나금융은 환율 상승에 상대적으로 크게 노출되면서 CET1이 13%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분석됩니다. 우리금융은 CET1이 12%에 미치지 못했던 만큼 주주환원 정책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운용자산 중 외화 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하나은행이 62조8861억원, KB국민은행 53조721억원, 신한은행 47조1949억원, 우리은행 46조5597억원입니다.
 
시장의 우려가 커지자 각 금융지주는 적극적으로 밸류업 제고 행보 움직이고 있습니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지난 6일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친필 서한을 발송하고 밸류업 계획 이행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습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을 포함한 신한금융 임원 6명은 올 들어 총 자사주 7500주를 매입했습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을 포함한 하나금융 임원들도 지난해 말 9350주를 사들이는 등 밸류업 의지를 보였습니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중 자본비율이 회복되면 즉시 자사주 매입·소각 확대가 실시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연간 기준으로는 주주환원을 확대하는 데 큰 문제는 없다"면서 "은행이 가능한 위험 대응 방법을 다양하게 인지하고 모니터링하고 있어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4분기 정치적 불안정 상황 등을 포함한 대내외 불확실성이 겹치며 원달러환율이 164.7원 상승했다. (사진= 뉴시스)
 
문성주 기자 moonsj709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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