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산금리 내리는데 소비자 체감까진 '까마득’
대출금리 인하 효과는 '신규대출' 차주만
2025-01-15 15:51:14 2025-01-15 15:51:14
[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시중은행이 가산금리를 내리는 방식으로 대출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지만, 대출자들이 금리 인하 효과를 체감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입니다. 신규 차주에 한해 대출금리 인하분이 바로 적용되기 때문인데요. 이미 돈을 빌린 차주는 금리 재산정 기간이 도래해야 인하 혜택이 돌아옵니다. 지난해 기준금리 인하 이후 은행권이 꾸준히 대출금리를 높게 유지했던 점을 감안하면 인하 폭 역시 미미하다는 평가입니다. 
 
은행권, 대출금리 인하 시작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상품별로 주택구입자금, 생활안정 자금용 주택담보대출(금융채 5년물)의 가산금리를 각각 0.1%포인트, 0.05%포인트 낮추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전세자금대출(금융채 2년물)의 경우 주택금융공사 상품은 0.2%포인트, 서울보증보험 상품은 0.3%포인트 내려갑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7월 은행채 3년·5년물 금리를 지표로 삼는 가계대출 상품의 금리를 0.05%포인트씩 올린 뒤 꾸준히 가산금리를 높여왔습니다. 이번 인하는 약 6개월 만의 하향 조정입니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고 우대금리를 빼 정해집니다. 가산금리는 은행 운영비용과 대출 위험 등을 반영해 은행이 자체적으로 정하는 금리로, 가산금리를 내리면 대출금리도 낮아집니다.
 
타행들도 가산금리를 포함한 대출금리 인하를 검토 중이지만 구체적 시기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분위기입니다. KB국민은행와 우리은행은 확정된 바는 없으나 내부적으로 가산금리 인하를 검토하며 시기를 조율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하나은행은 가산금리 인하를 검토하지 않고 있고, 농협은행은 작년 12월 말 일부 상품에서 0.1%포인트 우대금리를 적용한 만큼 추가 인하는 시장 상황을 보며 결정하겠다고 했습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산금리 인하 폭을 너무 과감하게 조정하면 시장에 혼란을 줄 가능성이 높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한 뒤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찔끔 손질 
 
가산금리 인하로 전반적인 대출금리가 소폭이나마 낮아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으나, 금리 인하 혜택은 신규 차주에 한해 적용됩니다. 고금리 시기에 돈을 빌렸던 차주들은 실질적 혜택을 체감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기존 차주들이 금리 인하를 체감하기 어려운 데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은행들의 변동금리 대출 상품은 대부분 6개월 주기로 금리가 바뀝니다. 따라서 가산금리를 내리더라도 기존 차주들은 금리 재산정 시기가 돼야 비로소 혜택을 볼 수 있습니다.
 
예컨대 지난해 9월에 대출을 받은 차주는 오는 3월 새로운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방침을 이유로 작년 내내 금리를 꾸준히 올린 데 비해 너무 찔끔 인하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4대 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무려 26차례에 걸쳐 가산금리 인상을 이어갔으며 평균 1%포인트 넘게 금리를 올렸습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 기준금리 인하를 발표하긴 했지만, 대출금리 하락은 체감하기 어려웠습니다. 기준금리 인하 직후인 11월과 현재(1월 15일)를 비교하면 대부분 은행에서 신용대출 금리가 움직이지 않거나 소폭 내리는 데 그쳤습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기존 4.96~5.87%에서 4.62~5.52%로 하단과 상단에서 각각 0.34%포인트, 0.35%포인트 내리는 데 그쳤습니다. KB국민은행은 4.53~5.43%에서 4.18~5.18%로 하단에서 0.35%포인트, 상단에서 0.25%포인트 각각 줄었습니다. 우리은행은 4.91~6.11%에서 5.83~5.83%로 상단에서 0.28% 감소했고, 하나은행도 4.73~5.33%에서 4.53~5.13%로 하단과 상단에서 모두 0.20%포인트씩 소폭 감소했습니다.
 
한편 최고 5% 후반대까지 오른 주담대 대출금리는 떨어질 기미가 안보이는 반면, 정기예금 금리는 크게 낮아졌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습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고정형(5년) 주담대 금리는 3.532~5.36%로 지난해 11월15일(3.779~5.63%)과 비교하면 비슷한 수준인데요. 10월과 11월 기준금리 인하 이후에도 뚜렷한 하락세가 보이지 않습니다.
 
반면 이들의 대표 정기예금(1년만기) 상품의 금리는 3.10~3.15%로, 전년 대비 상하단이 최대 0.25%포인트 내려갔습니다. 4대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지난해 11월 28일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꾸준히 하락했습니다.
 
신한은행이 지난 14일 가산금리 인하를 발표했으나 타 은행 반응은 미적지근한 상황이다. 사진은 4대 시중은행 앞에서 고객이 서있는 모습.(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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