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벽만 있었다…경호처, 부당명령 집단거부
1차 저지선 넘자 3차 저지선 도착까진 '24분'
2025-01-15 17:43:14 2025-01-15 17:43:14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공조수사본부가 15일 윤석열씨를 체포하러 관저에 진입했을 때 마주한 건 차벽뿐이었습니다. 예상과 달리 대통령 경호처의 물리적 충돌은 없었습니다. 이날 공조본이 1차 저지선을 넘어 관저에 들어간 후 관저 앞철문까지 도달하는 데 걸린 시간은 약 20여분입니다. 지난 1차 체포영장 집행 당시 공조본이 경호처와의 대치 끝 물러났던 것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습니다. 법조계는 공조본이 경호처 수뇌부부터 무너뜨리는 전략이 유효했고, 경호처 직원들이 부당한 명령에 집단으로 거부한 결과라고 분석했습니다.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경찰과 공수처로 구성된 공조단이 윤석열씨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관저로 진입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 수사관들은 윤씨 체포영장을 집행하고자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 도착한 뒤 버스 차벽으로 이뤄진 1·2·3차 저지선을 비교적 순탄하게 넘었습니다. 1차 저지선은 버스에 사다리를 걸쳐 넘었고, 2차 저지선은 버스 차벽을 우회해 통과했습니다. 버스로 가로막힌 3차 저지선도 철문 옆 초소를 통해 들어갔습니다. 
 
이날 공수처와 경찰은 오전 4시28분쯤부터 관저 부근에 도착, 5시10분쯤에 경호처에 체포·수색영장을 제시했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 항의와 변호인단 등을 뚫고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진통을 겪기도 했지만 2시간여 만인 7시33분 1차 저지선을 통과한 겁니다. 이후부터는 수월하게 관저 앞까지 이동했습니다. 1차에서 3차 저지선 도착(7시57분)까지는 약 24분 정도 걸렸습니다.      
 
현장에 있는 소수 경호처 인력은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공수처, 경찰과 실무 협의 정도만 했습니다. 별도의 제지는 없었습니다. 이는 지난 3일 경호처와 일부 군인이 스크럼을 짜고 격렬하게 저항했던 상황과 정반대입니다. 당시 경호처는 공조본이 관내로 들어오자 군 병력과 함께 200여명 겹겹이 팔짱을 끼고 집행을 저지한 바 있습니다. 공조본은 관저 앞 200m까지 갔지만 인간벽을 뚫지 못하고 결국 빈손으로 돌아왔습니다. 
 
15일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이 경호처 저항 없이 윤석열씨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을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법조계는 사뭇 달라진 경호처 대응이 △공조본이 투입한 인력 규모 차이 △경호처 수뇌부 무너뜨리기 전략이 주효했다고 봤습니다. 무엇보다 경호처 내부에서 '대항하라'는 강경파의 지시가 위법하다고 인식, 결국 집단 거부까지 초래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앞서 지난 1차 체포영장 집행 당시 공조본이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인력규모 차이'입니다. 이재승 차장 역시 "기껏해야 50명인 검사·수사관 인력이 200명이 짠 스크럼을 어떻게 뚫겠냐"며 경찰과 공수처 인력이 당시 경호처에 비해 인력이 부족했음을 시인한 바 있습니다.  
 
반면 이날 경찰이 언론에 공지한 바에 따르면, 2차 체포 작전에만 투입된 경찰 인력은 약 1100여명입니다. 또 관저 인근엔 서울경찰청 소속 기동대 54개 부대 약 3200명이 배치됐습니다. 공수처 인원까지 더하면 총 약 5000여명에 가깝게 현장에 동원된 겁니다. 경호처로서는 압도적 차이를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경찰은 또 "김성훈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에 대한 체포영장이 전날(14일) 밤 발부됐다"며 "현재 경찰은 김 차장과 이 본부장에 대한 체포영장도 함께 집행하고 있다"고 알렸습니다.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은 경호처 내에서도 대표적인 강경파이자 김건희 라인으로 꼽힙니다. 이들은 무력 사용을 하더라도 영장 집행을 저지해야 한다는 방침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각에선 경호처 내부에서 공조본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라는 명령은 부당하다는 인식이 공유됐다고도 분석했습니다. 
 
아울러 공수처는 지난 12일 경호처에 체포영장집행 협조요청 공문 발송하면서 "경호처 직원의 경우 영장집행을 막으라는 위법한 명령에 따르지 않더라도 직무유기죄 성립 등 명령 불이행에 따른 피해는 없을 것임을 알려드린다"라고도 했습니다. 이날도 관저에 진입하면서 문 앞에 '영장집행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들을 방해할 경우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다'고 알렸습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경호처 직원들도 어쨌든 법원이 영장을 적법하게 발부했고, 수뇌부의 발도 묶이는 등 상황이 겹치며, 오히려 상관의 지시가 불법·부당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라며 "부당한 지시에는 공무원이 적극 응할 의무가 없다는 인식이 공유 됐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실제로 이날 많은 경호관들이 관저 내 대기동에서 있거나 휴가를 쓰는 등 집행 저지에서 빠졌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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