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김용현, 포고령 둘러싼 미묘한 ‘균열’
윤석열 측 “포고령, 김용현이 잘못 베껴”
김용현 측 “대통령이 최종 검토했다”
2025-01-16 13:35:55 2025-01-16 13:35:55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12·3 내란사태 당시 계엄사령부 포고령을 둘러싸고 ‘내란수괴’ 윤석열씨와 ‘행동대장’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서로 책임을 미루는 모양새입니다. 16일 김 전 장관을 시작으로 핵심 인물들의 재판이 진행될 예정인데, 향후 재판 과정에서 내란범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어떻게 분열할 지 주목됩니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11월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 국회(정기회) 제5차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5년 예산안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이날 내란중요임무종사·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 전 장관의 1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습니다. 공판준비기일은 변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양측 주장과 증거·증인 등을 정리하는 절차입니다. 준비기일에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으나 김 전 장관은 이날 법정에 직접 출석했습니다.
 
김 전 장관 측은 재판부에 공소기각 판결을 요청했습니다.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 통치행위기 때문에 사법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김 전 장관 대리인은 “비상계엄 선포 요건은 오로지 국가원수인 대통령에게 전속적으로 주어진 헌법상 권한”이라며 “일개 검사가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에 대해 옳다 그르다 판단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검찰에는 수사권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계엄 선포 자체가 대통령 권리라서 계엄 이후 행위는 국방부 장관의 정당한 사무”라며 “대통령은 물론 대통령을 국무위원으로서 보좌한 김 전 장관에 죄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검찰은 “대통령의 통치행위라도 범죄행위일 경우 사법심사 대상이 된다는 게 판례”라고 맞섰습니다. 그러면서 “구속심사 과정에서 검찰의 수사개시 권한이 인정됐다”며 “추가로 공범도 송치됐기 때문에 수사개시 권한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 전 장관 측은 부정선거 주장에 열을 올렸지만 재판부는 의문을 표했습니다. 김 전 장관 변호인은 “비상계엄 정당성과 필요성을 증명하기 위해 2020년 총선에 관련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 등에 대한 증거보전 신청을 접수하겠다”며 “당시 신청했을 때 (법원에서) 한 번도 서버 접근을 허용한 적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재판부는 “4년 전에 신청할 걸 저희한테…”라며 의문을 나타냈습니다.  
 
재판 진행 속도를 두고 양측이 공방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조지호 경찰청장 등 주요 인물들 사건과 병합심리를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재판 지연을 우려하며 병행심리 의견을 냈습니다. 공판기일도 주 2~3회 열어야 한다고 요청했습니다. 반면 김 전 장관 측은 “한 달에 한 번도 어렵다”며 검찰의 말을 끊고 병합심리를 주장하다 재판부에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대원칙은 상대가 말할 땐 끝까지 듣는 것”이라며 “이 법정에선 그것만 지켜달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윤씨 측과 김 전 장관 측 입장이 미묘하게 갈리기도 했습니다. 앞서 윤씨 측은 포고령에 대해 김 전 장관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윤씨 측은 지난 15일 헌재에 낸 답변서에서 “포고령 1호는 김 전 장관이 종전 대통령에게 국회해산권이 있을 당시 예문을 그대로 베껴 온 것”이라며 “모든 절차를 평화적으로 신속히 진행하고 국회해산 결의 때 종료하려고 했던 것인데 문구의 잘못을 부주의로 간과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김 전 장관 측은 재판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장관이 직접 (포고령) 초안을 작성했고 전체적인 검토는 당연히 대통령이 했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부정선거와 관련된 세력들이 정치활동을 매개로 국회를 장악해 무력화시키는 정치활동을 금지한다는 취지였다”고 말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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