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장기 불황으로 건설업계가 현금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건설사 회사채 상당수의 만기 도래 시기가 올 상반기로 다가왔습니다. 상반기 만기 도래 물량은 올해 전체 물량의 절반이 넘는데요. 상대적으로 자금 여유가 있는 대형사와 달리 중소·중견 건설사가 받는 자금 압박은 거셀 것으로 전망됩니다. 만기 도래일이 다가오는 일부 건설사들은 회사채 차환 일정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재정상태가 취약한 회사의 경우 채권 만기를 막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16일 금융투자협회나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등에 따르면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상위 30개 건설사가 올해 안으로 상환해야 하는 회사채 규모는 3조8100억여원입니다. 이 가운데 상반기 만기 도래 물량은 2조6200억여원으로 절반이 훌쩍 넘어갑니다.
인천광역시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뉴스토마토)
문제는 건설 경기가 적어도 올 상반기까지는 큰 부진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는 점입니다. 이에 먹거리가 주택 사업으로 제한된 중견·중소 건설사들이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에 대한 상환 압박이 상당할 것이라는 우려가 큽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건정연)이 이달 초에 발표한 '지표로 보는 건설시장과 이슈'에 따르면 올 1분기 건설시장은 환율 급등과 탄핵 정국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더해져 건설 경기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건정연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민간부문 발주 위축, 건설기업 심리 악화 등 부정적 파급 효과로 인해 건설 경기 부진이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건설업계, 신규 회사채·영구채 발행 등 자금 통로 확보 비상
이에 만기 도래일을 앞둔 중견 건설사들은 자금 통로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증권정보포털 등에 따르면 코오롱글로벌과 금호건설은 다음 달 만기 예정인 회사채를 각각 680억원, 100억원 가량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양 사 모두 100% 상환 일정에 차질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최근 사명을 변경한 BS한양은 창사 이래 최초로 영구채를 발행했습니다. BS한양 관계자는 "지난달 24일 400억원의 영구채를 발행했는데, 30년 이상의 장기상환이 필요한 영구채 특성상 보통 그룹사 모기업의 신용도가 바탕이 돼야 한다"며 "이번 영구채 발행의 경우 BS한양 단독 신용도 평가만으로도 인정을 받고 영구채 발행에 성공했다는 점에 상당한 의의를 두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리모델링 공사 현장. (사진=송정은 기자)
다만 이마저도 여력을 갖춘 중견사이기에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주택 사업에 치중하는 더 작은 규모의 건설사나 지방 중소 건설사의 경우 속출하는 미분양과 극도로 침체된 경기로 인해 투자 여력도 부족해서 회사채 상환 일정에 차질을 빚을 우려도 커집니다. 또 차환에 성공하더라도 높은 금리와 건설산업 투심 악화 등의 장애물도 여전합니다.
이은형 건정연 연구위원은 "신동아건설 법정관리 건도 그렇고 회사채 상환 여부 등은 개별 기업의 사안으로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며 "그럼에도 건설업황이 실제로 굉장히 어려운 것은 맞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재무상태가 취약한 회사들, 업황이 좋았던 시절에도 건실하거나 보수적인 경영을 하지 않았던 회사들을 위주로 채권 만기를 막지 못하거나 이로 인해 또 다른 부도를 유발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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