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잔존 1년↓ 회사채 6%대 수익률에도 ‘불안불안’
효성화학 특수가스 매각해 위기 모면…올해 만기 채권 괜찮아
중앙그룹 계열 회사채 빚으로 연명…“국내 회사채 선별 투자시 양호”
2025-01-17 06:00:00 2025-01-17 10:08:27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미 국채금리가 고공행진하는 등 주요국들의 금리는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유독 국내 금리는 약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시중은행의 예금금리도 연 3%를 밑도는 상황입니다. 이로 인해 5~6%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회사채들이 더욱 눈에 띕니다. 다만 채권 전문가들은 경제 둔화 여파로 재무 상태가 열악해진 기업들이 많아져, 언뜻 비슷해 보이는 조건의 채권이라도 각사별 이슈를 파악해 골라내야 한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만기 몇 달 남은 채권이 7%대 수익률
 
16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동결했습니다. 당초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금리를 내릴 것이란 전망이 많았으나 외환시장의 부담이 커 이번에는 인하를 건너뛴 것으로 전해집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을 전후해 미 국채금리가 급등하는 등 시장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한미 간 금리 차의 영향을 받는 원달러환율도 1400원대 후반까지 동반 상승했습니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물가가 오를 수밖에 없어 물가 상승 우려도 커진 상황입니다. 지난해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한 데 이어 올해에도 금리를 내리겠다던 한국은행도 결국 환율 상승으로 인한 물가 부담을 의식해 금리를 동결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현재 국내 금리 수준은 상당히 낮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시중은행의 예금금리는 연 3% 아래로 떨어졌고 국고채도 3년물과 10년물 모두 2%대 중후반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장내시장에서 거래되는 일부 채권, 특히 만기까지 1년도 남지 않은 채권들이 5~6%, 일부 7%대 수익률로 시세가 형성돼 있습니다. 채권 발행회사들도 익숙한 이름이 대부분입니다. 
 
이중에서 업황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회사 채권을 제외할 경우, 기대수익률 상단에 효성화학의 회사채가 여러 개 올라 있어 유독 눈길을 끕니다. 발행시기는 모두 다르지만 만기까지 1년 미만의 기간이 남은 채권이 4종이나 되고, 그중 7% 넘는 수익률이 예상되는 채권이 2종입니다. 
 
(표=뉴스토마토)
 
 
위태했던 효성화학, 채권 상환 한숨 돌려
 
일시적으로 채권 매물이 대량으로 쏟아져서 채권가격을 떨어뜨린 경우가 아닌 이상, 시장가격이 높은 예상수익률로 유지되고 있는 것은 발행회사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효성화학은 3년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고전하고 있습니다. 국내 석유화학산업이 침체에 빠져있는 데다 회사의 재무 상태도 좋지 않습니다. 계속되는 적자로 쌓아둔 자본까지 갉아먹어 자본잠식 위험이 커졌습니다. 지난 9월 말 기준 자본금이 325억원인데 작년엔 분기마다 그 이상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효성화학은 정상화를 위한 자구 노력 끝에 특수가스 사업부를 매각하기로 했으나 투자자들은 SBS라는 우량 자회사를 두고도 워크아웃을 결정한 태영건설 사례처럼 될 수 있다며 완전히 믿지 못하겠단 분위기였습니다. 
 
다행히 효성화학의 결산 기준일인 12월이 가기 전에 매각 계약이 성사됐습니다. 용연, 옥산공장 생산시설을 포함한 특수가스 사업부를 효성티앤씨에 9200억원에 양도하기로 한 것입니다. 계약은 지난달 12일에 체결했고 양도기준일은 이달 말일자입니다. 이와 함께 계약금 1380억원을 계약일에 받았고, 잔금은 이달 31일과 2월 말에 각각 3220억원, 4600억원씩 추가로 수령할 예정입니다. 
 
1300억원 넘게 계약금을 받았고 325억원이 남아 있으니 4분기에 1600억원 넘게 적자를 내지 않은 이상 12월 말 기준으로도 자본잠식 위기는 벗어났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지고 보면 효성화학은 신종자본증권도 3000억원을 발행했습니다. 이 금액은 부채로 잡히지 않기 때문에 눈에는 벗어나 있지만, 이 금액까지 반영할 경우 실질적으론 이미 자본잠식 상태나 다름없었습니다. 
 
어쨌든 급한 불은 끈 셈이고, 이어서 예정대로 잔금까지 받으면 올해는 무난하게 버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은 상환이 가능할 전망입니다. 찜찜해도 7%를 넘나드는 수익률을 감안하면 투자후보에 올릴 만합니다. 
 
적자행진 중앙그룹, 빚으로 돌려막기 중
 
중앙그룹 회사들이 발행한 채권도 이와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콘텐트리중앙. 에스엘엘중앙, 중앙일보 등이 발행한 채권입니다. 
 
이중 오는 4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콘텐트리중앙20-2 채권이 아직도 6%대 중반에 시세가 형성돼 있습니다. 물론 처음 발행할 당시 내건 8.0%의 표면금리보다 낮지만 3개월 만기 예금과 비교하면 상당한 수익률입니다.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채권가격에 반영된 결과입니다. 
 
콘텐트리중앙은 영화관 운영과, 드라마, 영화를 제작 유통하는 사업을 하는 기업인데, 이곳도 5년 연속 적자행진 중입니다. 메가박스에서 발생하는 손실 부담이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콘텐트리중앙의 자본(지배주주)은 이미 마이너스 상태이고 급한대로 채권 상환 등을 위해 영구대출 등을 통해 자금을 빌려 쓰고 있는데요. 콘텐트리중앙의 최대주주는 38.63% 지분을 보유한 중앙피앤아이이며 중앙피앤아이를 중앙홀딩스가 100% 지배하고 있습니다. 결국 중앙홀딩스의 자금력이 중요한데 넉넉하진 않습니다. 조만간 대규모 전환사채(CB)를 발행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 그에 따른 채권수익률은 효성화학과 콘텐트리중앙, 또 중앙미디어그룹에 속한 에스엘엘중앙이 비슷하지만, 채권 상환 가능성만 따지면 다르게 볼 수 있습니다. 또 이들보다 신용등급이 높은데도 수익률 차이는 크지 않은 다른 채권도 함께 비교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형호 한국채권투자운용 대표는 “지금 미국 금리가 오르고 있지만 환율 때문에 미국 국채에 투자하기도 부담이 되는 환경이라, BBB등급 국내 회사채도 잔존기간 1년 미만에 연 5% 넘는 수익률이라면 괜찮은 조건이다”라면서도 “다만 업종별, 종목(기업)별로 상황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개별기업의 재무상태 등 주의해서 선별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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