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토마토 김하늬 통신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년 만에 백악관으로 화려하게 복귀했습니다. "미국을 먼저 챙기고 더는 이용당하지 않겠다"라고 약속하며 집권 1기 때보다 더 강한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선포했는데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시대의 개막을 선언하며 불법이민자 추방, 화석연료 시추, 전기차 의무화 폐기, 관세 부과 등을 골자로 한 동시다발적 행정명령을 쏟아내면서 보다 더욱 강력해진 미국 우선주의의 부활을 예고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제60회 취임식에 이어 대통령실에서 서명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UPI 연합뉴스)
남부 국경 비상사태 선포…"불법체류자 본국 송환"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의회 의사당 로툰다 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미국의 황금시대가 지금 시작된다"며 "오늘부터 우리나라는 번영하고 전 세계에서 다시 존경받을 것"이란 말로 취임사를 시작했습니다. 30여 분간 진행된 취임사의 키워드는 '미국 우선주의'였습니다. 그는 "미국은 곧 그 어느 때보다 더 위대하고, 강하고, 훨씬 더 특별해질 것"이라며 "일련의 역사적인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의 완전한 회복과 상식의 혁명을 시작할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취임사에서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할 행정명령들도 소개됐습니다. 먼저 당선인 시절부터 수차례 공약해 온 불법 이민자 추방을 예고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먼저 저는 남부 국경에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이라며 "모든 불법 입국은 즉시 중단될 것이고 수백만 명의 외국인 범죄자들을 돌려보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즉 남부 국경에 군대를 배치해 모든 불법 입국자를 구금하고, 이민자들이 소송으로 합법적 지위를 얻을 때까지 미국 대신 멕시코에 머물게 강제하는 '멕시코 잔류' 정책을 다시 시행하는 게 골자 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20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가 전면 개편됐다. (사진=미국 백악관 홈페이지 갈무리)
파리 기후 협약 재탈퇴…국가 에너지 비상사태 선언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 기후 협정에서 다시 탈퇴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석유, 가스 및 전력 프로젝트의 허가를 가속화하기 위해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겠다고 밝혔는데요. 미국은 현재 현재 중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온실가스 배출국이지만, 파리 기후 협약을 탈퇴하고 석유 및 가스 시추를 늘리겠다고 다시 공언한 셈입니다. 파리기후협약은 지난 2015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 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채택된 국제 협약입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각국이 자발적으로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이행해야 합니다.
미국에서는 2016년 오바마 행정부가 이 협약을 적극 지지하고 가입했지만, 트럼프 대통령 1기 시절에 공식 탈퇴했습니다. 이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고 협약에 재가입한 바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의 석유 및 가스 시추업체의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규제를 완화해야 하는 만큼 파리 기후 협약을 탈퇴하려고 하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즉각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석유 시추를 지시하겠다"며 "우리는 대량의 석유와 가스 등을 수출해 부유한 국가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취임 첫날 새로운 관세 부과하는 행정명령 보류
다만 전 세계가 주목하는 새로운 관세 정책은 즉각 시행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취임 첫날 예고한 새로운 관세를 부과한다는 행정명령이 보류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날 <뉴욕타임즈(NYT)>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즉시 내릴 것으로 예상되던 관세 명령 조치를 보류하면서 대신에 연방 기관에 광범위한 무역 문제 목록을 연구하도록 지시하는 행정 명령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 정부에 중국 및 북미 이웃 국가들과의 무역 정책과 경제 관계를 평가하도록 지시하는 메모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연방 정부에 미국의 지속적인 무역 적자를 완화하고 다른 국가의 불공정 무역 및 통화 정책에 맞서도록 지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는 중국, 캐나다, 멕시코에 집중해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 및 2020년 중국과의 무역 협정 준수 여부를 평가하도록 지시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 고위 정책 고문은 WSJ에 "트럼프 대통령이 신중한 방식으로 무역 정책을 발전시키기를 원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무역적자, 불공정 무역 관행, 환율 조작 외 위조 상품에 대한 정책과 800달러 미만 상품에 대한 관세 면제, 1기행정부에서 취한 무역 및 관세 조치에 대해서도 검토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뉴욕=김하늬 통신원 hani487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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