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줄이라더니…대환대출 활성화한다는 금융당국
금감원 "내달 대환대출 활성화 방안 밝힐 계획"
2025-01-21 14:54:03 2025-01-22 08:01:33
 
[뉴스토마토 문성주 기자] 가계부채 증가세 억제 고삐를 죄고 있는 금융당국이 한편에선 대환대출 활성화를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한쪽에선 대출을 누르고 한쪽에선 대출을 늘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대환대출 이용실적 급감
 
21일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대출·주택담보대출·전세대출 등 전체 대환대출 인프라 이용 건수는 총 19만4620건, 이용액은 총 13조98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이용 실적은 전체적으로 연말로 갈수록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대환대출 인프라 이용 실적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이용 건수는 4만766건, 이용액은 7조7324억원에 달했습니다. 분기별로 살펴보면 이용 실적이 가장 많은 1분기에 이용 건수 1만7933건, 이용액 3조3113억원을 기록한 반면 4분기에는 이용 건수 1220건, 2221억원에 그쳐 각각 93.2%, 93.3% 감소했습니다.
 
서민들의 급전창구로 이용되는 신용대출 또한 1분기 이용액이 1조870억원에 달하는 반면 4분기에는 5032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전세대출 역시 1분기 1조243억원에 달했지만 4분기에는 약 2784억원을 기록하며 약 72.8% 감소했습니다.
 
대환대출 인프라는 금융 소비자들이 은행 등 금융사별로 대출 조건을 비교하고 유리한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게 마련된 서비스입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초 대환대출 인프라 이용 대상 대출 상품의 범위를 아파트 주담대와 전세대출까지 확대한 바 있습니다.
 
연말로 갈수록 대환대출 인프라 이용 실적이 감소한 것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옥죄기가 이어지면서 상당수 은행이 비대면 대환대출 취급을 중단한 탓으로 보입니다. 작년 4분기 주요 은행들은 비대면 신대출을 중단하고 대출 갈아타기를 금지하는 등 가계대출에 보수적으로 접근한 바 있습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원회가 주도한 대환대출 인프라가 처음에는 화려하게 데뷔를 했지만 작년 부동산 시장이 갑자기 주목받으며 대출이 급증해 당국이 관리하기 어려워져 색이 바랜 측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대환대출 인프라가 이번 정부 최대 성과라며 추켜세우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세계최초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 도입으로 작년 약 30만명이 1인당 연 174만원의 이자를 경감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대환대출 인프라 이용 건수는 4만766건, 이용액은 7조732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은 상반기에 비해 연말로 갈수록 급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래프= 뉴스토마토)
 
가계대출 관리와 상충
 
정치권에서도 대환대출 취급 축소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 의원은 "금융당국에서는 대환대출 인프라와 관련해 실적이 좋다고 홍보하는데 현실은 막상 그렇지 않다"면서 "소비자들이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환대출 인프라 활성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꼬집었습니다.
 
금융당국은 다음달 대환대출 활성화 방안을 내놓을 계획으로 전해졌습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대환대출 활성화 방안까지 담긴 올해 가계대출 관리 방향을 다음달 업무계획 발표에서 밝힐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최근 주담대 중도상환수수료가 대폭 절감된 것은 대환대출 시장 활성화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실제 발생하는 비용 내에서만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하도록 제도를 개편하면서 신규 주담대 중도상환수수료율이 기존 대비 절반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에 돌입한 만큼 추후 금리가 더 낮은 대출 상품이 나오면 금융소비자들이 대출 갈아타기를 하는 경우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방안과 대환대출 활성화 방안은 상충된다는 입장입니다. 당국은 올해도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강화키로 한데다 하반기에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를 예고한 상황입니다. 또 은행권 가계대출 현황을 월별·분기별로 점검한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을 강하게 옥죄면서 대환대출 인프라를 활성화 한다는 건 그 목적이 상충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작년에 제출한 대출 총량을 넘어선 은행들을 제재할 전망입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당국이 주도한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로 떠안은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대출 등 증가분은 페널티 산정에서 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조만간 당국이 작년에 대출 총량을 넘긴 은행들을 상대로 제재할 것이라고 해 긴장된 상태"라면서 "당국이 주도한 대환대출 부분이 대출 총량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고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금융당국은 다음달 올해 가계대출 관리 방향을 공개할 때 대환대출 활성화 방안도 함께 내놓을 계획으로 전해졌다. (사진= 뉴시스)
 
문성주 기자 moonsj709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