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자동차 노사갈등)②파업 손실과 대미 관세 위협…경쟁력 위기 직면
트럼프 정부 2기 시작에 대미 수출 관세 인상 악재
중국 저가 전기차 국내 출시에 경쟁력 하락 우려
노조 리스크 치명적 '평가'…"매년 임단협 정상운영 저해"
2025-01-23 06:00:00 2025-01-23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1월 21일 14:55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오랜 시간 마찰을 빚어온 자동차업계 노사가 최근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해 하반기 자동차 생산량이 석 달 연속 감소하며 전산업생산지수 하락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IB토마토>는 이러한 노사 갈등이 자동차 산업을 넘어 산업 전반의 생산 감소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구조적 변화와 대책을 모색하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최근 자동차기업 노조 파업이 다시 번지고 있어 업계 근심이 짙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시작에 따라 대미 수출 관세가 대폭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에는 비야디(BYD) 등 중국산 저가 전기차가 국내에서 판매되기 시작해 자동차업계 변동성이 큰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발생한 노조리스크는 자동차업계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업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13년 일어난 현대차 부분파업...만들다 만 자동차. (사진=연합뉴스)
 
전기차 생산, 노동력 수요 감소 가능성 커 
 
2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현대차(005380) 노조는 전동화 전환 과정에서 고용안정을 요구하며 회사와의 협상을 지속해왔다. 전기차 생산은 내연기관차 대비 부품 수가 적어 조립 공정이 단순화되면서 노동력 수요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노조는 기존 인력의 고용 보장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회사의 전동화 투자 계획과 충돌하고 있다.
 
지난 2021년에도 전기차 생산라인 전환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계획했지만 노조와의 협상 지연으로 인해 일정이 연기된 바 있다. 당시 노조는 고용 안정과 인력 충원을 요구하며 장기간 협상을 이어갔고, 이로 인해 전기차 생산라인 구축에 차질이 빚어졌다. 현대차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 속에서 이 같은 지연을 겪어 신차 출시와 생산 확대의 중요한 시기를 놓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아(000270) 노조 역시 지난해 11월부터 전기차 전용 공장 건설 계획과 관련해 기존 공장 노동자의 업무 재배치를 두고 사측과 대립 중이다. 회사는 효율적인 생산 체계를 위해 일부 공정을 자동화하고 재배치를 추진하고 있지만, 노조는 이 과정에서의 고용 축소 가능성을 문제 삼으며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2023년에는 전기차 공장 설립을 위해 경기도 화성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했지만, 노조가 기존 근로자들의 근무 환경 개선 및 복지 확대를 요구하며 협상에 난항을 겪었다. 이로 인해 생산 시설을 확장하려던 계획이 지연됐고, 글로벌 전기차 수요에 즉각 대응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이처럼 노사갈등은 자동차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동차업계 노사 갈등이 심할 경우에는 생산 중단으로 이어져 수출 감소와 해외 시장점유율 하락을 초래하게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위한 노조 파업이 진행되기도 했다. 금속노조 산하인 현대차와 한국GM·현대모비스·발레오만도 등 주요 사업장이 파업에 참여했다. 금속노조 상급인 민주노총의 무기한 총파업 지침에 따라서다. 자동차 노조가 참여한 이 같은 파업에는 기업이 취할 수 있는 뚜렷한 해결 방안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다. 결국 노조의 이러한 정치적 파업으로 빚어진 생산 차질 피해는 기업과 노동자에게 돌아가게 된다는 평가다.
 
 
노조 파업 손실 규모현대차만 연간 1조원 추정
 
일각에서는 파업으로 인한 현대차의 연간 손실이 1조원이 넘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와 같은 노조리스크는 기업의 단순한 매출 감소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글로벌 경쟁사들이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와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자동차업계가 노조 파업으로 실제 이러한 규모의 손실을 내고 있다는 것은 글로벌 경쟁력 측면에서 매우 큰 마이너스 요소라는 평가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자동차업계 내부의 가장 큰 암덩어리가 노사 분규다. 특히 한국은 강성 노조인 측면이 있어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을 매년 한다"면서 "미국은 주마다 다르지만 3년에서 5년에 한 번꼴로 협상을 해서 안정적으로 몇년 간 운영을 해나갈 수 있는데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매년  임단협을 하다 보니 실질적으로 정상운행하는 날은 1년에 얼마 되지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비우호적인 대외 상황도 문제다. 20일부터 두번째 임기를 시작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수입 자동차에 대한 관세 인상과 전기차 등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한 사업에 세제 혜택을 줬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를 고려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국내 자동차 업체들에게 막대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동시에 중국의 비야디와 같은 저가 전기차 브랜드들이 국내 시장에 진출하며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시장 침투를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시장 변동성 속에서 국내 자동차업계의 노조 리스크는 기업들에게 더욱 큰 위협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노사갈등이 지속된다면 국내 자동차 기업들은 기술 개발과 생산 효율성을 강화하는데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지 못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가 더욱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 대통령 탄핵 국면에다 미국엔 자국우선주의를 밀어붙이는 트럼프가 재임을 시작했고, 중국은 저가 전기차 공세를 퍼붓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대내외적 혼란기에 노조는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고 상생하는 게 자신의 일자리도 지키고 복지 등 근무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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