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내란 여파에 '속수무책' 정부…'각자도생' 분주한 재계
트럼프 취임 임박…'카운터 파트너' 없는 한국
국내 정치 불확실성 속 관세 대응 나선 재계
재계 "트럼프 잡아라" 접점 마련에도 안간힘
기업 개별 노력은 한계…'민관 협력' 더 중요
2025-01-17 17:06:32 2025-01-17 17:06:32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20(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두번째 임기 시작으로 트럼프 2.0’ 시대가 열리면서 재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예고한 가운데 산업 전반에 미칠 파고에 대응하기 위한 재계의 노력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특히 내란 사태 여파로 트럼프를 상대할 카운터 파트너’조차 없는 상황에서 재계는 각자도생에 분주한 상황입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공식 사진 (사진=트럼프 인수위)
 
17일 재계와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무역규제, 전기차 등 국내 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 변경 등 약 100여 건의 행정명령에 서명할 예정입니다. 중국 등 글로벌 국가에 관세를 부과하고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 폐지·축소 등이 즉시 발효될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내란 사태 여파로 인해 개점휴업 중인 정부는 미국의 정책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정부는 지난 6일에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하고 외교부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 장관이 참석하는 대외경제현안간담회를 열고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대응에 나섰습니다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적 거래를 중시하는 성향이지만, 자신과 거래할 파트너가 없는 한국을 당장 만날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에 10%의 보편 관세를 적용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데요또한 중국산 제품에는 60%의 관세를 매기고캐나다와 멕시코에서 들어오는 제품의 경우 최소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전망됩니다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런 입장을 재확인하기도 했는데요지난 14일 외국 기업에서 관세를 걷을 별도 정부 기관인 대외수입청을 설립하겠다고 밝히며 우리와 교역에서 돈을 벌어가는 이들에게 청구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가장 먼저 관세 폭탄이 우려되는 기업은 현대차그룹입니다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005380)·기아(000270)의 지난해 전체 수출 대수는 218698대고수출액은 5336000만달러(약 777000억원)입니다이 중 지역별 수출 비중은 북미가 55.6%로 과반을 넘습니다관세 장벽이 현실화하면 매출액에 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현대차·기아 사옥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은 이러한 관세 위기를 현지 생산 비중을 끌어올려 돌파하겠다는 방침인데요현지 공장에 더해 현대차·기아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의 생산 능력을 더욱 끌어올린다는 목표입니다현지 공급 물량 확대를 위해 현대제철은 미국 현지 제철소 건설도 검토 중입니다철강 쿼터제로 수출 제약이 있는 한계와 관세 장벽을 극복하고, 새로운 행정부에 투자 유치라는 선물도 안겨줄 수 있다는 이점도 있습니다. 
 
반도체 업계도 불확실성 속 대응책 마련에 분주합니다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도 관세 피해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요.
 
삼성전자는 약 370억달러(약 54조원)를 들여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387000만달러(약 56000억원)를 투자해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기지를 건설 중입니다현지 투자와 생산 확대를 통해 관세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목표인데요바이든 행정부로부터 반도체 및 과학법’(칩스법)을 통한 보조금 지급도 확정 지었습니다미국에 공장을 짓는 대가로 삼성은 474500만달러(약 69000억원), SK하이닉스는 45800만달러(약 6600억원)을 받기로 했는데요트럼프 대통령이 칩스법을 두고 폐기 가능성을 언급한 점은 변수입니다.
 
삼성전자 (사진=뉴시스)
 
재계 트럼프 잡아라접점 마련 안간힘
 
현지화 전략 외에도 재계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접점을 늘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요. 개별 기업이 미국 대통령과 만나는 것이 쉽지 않기에 다각도의 방안을 통해 물밑 접촉을 강화하는 모습입니다.
 
삼성과 SK 10대그룹을 포함한 재계는 글로벌 대관 조직을 강화하는 등 현지 네트워크 확대에 힘을 쏟고 있는데요. 미국통 전략 인재를 전면에 배치하는 등 조직개편도 마쳤습니다.
 
트럼프 취임식에 재계 인사 참석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 친분이 있는 정용진 신세계 회장을 비롯해 공화당 인사들과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진 류진 풍산그룹 회장(한국경제인협회 회장), 우오현 SM그룹 회장, 허영인 SPC 회장, 최준호 형지 부회장, 김범석 쿠팡 의장 등이 취임식에 초청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대차그룹도 취임식에 100만달러를 기부하는 등 접점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데요이번 기부를 통해 취임식 전날 열리는 만찬 등 행사에 참석할 기회를 얻게 됐는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임원진과 트럼프와의 비공개 회동’이 성사될지 이목이 쏠립니다.
 
재계가 이렇게 트럼프 2.0’ 시대 불확실성을 타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결국 민관 협력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요.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개별 기업이 그런 라포(친밀감)를 갖고 접근하는 방식은 유의미한 결과를 내기는 어렵고, 사적 라인을 뚫고 가는 것은 개발도상국들이 하는 방법이라며 미국 입장에서 우리나라는 절대 가벼운 존재가 아니기에 국가가 나서서 네고(협상)해야 한다고 했는데요. 그러면서 정치 상황을 빠르게 안정화 시키고 기업들의 개별적인 노력에 더해 국가가 그런 노력을 총괄해주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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