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문성주 기자] 농협금융지주 회장과 금융계열사 대표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농협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 지주사 회장은 지난해 단 한번도 참여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반면 농협중앙회 출신의 비상임이사는 꼬박꼬박 들어가 사실상 금융지주의 모든 인사에 관여했는데요. 농협중앙회가 금융지주사 인사에 개입하면서 지주사의 독립성에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비상임이사, 전방위적 인사 개입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작년 농협금융 임원 선임 관련 임추위는 총 19차례 열렸습니다. 임추위 멤버인 비상임이사는 잠시 공석이던 1~3월 4차례 회의를 제외하고 15차례 모두 출석했습니다. 지난해 주요 이사 선임 내역을 보면 농협금융 임추위는 4월 김병화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고, 12월에는 은행장 등 금융계열 대표이사 후보 6명, 지주사 회장 직무대행 후보 등을 추천했습니다.
그러나 농협금융 수장인 회장은 임추위에 참여하지 못합니다. 중앙회장 측근이 비상임이사로 있으면서 여러 인사에 관여할 때 정작 회장 본인은 자신과 손발을 맞춰야 할 계열사 CEO들의 인사에서 배제돼 있는 셈입니다. 이런 일이 가능한 건 농협금융이 다른 금융지주사와 달리 임추위가 지주 회장을 포함한 사외이사,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등 후보 추천을 모두 담당하기 때문입니다.
농협금융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따르면 임추위는 5명 이상의 이사로 구성하고 위원의 과반수를 사외이사로 구성해야 합니다. 현재 사외이사 3명과 사내이사 1명, 비상임이사 1명으로 구성돼 있는데요. 임추위 멤버는 이윤석 사외이사(위원장)와 이종백 사외이사, 길재욱 사외이사, 박흥식 비상임이사, 김익수 사내이사(현 농협금융지주 전략 기획 부문장)입니다.
금융감독원은 농협중앙회의 인사 개입 관행이 끊이지 않자 지난해 5월부터 농협금융과 농협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진행, 지배구조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금감원은 검사를 시작하면서 농협중앙회의 인사 개입이 금융지주사법 45조의4 '주요출자자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 금지'에 대한 위반 소지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다만 금감원 관계자는 "임추위 구성원에 지주사 회장을 포함시켜라 마라는 식으로 강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과 '연'이 있는 인사들이 농협금융 이사회를 비롯해 계열사 대표이사에 내려오면서 인사 개입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현안관련 보고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지배구조법 준수 '구색맞추기'
농협금융은 지난해 금감원의 권고 사항을 반영해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개정했습니다. 임추위 관련 조항에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 할 때에는 비상임이사를 제외하고 구성한다'는 내용을 신설했습니다. 비상임이사가 사외이사 후보 추천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한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이사회의 경영진 견제 기능을 강화하는 지배구조법 개선 차원에서 '구색 맞추기'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사외이사가 임추위 과반을 구성하고 있지만 중앙회의 입김으로부터 독립적이기는 어려운 구조입니다. 박흥식 비상임이사의 경우 현재 농협금융 이사회에서 임추위를 비롯해 이사회운영위원회와 보수위원회 위원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특히 박 이사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사회운영위는 이사 활동 평가 업무를 맡고 있는데요. 사외이사의 보수와 임기 등을 결정하는 자리입니다. 최근 선임된 김병화 이사회 의장도 과거 농협중앙회 이사를 지내면서 강 회장과 연을 맺은 인물입니다. 경영진 견제라는 이사회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지 의문이 따르는 이유입니다.
결국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농협금융 회장부터 금융계열사 수장 자리까지 농협중앙회장과 '연'이 있는 인물들로 채워졌습니다. 다음달 취임할 예정인 이찬우 농협금융 회장 내정자는 부산이 고향입니다. 행정고시 31회의 재정경제부 출신으로 금감원 수석부원장을 지냈고 문재인정부때 기획재정부 차관보를 지냈습니다. 강 회장과 코드가 맞으면서도 조기 대선 가시화에 따라 민주당 정권으로의 교체까지 감안한 인사란 해석이 나옵니다.
경남 진주 출신의 강태영 NH농협은행장도 대표적인 강 회장 라인으로 꼽힙니다. 경남 합천 출신으로 강 회장과 동향인 송춘수 농협손해보험 대표는 2022년 부사장으로 퇴임했다가 2년여 만에 대표로 돌아왔고, 박병희 농협생명 대표는 경북 청도 출신입니다. 농협금융의 2인자로 현재 회장 직무대행을 하고 있는 이재호 농협금융 전략기획부문 부사장도 경남 진주에서 학창시절을 보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내달 초 농협금융지주··농협은행 등 주요 금융지주사와 은행에 대한 정기검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서울 여의도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문성주 기자 moonsj709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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