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필름형 첨단 회로소재 전문기업
아이씨에이치(368600)가 채무상환용 전환사채(CB)를 발행하며 주주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기발행된 CB를 조기상환할 목적의 CB 발행으로 갈아타기 한 것인데요. 2년 전에 비해 주가가 3분의 1토막 나며 주주 손실이 커졌는데, 갈아타기 CB 발행으로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규모가 증가했습니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이씨에이치는 지난 20일 3회차 CB 발행을 결정하고 22일 납입이 완료됐습니다. 3회차 CB의 규모는 190억원으로 자금 조달 목적은 채무상환 165억원, 운영자금 10억원, 시설자금 15억원입니다. 조달 자금 대부분은 채무상환에 사용됩니다.
상환해야 할 채무는 지난 2023년 2월에 발행한 1회차 CB입니다. 1회차 CB의 총 규모는 200억원인데요. 1차 조기상환청구기간인 지난해 12월9일부터 이달 8일에 CB 투자자들이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하며 상환기일인 다음달 7일에 165억원을 조기상환할 예정입니다.
1회차 CB 투자자들이 풋옵션을 행사하는 이유는 현 주가보다 높은 전환가 때문인 것으로 해석됩니다. 1회차 CB는 지난해 11월 최저 조정가액인 5133원으로 전환가가 조정됐습니다. 아이씨에이치 주가는 지난 22일 종가 기준 3305원으로 CB 투자자들은 주식 전환 후 차익실현이 불가능해지며 풋옵션 행사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즉 1회차 CB에서 3회차 CB로 탈바꿈이 일어나는 형국입니다. 최저 전환가 한도까지 도달한 1회차 CB에서 현 주가를 반영해 더 낮은 전환가로의 CB로 바뀐 셈인데요. 3회차 CB의 전환가는 3528원이고 최저 조정가는 2470원입니다. 최저 전환가 기준 1회차 CB 대비 절반 수준입니다.
아이씨에이치는 지난 2022년부터 적자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2022년 76억원, 64억원에서 2023년 101억원, 106억원으로 커졌습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14억원, 19억원으로 여전히 적자 상태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적자 실적이 이어지며 주가도 급락했습니다. 1회차 CB를 발행했던 2023년엔 2월 한 때 9690원까지 주가가 올랐으나 현재는 3000원대로 3분의 1 수준입니다. 주가 하락으로 주주 손실이 커진 상황에서 갈아타기 CB 발행으로 오버행 규모가 커져 기존주주들의 지분 가치는 더욱 희석될 수 있습니다.
1회차 CB는 전환가(5118원) 기준 아이씨에이치 보통주 390만7776주로 전환 가능했지만 전환가가 더 낮은 3회차 CB는 현재 전환가(3528원) 기준 538만5487주로 약 148만주 가량 전환 물량이 증가했습니다. 현 발행주식 총수(1753만8346주) 대비로 봤을 때 30.7% 물량이 시장에 출회될 수 있습니다. 3회차 CB가 최저가로 조정된다면 전환 주식 수는 769만2307주, 발행주식 총수 대비 43.9%로 늘어납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CB의) 전환가액이 낮아지면 더 많은 주식이 전환에 의해 발행될 수 있다는 걸 의미하고 있다"며 "전환되는 물량이 커지면 지분 희석 효과가 더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버행 증가에 대해 아이씨에이치 관계자는 "현금이 생기면 자기주식 취득을 하는 등 여러가지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며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신규 고객사 획득, 신규 아이템 출시 등 IR 활동을 활발하게 진행 중"이라고 답했습니다.
필름형 첨단 회로소재 전문기업 아이씨에이치가 최근 채무상환용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사진=아이씨에이치 홈페이지 갈무리)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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