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건자재업계가 추운 겨울을 나고 있습니다. 후방산업인 탓에 지난해 좋지 못했던 건설 경기 영향이 올해는 더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게다가 대통령 탄핵 판결까지 앞두고 있어 정치적 불확실성도 가중되고 있는 형국입니다.
30일 건자재업계에 따르면 올해는 지난해보다 사정이 좋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건설 경기 악화에 따른 영향이 건자재업계엔 올해 본격적으로 영향이 미치기 때문인데요. 통상 건자재업계의 실적은 부동산 지표보다 6개월~1년 정도 늦게 반영됩니다. 만약 착공이 있어 납품할 물량이 있다면 일정 시간이 지난 뒤에야 자재 납품이 들어가게 됩니다. 반대로 수주가 끊긴다면 기존 수주 건이 마무리된 후에야 실적 악화가 수면 위로 드러나는 식입니다.
지난해부터 기업들의 비용 절감 기조가 뚜렷해졌는데요. 올해도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건설사들이 신규 착공을 기피하면서 건자재업계는 새로운 수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기업들도 공장 등 대규모 시설 투자를 최소화하고 있는데요.
여기에다 지난해 12월 돌연 비상계엄 선포로 인해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상황이 더 나빠졌습니다. 매년 국토교통부는 부동산 관련 전망이나 예측치, 대책 등을 발표해왔는데요. 올해에는 그런 정책 발표들이 모두 중단됐습니다. 이에 따라 각 업계는 관망세로 돌아섰습니다. 불경기에다 정권이 바뀔지도 모르는 상황 속 정책 향방을 예측하기가 힘들어 일단 다들 움츠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 여파는 고스란히 건자재업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건자재업계는 지난해 3분기까지는 그나마 선방했지만 4분기부터는 실적 부진을 막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LX하우시스는 매출 성장에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떨어졌습니다. LX하우시스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3조5720억원, 영업이익 97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3%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11.3% 줄었습니다. 당기순이익은 443억원으로 전년 대비 28.3%나 빠졌습니다.
LX하우시스의 LX지인 창호 뷰프레임. (사진=LX하우시스)
건자재업계의 한 관계자는 "B2B, B2C 모두 침체기다. 건자재업계 모두 안좋은 상황"이라며 "올해는 더욱 상황이 나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인하 가능성이 줄어들면서 집 사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건설사가 안 좋다고 얘기하면 건자재업계도 똑같은 영향을 받는다. 여기에다 탄핵 정국이 기름을 부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건자재 실적이 나빴지만 3분기까지는 많이 빠지지 않았다. 4분기부터 올해까지 타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부재한 상황이니 다들 상황을 살피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정권이 바뀌면 부동산 정책을 완화하는 경우가 많이 있으니 이에 대한 기대감은 있는 것 같다. 그 전까지는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건자재업계는 건설경기 부진을 상쇄하기 위해 다른 사업영역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KCC는 도료 사업을 통해 건자재의 빈자리를 메울 전망인데요.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선박 발주가 늘어나면서 조선업계가 호황을 맞이하고 있는 가운데 KCC는 HD현대와 손잡고 도료 수주에 박차를 가할 예정입니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KCC의 건자재부문 실적은 전 분기 대비 둔화될 전망"이라면서 "도료부문은 조선·자동차 등 준 캡티브 마켓의 견고한 수요 지속과 해외 실적 개선 등으로 건설 비수기임에도 견고한 수익성이 예상된다"고 분석했습니다.
LX하우시스의 경우 자동차 소재 부문에서 실적 급감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김세련 LS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LX하우시스 건자재 부문은 연말 둔화된 주택매매거래량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고마진인 B2C 비중의 이익 비중 감소, 원재료인 메틸메타크릴레이트(MMA)의 가격 반등이 반영돼 실적 악화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다만 "자동차소재·산업용필름 부문의 실적 견인이 지속되면서 4분기는 이익 하방을 방어하고, 2025년은 증익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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