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1.5도 넘어선 기후위기, 문제는 정치다
2025-01-31 06:00:00 2025-01-31 09:11:13
지난 2024년은 가장 더운 해였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산업화 이전(1850~1900년) 평균보다 약 1.55도 상승한 2024년을 가장 뜨거웠던 해로 확정했다. 이렇게 2024년은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1.5도 상승한 첫해로 기록됐다. 1.5도는 2015년 체결한 파리협정을 통해 국제사회가 기후재앙을 막기 위해 이번 세기말까지 제한하기로 한 지구 온도 상승 목표다. 
 
하지만 한 해 기온만으로 1.5도 ‘마지노선’을 넘어섰다고 평가하기는 이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개별 연도에 1.5도를 넘어선 것이 장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평가했다. 셀레스트 사울로 WMO 사무총장도 “1.5도 미만이든 초과이든 지구온난화가 추가될 때마다 우리의 삶과 경제, 지구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최근 예상했던 1.5도 초과 시점이 2021~2040년 중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2024년에 1.5도 상승은 기후변화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경고임이 분명하다. 국제기구의 수장들은 지구 평균 기온이 개별 연도에 1.5도를 초과했더라도 더 이상 오르지 못하도록 해야 하고 1.5도를 초과하는 기간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45% 이상 감축해야 하고 2050년까지는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 하지만 2024년 화석연료 사용으로 발생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줄어들기는커녕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절반 가까이 줄여야 하는 2030년은 6년도 채 남지 않았다. 지난해 유엔환경계획(UNEP)은 지금과 같은 기후 대응으로는 이번 세기말까지 평균 기온이 3.1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이 와중에 출범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전 지구적 기후위기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대통령 취임 직후 예고했던 대로 파리협정을 탈퇴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화석연료인 석유와 가스의 시추 및 생산을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에 이어 매년 2번째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고, 기후변화에 장기간 영향을 끼치는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 1위인 미국의 결정이라는 점에서 위기감이 더할 수밖에 없다.
 
반면 유럽연합(EU)은 ‘그린딜’ 정책을 중심으로 역내 배출권거래제(ETS) 강화, 2030년 온실가스 배출 55% 감축, 2030년 재생에너지 45% 목표, 산업 부문 탈탄소화, 2035년 내연기관 신차 판매 금지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3년 과도기를 거쳐 2026년부터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본격 시행할 계획이다. 한편 중국은 태양광과 풍력, 전기차, 배터리 등 녹색산업 ‘선진국’으로써 경쟁력을 확고하게 다져가고 있다.
 
2024년 말 대통령의 계엄령 사태와 탄핵, 체포, 구속기소까지 이어진 혼란한 정국에서 2025년 한국 기후 정책의 향방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불충분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실적, 과다한 온실가스 배출 산업과 석탄발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꼴찌 수준인 재생에너지 비중 등에 따라 부여된 ‘기후악당’ 국가라는 오명을 벗어나는 게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 EU, 중국 등 국제적인 정세 변화와 국내 정치의 불안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올해에 대통령 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차기 정부는 2025~2030년까지 기후위기의 ‘티핑포인트’를 가늠할 중차대한 시기를 책임지게 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현재 국제사회의 기후위기 대응만으로는 2050년에 기온 3도 상승 시나리오를 피할 수 없으며 이에 따라 65년 뒤에는 세계 인구와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이 사라질 수 있다. 전 지구적 위기를 타개할 정치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문제는 정치인데, 정치가 문제다.
 
권승문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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