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과학계, 마이크로소프트의 ‘양자 컴퓨팅 혁신’에 의구심
마이크로소프트의 토폴로지 큐비트 주장, 과학계 ‘증거 부족’ 맞서
2025-03-25 10:08:02 2025-03-25 15:40:11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 2월 공개한 마조라나 1. (자료: 마이크로소프트)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마이크로소프트는 2월19일 ‘마이크로소프트, 세계 최초의 토폴로지 큐비트 기반 양자 프로세서인 마조라나 1 공개’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최초의 위상 큐비트를 만들었다고 발표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마조라나 1’ 칩을 통해 위상 큐비트를 개발했다고 주장하면서, 이 발전이 실제 양자 컴퓨팅의 타임라인을 수십년에서 몇년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당시 이와 관련한 논문을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발표한 최초의 ‘토폴로지’ 큐비트 실현 주장에 대해 과학계의 의문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16~21일에 개최된 미국 물리학회(APS) 회의의 Global Physics Summit에서 열린 마이크로소프트의 연구 발표는 큰 주목을 받았지만, 물리학자들은 충분한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퀀텀 인사이더(Quantum Insider)>의 보도에 따르면 이 회의에 참석한 스위스 바젤 대학의 이론가 다니엘 로스(Daniel Loss)는 “아름다운 강연이었지만, 그들은 과장했다”라고 강력한 주장과 상대적으로 부족한 증거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다수의 청중이 마이크로소프트가 정말로 최초의 위상 큐비트를 만들었는지 그 여부가 아직 확실하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네이처(Nature) 뉴스는 지난 3월 18일 “마이크로소프트의 양자 컴퓨팅 주장은 여전히 증거가 부족하다: 물리학자들은 의구심을 품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문제를 상세히 다루었습니다.
 
과학자들, "검증 과정 미흡" 주장
 
마이크로소프트의 연구에 대한 가장 큰 비판은 검증 부족입니다. 물리학자들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공개된 증거가 부족하다고 비판합니다. 네이처에 게재된 논문이 동료 심사(peer review)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도 신뢰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그 내용도 토폴로지 큐비트의 존재를 입증하기보다는 그 측정 방법을 다루는 수준이었다는 것입니다.
 
야후 테크(Yahoo Tech)는 이론 물리학자 존 프레스킬(John Preskill)의 말을 인용하여 “마이크로소프트의 로드맵에 따르면 위상적으로 보호된 큐비트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특정 프로토콜이 필요하며, 현재 이 테스트가 성공적으로 수행되었다는 공개된 증거는 없다”고 보도했습니다.
 
최근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네이처 뉴스에 따르면 영국의 물리학자 헨리 레그(Henry Legg) 교수도 마이크로소프트의 검증 방법에 의구심을 제기했습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실험이 거짓인 것이 참으로 잘못 판정되는 ‘긍정 오류(false positive)’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뉴저지 프린스턴 대학의 실험 물리학자 알리 야즈다니(Ali Yazdani)도 ‘이 문제는 쉽지 않은 도전’이라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토폴로지 큐비트의 새로운 시대 열 것"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런 의구심에 대해 반발하면서 자신들의 연구가 신뢰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양자 컴퓨팅 개발을 이끄는 체탄 나약(Chetan Nayak)은 미국 물리학회 강연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토폴로지 큐비트가 노이즈에 강한 양자 컴퓨터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새로운 데이터와 함께 큐비트의 도식도를 제시하며, 초저온 환경에서 인듐 비소(InSb) 기판 위의 H자형 알루미늄 와이어를 통해 마조라나 준입자가 형성됨을 보였다고 밝혔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소속 물리학자인 로만 루친(Roman Lutchyn)은 "레그의 연구 결과는 700건 중 하나의 사례일 뿐"이라며 논란을 일축했습니다. 마조라나 입자는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에토레 마조라나가 1937년 이론적으로 예측한 것으로, 양자컴퓨터 개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핵심 중의 하나입니다.
 
여전히 남은 의문들
 
그러나 과학계의 회의적인 시각은 여전합니다. 코넬 대학의 이론 물리학자 김은아(Eun-Ah Kim) 교수는 네이처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데이터에서 특징적인 바이모달 신호를 명확히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며 “향후 실험을 통해 보다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라고 밝혔습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는 아마존의 양자 기술 책임자인 시몬 세베리니(Microsoft quantum Simone Severini)는 과학적 증거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장을 완전히 뒷받침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마조라나 1’ 칩 발표는 양자 컴퓨팅 분야에서 잠재적으로 중요한 단계를 나타냈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상세한 증거나 검증이 부족해서 물리학자와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 회의적인 시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향후 추가 연구를 통해 논란을 해소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학계에서는 보다 명확한 증거와 실험적 재현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양자 컴퓨팅의 획기적 발전’ 발표가 과학계의 추가적인 검증과 투명성을 통해 진정한 혁신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토폴로지 큐비트의 상태 읽기. (자료 : 마이크로소프트)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kosns.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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