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할 일 태산인데…부산 개청 앞두고 '날벼락'
사실상 '비상 체제' 해수부
부산 시대 앞두고 '적잖은 충격'
정책 추진 상실 우려?…"흔들림 없어"
단, 속도 반감 불가피…"중심 잡고 추진"
차관 주재, 주요 정책·일정 조정 '고삐'
2025-12-11 17:53:23 2025-12-11 18:08:49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해양수산부가 23일 예정된 부산 개청식을 앞두고 사실상 '비상 체제'에 돌입한 분위기입니다.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전재수 해수부 장관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부산 이전 첫발에 '장관 공석'이라는 초유의 상황을 맞았기 때문입니다.
 
유엔(UN) 해양총회 유치를 위한 미국 방문 후 11일 귀국한 전재수 전 장관이 '해수부가 흔들려선 안 된다'며 물러났지만 부처 내 분위기는 '날벼락'을 맞았다는 말이 흘러나옵니다. 이사 트럭에 올릴 짐이 줄지은 날 터진 장관 사의 표명은 적잖은 충격이기 때문입니다.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부산 시대' 앞두고 '당혹감'
 
오는 23일 부산 국제업무지구에서의 공식 개청식을 통한 '부산 시대' 개막이 예고된 상황에서 해수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주부터 본격적인 부산 이전에 착수한 해수부 내 A 직원은 "말 그대로 날벼락"이라며 "당장 이사와 개청식 준비만으로도 정신이 없는데 장관 의혹까지 터져 당혹스럽다"고 토로했습니다. 
 
더욱이 일선 직원들 사이에선 우릴 (부산으로) 보내놓고 사건을 명분 삼아 장관은 발 빼는 것 아니냐는 식의 음모론까지 토로하고 있습니다. 부산 이전은 새 정부가 밀어붙인 상징적 프로젝트인 만큼, 장관의 돌발 사의가 부처 내 심리적 동요로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해수부 내 간부들은 "정신없고 당혹스럽다"면서도 정책 일정의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말로 견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선 직원들의 토로가 섞인 음모론과 관련해서는 "터무니없는 얘기로 내려가는 것에 대한 불만이 있는 직원들도 있다. 내려가는 마당에 불만을 토로한 정도로 봐야 한다"면서도 어수선한 심경을 전했습니다.
 
해수부 고위 관계자는 "장관을 오래 보진 못했지만 조직과 정부에 부담되는 상황을 매우 신경 쓰는 성정"이라며 "장관다운 선택이다. 본인 욕심 아닌 조직 보호 차원을 위한 정치적 결단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행정 조직에 미칠 영향을 우선하는 스타일로 사의 표명 자리에서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선 안 된다'고 말한 것 보면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귀띔했습니다.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의혹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동력 상실 우려…"멈추는 일은 없을 것"
 
해수부를 바라보는 세종 관가는 우려의 시선이 큽니다. 부산 이전과 동시에 수장의 공석 사태로 맞을 정책 추진에 대한 동력 상실이 우려되기 때문입니다.
 
해수부는 개청식, 업무보고와 함께 HMM 이전 문제, 해사법원 설립, 동남권 투자공사 설립 등 직결된 '집적화' 과제들이 산제돼 있는 상황입니다. 소관, 연계 업무 관련 모두 전재수 장관이 직접 뛰어다니며 드라이브를 걸던 과제들입니다.
 
해수부에 정통한 타 부처 관계자는 "전 장관이 주요 정책의 얼개는 이미 다 세팅해놓고 추진을 지시했지만 공석으로 인한 일정 및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하지 않겠냐"면서 "당장 부산 시대를 알리는 개청식부터 소폭으로 할지, 큰 폭으로 할지 고민이 클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에 대해 내부 관계자는 "정책 추진 동력에 대한 우려는 과하다고 본다"며 "북극항로 추진본부, 이주특별법, 부산 이전 로드맵 등 큰 방향은 확정돼 있어 공석이 생겼다고 사업이 멈추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분명히 했습니다.
 
다만, 북극항로 시대를 대비한 해양수도권 육성 등 해수부 핵심 정책 추진에 대한 속도감이 다소 반감될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할 부분입니다. 
 
이 관계자는 "북극항로 추진본부 등 기본적인 틀은 전 장관이 다 만들어놨기 때문에 그대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제까지 추진해온 정책이 주저앉거나 흐트러지면 해수부가 잘못하고 있다는 얘기인 만큼, 중심을 잡고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9일 해양수산부의 첫 이삿짐 트럭이 부산 동구에 위치한 임시청사에 도착해 있다. (사진=해양수산부)
 
차관 주재 긴급회의 돌입…주요 정책·일정 조정
 
장관 사의에 대해 대통령이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후임 장관 임명 전까지 김성범 차관이 직무 수행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사실상 '비상 체제'인 관계로 부산 이전과 개청식 준비 등 모든 일정을 차관 체제로 밀어붙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날 해수부는 오후 차관 주재로 3실장들과 긴급회의에 돌입하는 등 주요 정책과 일정 조정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현재로선 부산 이전 마무리, 개청식 규모·방식 재조정, 연말 업무보고 형식 결정, 북극항로 시대 전략 발표 일정 여부, HMM·해사법원 등 집적화 과제 조율 등이 선결 과제로 축약됩니다.
 
관료 출신의 한 전문가는 "정치적 이슈가 장기화될 경우 공무원 사회 특성상 '정책 리스크 회피' 심리가 퍼져 속도가 반감되는 경향이 있다"며 "공백 사태와 부산 이전 후에도 내부 동요 방지 등 공직 기강 확립과 일선 직원들의 심리적 안정감 확보도 중요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한편, 전 장관은 사의 표명을 통해 "흔들림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제가 해수부 장관직을 내려놓는 것이 온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불법적인 금품 수수는 단연코 없었다. 추후 수사 형태이든 제가 여러 가지 것들 종합해 국민들께 말씀드리거나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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