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철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8분간 대국민 연설은 '자화자찬'으로 채워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에 책임을 돌리며 물가·관세 등에서 자신의 성과를 과시했는데요. 그는 "조 바이든이 망친 경제를 살렸다"고 자평했습니다. 내년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악화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여론 뒤집기를 시도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처음부터 끝까지 민주당 탓…성과 과시에 '급급'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저녁 9시(동부시간 기준) 미국 백악관에서 20분 가까이 생중계한 대국민연설에서 "11개월 동안 우리는 미국 역사상 어느 행정부보다도 워싱턴에 많은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6번'이나 언급하며 전 정부의 책임론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11개월 전 엉망진창인 상황을 물려받았고, 그것을 바로잡고 있다"며 "내가 취임할 당시, 인플레이션은 지난 48년 중 최악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물가는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고, 수백만 명의 미국인에게 삶은 감당할 수 없는 것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민주당 행정부 시절에 벌어진 일이며, 바로 그때 우리가 처음으로 생활비 부담 경감이라는 단어를 듣기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미국 내 물가 상승의 원인으로 바이든 행정부를 지목한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 (바이든) 행정부와 그들의 의회 내 동맹은 수조 달러에 달하는 돈을 재무부에서 약탈했다"며 "물가와 모든 비용을 전에 본 적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했습니다. 그는 "나는 높은 물가를 끌어내리고 있으며, 매우 빠르게 낮췄다"고 비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정책에 대해서도 바이든 대통령의 책임을 부각했습니다. 그는 "지난 4년 동안 미국은 내부자·불법 이민자·상습 범죄자·기업 로비스트·수감자·테러리스트 무엇보다도 우리를 전례 없는 수준으로 이용해온 외국을 위해 싸운 정치인들에 의해 지배됐다"고 평가했습니다.
관세에 대해선 18조달러(한화 약 2660조원) 규모 투자를 유치한 점을 성과로 꼽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통해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임금 인상·경제 성장·공장 신설 등을 이뤄냈다고 자평했습니다. 그는 "해당 성과의 상당 부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인 관세 덕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국경 방어 정책과 불공정한 무역 관행 개선·마약과의 전쟁 등도 우리가 '잘한 일'이라며 치켜세웠습니다.
외교 성과에 대해선 "미국의 힘을 회복하고 8개 전쟁을 종식시켰다"고 했습니다. 그는 "이란의 핵 위협을 끝내고 가자 전쟁을 끝내며 3000년 만에 처음으로 중동에 평화를 가져오고 인질 석방을 이끌어냈다"고 언급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백악관 외교 접견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감세로 '국민 잡기' 총력…주요 외신은 '혹평'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중간선거를 염두에 둔 발언도 이어갔습니다. 특히 미국 경제가 망가진 원인도 민주당 탓으로 돌렸는데요. 그는 에너지 분야를 언급하며 "수년 동안 급진 좌파 민주당은 '친환경 에너지 사기'를 구실로 수십억 달러를 자신들의 거대한 비자금으로 빼돌렸고, 에너지 규제를 통해 가격을 급격히 끌어올렸다"고 비판했습니다. 아울러 "민주당은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로부터 주택 소유의 기회, 나아가 미국의 꿈 자체를 빼앗아갔다"며 "민주당 통치 아래에서, 일반적인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연간 비용은 15000달러(한화 약 2200만원) 증가했다"고 수치를 제시했습니다.
그러면서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상환금을 낮추겠다고 예고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감세 효과로 미국인들이 곧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감세 조치에 따라, 많은 가정은 연간 11000달러에서 21000달러(한화 약 1630만원~2960만원)를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주택 개혁 정책 발표도 예고했습니다. 그러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대폭적 금리 인하를 믿는 사람으로 곧 발표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의약품 가격 인하도 자신의 성과로 내세웠습니다. 그는 "약값과 의약품 가격을 최대 400%, 500%, 심지어 600%까지 인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군 복무 장병에 대한 혜택도 예고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145만명의 군복무 장병은 크리스마스 이전에 특별한 지급금(전사 배당금)을 받는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세계가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경제 붐을 앞두고 있다"며 "내년 경제 상황이 한층 더 좋아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CNN>, <AP> 등 미국 주요 외신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성과 부풀리기와 정치적 불안감이 뒤섞인 이례적인 연설"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이들 외신은 전통적 대통령 대국민 연설이라기보다 내용이 응축된 선거 유세에 가까웠다고 혹평했습니다. 높은 식료품비·주거비·공공요금으로 인한 미국 국민의 불안함이 여전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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