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입틀막이냐, 언론개혁이냐'…정보통신망법 쟁점 '넷'
정통망법 개정안, 24일 국회 본회의 통과
모호한 개념…"법원 해석에 판단 맡겨야"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유지…언론계 '반발'
비대해진 방미통위 권한…'소송 남발' 우려
2025-12-24 16:59:53 2025-12-24 18:23:23
[뉴스토마토 김성은·차철우 기자] 민주당 주도로 24일 국회 문턱을 넘은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정통망법)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정통망법은 고의로 불법 정보나 허위·조작 정보를 유통할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미 유죄, 손해배상, 정정보도 등이 확정판결된 정보를 2회 이상 유통하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가 최대 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민주당은 해당 법안 처리를 '언론 개혁'이라 칭했지만, 정작 언론계와 시민단체는 '소송 남발'이라는 부작용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이를 '국민 입틀막법'(입을 틀어막는 법)으로 규정하고, 헌법상 표현의 자유 침해라며 반발했습니다. 여야가 상반된 입장으로 강하게 대치하며 논란이 여전한 정통망법의 주요 쟁점을 짚어봅니다.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수정안이 재적 298인, 재석 177인, 찬성 170인, 반대 3인, 기권 4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①추상적 공익 개념
 
문제는 법안에 정의된 개념과 규제가 모호하고 광범위하다는 점입니다. 정통망법은 인종·국가·지역·성별·장애·연령·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폭력이나 차별을 선동 또는 증오심을 조장하는 정보를 '불법 정보'로, 전부 또는 일부가 허위거나 사실로 오인하도록 변형된 정보를 '허위·조작 정보'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개념이 추상적이고 포괄적이라 어디까지를 허위·조작 정보로 볼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비판입니다. 이에 자의적인 해석 여지가 많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필리버스터 첫 주자였던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3일 "민주당이 말하는 허위정보라는 개념은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포괄적이며 자의적"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고의성을 판단하는 기준도 마찬가지입니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허위·조작 정보임을 알았거나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의도 또는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이 있을 때 배상액을 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명확히 입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손해배상 청구 대상인 정보가 공익을 위한 것이거나 풍자·패러디일 경우 손해배상 책임에서 제외되는데, 이 또한 판단이 모호한 부분입니다. 특히 정통망법에는 판단 주체가 따로 기재돼 있지 않습니다. 법원의 판단에 맡겨야 합니다. 재판부 성향에 따라 법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힙니다.
 
②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도 뜨거운 감자입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국무회의에서 "있는 사실을 얘기한 게 무슨 명예훼손인가"라며 형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검토를 주문했습니다. 시민사회도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를 줄곧 요구해왔습니다. 진실을 알려도 처벌될 수 있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비리 보도와 내부 고발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통망법 논의 과정에서 삭제됐던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그대로 유지된 채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할 때 해당 조항을 없앴으나,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치면서 '개인의 사생활'에 한해서 유지하는 것으로 일부 수정됐습니다. 본회의 상정 과정에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으로 되살아났습니다.
 
명예훼손죄의 친고죄 전환도 무산됐습니다. 제3자 명예훼손 고발을 막고 본인이 직접 고소하도록 하는 친고죄 전환 조항도 본회의 상정 법안에서 사라진 겁니다. 민주당은 형법을 먼저 개정한 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와 친고죄 전환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언론 현업 5단체(방송기자연합회·전국언론노동조합·한국기자협회·한국영상기자협회·한국PD연합회)는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법 개정으로 인한 언론·표현의 자유 위축 우려를 잠재울 책임은 누구보다 정부 여당에 있다"며 "사실적시 명예훼손 폐지와 허위사실 명예훼손의 친고죄 전환을 위해 형법과 정보통신망법 재개정에 즉각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③방미통위 검열 강화
 
정통망법 통과 이후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부의 콘텐츠 통제 권한이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방미통위 설치법은 지난 10월 신설됐습니다. 기존 정통망법 체계에선 방송통신심의 기구가 음란물, 도박, 명예훼손 등 명백한 불법 정보에 대해서만 삭제를 요청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신설된 조항에 따라 가짜뉴스(허위·조작 정보)에 대해 방미통위가 직권으로 차단하거나 삭제를 명령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삭제 요청' 수준을 넘어, 행정기관이 직접 개입해 조치를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된 셈입니다.
 
이에 따라 방미통위의 권한은 비대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기존 방송과 온라인 불법 정보뿐 아니라 인터넷, 언론사의 보도, 유튜버의 콘텐츠 등 허위·조작 정보로 판단되는 모든 표현물이 심의 대상에 포함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기 때문입니다. 법률에는 불법 정보의 유형이 열거돼 있지만, 어떤 경우에 심의와 차단 명령이 적절한지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 기준은 제시돼 있지 않습니다.
 
이번 개정으로 방미통위는 심의·차단 과정 전반에 개입할 수 있는 법적·행정적 결정권도 갖게 됐습니다. 방미통위가 자체 판단으로 가짜뉴스라고 결론 내리면, 기업과 언론은 즉시 해당 게시물 등을 삭제해야 합니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정통망법에 따라 과징금이 부과됩니다.
 
④소송 남발
 
정통망법 개정으로 정치인 등 권력자에 대한 비판적 보도와 표현을 겨냥한 소송이 남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른바 '전략적 봉쇄 소송' 우려입니다. 민주당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정당한 비판과 감시 활동을 방해할 목적으로는 배액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조항을 법에 포함시켰습니다.
 
하지만 해당 조항의 적용 기준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아 지나치게 추상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일각에선 실제로 전략적 봉쇄 소송이 제기되면, 언론과 시민사회의 감시 기능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걸 수 있는 특칙(예외 규정)은 존재하는데요. 학계에선 소송 제기 자체를 제한하는 장치는 없다는 점에서 위축 효과를 막기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언론과 시민단체 등의 우려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참여연대는 지난 21일 성명을 통해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의 언론 보도를 포함한 표현물에 대해 온갖 소송전이 난무하게 만들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정통망법 통과로 분쟁이 늘어나 제도 해석과 소송을 대리하는 법조계만 반사이익을 얻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겁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와 관련해 "정통망법 개정은 언론과 사회 전반에 혼란을 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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