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식 양도세 감면까지…총력전에도 '진화 역부족'
국민연금·금융권 이어 개인까지…달러 수급 구조는 '그대로'
2025-12-24 17:04:14 2025-12-24 17:13:07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환율 불안을 잡기 위해 정부가 해외주식 양도소득세 감면까지 꺼내 들었습니다. 국민연금 환헤지와 외환 규제 완화에 이어 개인투자자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까지 동원하는 총력전이지만, 달러 수급 불균형을 근본적으로 뒤집기에는 역부족일 전망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국장 복귀' 서학개미엔 비과세…개인 '선물환 매도'도 가능
 
정부가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투자가 원·달러 환율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개인이 해외주식을 팔아 국내 주식에 장기 투자할 경우 해외주식 양도소득세를 한시적으로 감면하는 방안을 추진합니다.
 
해외주식 투자금을 국내 증시로 유도해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을 완화하고 동시에 국내 증시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입니다. 기획재정부는 24일 이 같은 내용의 '국내투자·외환안정 세제지원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우선 정부는 '국내시장 복귀계좌'(RIA)를 신설합니다. 개인투자자가 12월23일 기준으로 보유하고 있던 해외주식을 매각해 원화로 환전한 뒤 해당 자금을 RIA로 국내 주식에 장기 투자하면 해외주식 양도세에 대해 1년간 세제 혜택을 주겠다는 것입니다.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은 매각 대금 전액이 아니라 일정 금액까지만 적용되고, 복귀 시점이 빠를수록 혜택을 더 보는 구조입니다. 예컨대 내년 1분기에 복귀하면 100%를 감면하고 2분기는 80%, 하반기는 50%의 비과세 혜택을 받는 식입니다. 국내 증시에서 종목을 사고파는 것은 허용됩니다. 
 
동시에 정부는 개인투자자의 환율 변동 부담을 줄이기 위한 보완책을 내놨습니다. 주요 증권사를 통해 '개인투자자용 선물환 매도 상품'을 신속히 출시하도록 하고 개인이 이를 활용해 환헤지(선물환 매도)를 할 경우 세제 혜택을 연계합니다.
 
선물환 매도는 미래의 환율을 미리 정해두는 계약으로, 환율 변동과 관계없이 일정한 환율로 환전할 수 있도록 하는 환 리스크 관리 수단입니다. 개인은 해외자산을 당장 팔지 않더라도 환율 변동에 따른 손익을 일정 수준에서 확정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12월23일 기준으로 보유한 해외주식에 대해 환헤지를 실시한 경우 환헤지 거래 금액의 잠정 5%(최대 500만원)를 해외주식 양도소득세를 계산할 때 추가로 소득공제 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아울러 국내 기업이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은 배당금에 대한 세제 혜택도 확대됩니다. 해외 자회사가 현지에서 법인세를 낸 뒤 배당한 돈에 대해 국내에서도 다시 법인세를 매기면서 발생하던 이중과세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입니다.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은 배당금에 적용되는 '익금 불산입률'은 내년 1월1일부터 현행 95%에서 100%로 상향됩니다. 익금 불산입 제도는 국내 법인이 다른 법인으로부터 받은 배당금 중 일정 비율을 과세 대상 소득에서 제외해 주는 장치로, 불산입률이 100%가 되면 해외 자회사 배당금 전액이 국내 과세 대상에서 빠집니다. 
 
기재부는 이 같은 조치로 해외 자회사에 묶여 있던 배당금이 국내로 들어올 유인이 커진 만큼 외환시장에서도 달러 공급 확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개인투자자의 해외 투자금의 경우 최소 10% 정도만 국내로 돌아오더라도 최대 200억달러(약 29조원) 정도가 공급될 수 있다는 것이 정부 추산입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사진=연합뉴스)
 
원화 약세 속 '세제 인센티브'…효과는 '미지수'
 
문제는 세제 인센티브만으로는 달러 수급 구조를 근본적으로 뒤집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 1~11월 개인의 해외주식 투자액은 309억달러(약 45조원)로, 국내 주식 투자액 11조6000억원(11조원)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이 같은 투자 흐름이 누적되면서,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보유 잔액은 지난 3분기 말 기준 1611억달러(238조원)에 달했습니다.
 
이처럼 개인 해외투자 규모가 급증한 배경에는 세금 문제보다 미국 증시의 상대적 수익률 우위와 글로벌 빅테크 중심의 투자 환경, 원화 약세에 대한 중장기 기대 등 구조적 요인이 깔려 있습니다. 해외투자 자체가 '일시적 선택'이 아니라 자산 배분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입니다. 
 
이런 구조에서 RIA를 통한 양도세 감면은 일부 자금을 국내로 되돌리는 데 그칠 가능성이 큽니다. 당장 환율 상승에 따른 기대 이익이 세제 혜택보다 더 크기 때문입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1월26일 '국민연금 수익·외환 안정 뉴프레임워크'를 가동해 국민연금의 환헤지 전략을 조정했고, 12월9일에는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외환 수급 점검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설치했습니다. 
 
이어 12월18일에는 외환건전성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외환건전성 제도 탄력적 조정 방안'을 발표하며 금융기관의 외화 운용 부담도 낮췄습니다.
 
국민연금, 금융기관, 제도까지 손보며 대응 범위를 넓혀왔지만, 환율 상승 흐름은 끝내 꺾이지 않았습니다. 이런 여건에서 정부는 개인투자자의 해외자산 투자 방향까지 정책으로 유도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최지영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그간 정부가 준비하고 조율한 대책들이 이제 본격적으로 시행된다"며 "원화가 앞으로도 절하될 것이라고 기대를 하는 것은 시장 참여자에게 유리하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달라"고 언급했습니다. 
 
정책 수단만으로 환율의 방향성을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 상승에 '베팅'했다가는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경고성 발언을 덧붙인 데 그친 셈입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