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들어선 '오티에르 반포' 전경. (사진=포스코이앤씨)
[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최근 분양가상한제(분상제) 지역에 시세 대비 20억원 이상 저렴한 단지가 속출하며 이른바 '로또 청약' 열기가 식지 않고 있습니다. 시행 후 당초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을 돕겠다는 취지와 달리, 당첨만 되면 수십억 원의 차익이 보장되는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분상제 단지가 현금 부자들의 전유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분위깁니다.
14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오티에르 반포' 1순위 청약 43가구 모집에 3만540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 약 710.2 대 1을 기록했습니다. 가장 높은 경쟁률(1180.9 대 1)을 기록한 유형은 전용 59㎡B형으로, 15가구 모집에 1만7713명이 뛰어들었습니다. 반포 특별공급에서는 43가구 모집에 1만5505명이 신청하며 평균 경쟁률 360.6 대 1을 기록했습니다.
오티에르 반포 분양 열풍은 20억원 이상의 시세차익 기대감 영향입니다. 실제 84㎡ 분양가는 27억5650만원 데 반해, 인근 신축 ‘메이플자이’ 동일 면적 시세가 55억원입니다. 사실상 30억원 가까운 시세차익까지 볼 수 있는 셈입니다.
이달 1일 분양한 서초구 '아크로 드 서초'는 분양가(59㎡·18억6000만원)가 주변 시세보다 15억원 이상 저렴하게 책정되면서 1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 1099 대 1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12월에는 역삼 센트럴 자이 84㎡ 분양가가 28억1300만원에 책정되면서 주변과 15억원의 차이를 보였고, 같은해 11월에는 반포 래미안 트리니원은 26억8000만원에 분양되면서 인근 단지인 래미안 원베일리와 최대 33억원까지 가격이 벌어졌습니다.
업계는 수십억 원대의 '로또 청약' 근본 원인으로 분상제를 지목합니다. 분상제는 분양가를 택지비와 건축비 기준으로 제한해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을 위해 도입됐습니다. 하지만 현재 아파트 가격이 가장 비싼 서울 강남3구와 용산구에 적용되면서 시장가와 분양가 간 간격이 크게 벌어지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동시에 최근 대출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현금 수십억 원을 조달할 수 있는 자산가만 청약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됐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도 이 같은 부작용을 짚었습니다. 이 대통령은 "로또 분양은 분양가 상한 제한으로 인해 실제 시세와 크게 차이가 발생해 주변 집값을 폭등시키는 원인"이라며 제도 개선 필요성에 공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여당도 대응에 나섰습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안태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분상제 적용 단지 수분양자에게 국민주택채권 매입을 의무화해 시세차익 일부를 국고로 환수하는 '주택채권입찰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당첨자가 분양가와 주변 시세차익 범위 안에서 채권을 매입하도록 해 과도한 개발이익을 공공이 회수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안 의원은 "분상제가 목표하던 주택 가격 안정이라는 취지는 사라지고 현금 부자들의 자산 증식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환수한 재원을 주거 안정을 위한 공공주택 사업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시세차익 일부를 환수하더라도 강남권 선호 자체를 꺾기는 어렵고, 오히려 현금 부자들만 남는 시장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반론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분상제를 둘러싼 논쟁은 공급 활성화와 투기 억제라는 두 정책 목표 사이의 오랜 딜레마"라며 "6·3 지방선거 전 핵심 쟁점으로 또 한 번 부상할 전망"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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