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부터 자주·동맹파 갈등까지…'한·미 관계' 기로
한·미, 3월 말 '이상징후'→4월 '정보 공유 제한'
"쿠팡 문제, 한·미 간 안보 협상 주는 것 사실"
2026-04-27 17:31:26 2026-04-27 17:45:46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한반도 안보의 핵심축인 한·미 동맹 균열의 틈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쿠팡의 로비는 한·미 관계의 장애물이 된 지 오래고,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구성 핵시설' 발언은 한·미 관계 '이상 징후'를 유발했습니다. 정부는 한·미 안보 협의의 '차질'을 공식 인정하기까지 했습니다. 외교가 안팎에선 이번 사태가 지속될 경우 자칫 원자력 추진 잠수함 건조 및 우라늄 농축·재처리 협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홍익표(왼쪽) 청와대 정무수석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4.27 판문점 선언 8주년 기념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미 협의 '차질' 인정…해묵은 갈등서 '출발'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은 27일 기자들과 만나 "지난 3월6일 정 장관의 발언 이후 3월 말쯤 미국으로부터 이상 징후가 있었고, 4월 초 일부 정보공유 제한 조치가 실시돼 현재까지 한 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단 점이 확인됐다"고 전했습니다. 
 
이날 국회 정보위는 정 장관의 '구성 핵시설' 발언과 관련해 열렸는데, 여당 의원들의 불참에 따라 야당 단독으로 이뤄졌습니다.
 
이 의원은 "현재 정보 당국은 정보 제한이 한정적이라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고 파악하고 있지만, 상황이 장기화되면 북한 내부 특이 동향 감시에 일부 제약이 커질 우려가 있다"면서 "우리 정보 당국에 의해 정 장관을 포함한 통일부에 대한 보안조사가 있었다는 점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확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현재 정보 제한 대상이 한정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심각한 문제는 아니지만 장기화 땐 북한 내부 특이 동향 감시에 제약이 커질 우려가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정 장관의 구성 핵시설 발언은 해묵은 자주파와 동맹파의 갈등에서 유발된 측면이 강합니다. 대미 관계에서 독자 노선을 강조하는 자주파와 한·미 동맹을 중시하는 동맹파의 갈등인데요. 노무현정부 시절 갈등이 이재명정부에서 통일부 대 청와대 국가안보실 간 갈등으로 재현되고 있다는 겁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인도 방문 중 "대체 왜 이런 터무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자세히 알아봐야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정 장관의 발언이 논란이 된 배경에 동맹파의 의도적 '누설'이 있었다는 추측입니다. 야당에서는 정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데, 정 장관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야당 정보위 의원들의 말대로 한·미 안보 협의에도 차질이 발생했다는 겁니다. 특히 이 부분에 대해 우리 정부가 사실상 안보 차질을 공식 인정했습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3일 베트남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사달이 나긴 난 것"이라고 했습니다. 위 실장은 동맹파의 수장으로 평가받기도 합니다.
 
위 실장은 "정 장관의 직접적인 설명에 따르면 (구성 핵시설 발언은) 미국이 우리에게 공유한 정보에 기초한 게 아니라는 것"이라며 "핵심은 미국으로부터 정보 교류 받은 것을 유출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자기들이 준 정보가 흘러간 것이라고 생각을 하는 것 같다"며 내용 자체가 '연합 비밀'에 해당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과 미국이) 정상적인 협력 상태로 조속히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런 방향에서 미국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정연두 외교부 외교전략정보본부장도 지난 24일(현지시간) 앨리슨 후커 미 국무부 정무차관과 만나 관련 내용에 대한 상황을 공유하며 한·미가 정상화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야, 연일 "외교 참사"…정동영 사퇴론에 '침묵'
 
위 실장은 쿠팡 문제가 안보 협의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위 실장은 쿠팡 문제에 "한·미 간 안보 협상에 영향을 주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 "안보 협의가 지연되는 건 사실이고, 그게 동맹 관계 전체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속히 재개돼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발생한 쿠팡의 대규모 고객 정보 유출 사고 이후 정부 차원의 제재 움직임이 일었는데, 쿠팡 측은 미국 의회에 대한 로비에 나섰습니다. 이에 미국은 쿠팡에 대한 압박을 '자국 기업에 대한 압박'으로 대응하는 모양새입니다.
 
야당에서는 이를 안보 참사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쿠팡 사태를 둘러싼 외교 마찰이 핵추진잠수함, 우라늄 농축과 같은 국가 생존이 걸린 핵심 안보 전략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은 이재명정부의 외교적 대응 능력이 파산 상태에 이르렀음을 증명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는데요. 정 장관은 이날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11월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에서 무역·안보 협력에 관한 합의를 도출하며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과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보 등에 대해서도 협의했습니다. 핵추진잠수함의 경우 우리 정부와 군의 30년 염원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쿠팡 사태를 비롯한 구성 핵시설 발언이 해당 안보 협의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야당의 비판을 넘어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미국 정부는 비공식 경로를 통해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및 우라늄 농축 재처리 등 안보 현안 협의를 위한 전제 조건으로 쿠팡 문제를 내걸고 있어, 사실상 한·미 관계가 '기로'에 놓인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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