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 표면 '설탕 코팅' 해독으로 암 진단 새 지평 열어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초고해상도 신기술 '글리칸 아틀라싱' 개발
세포 속 건강 상태, 표면 당 배열 변화로 실시간 '전광판'처럼 표시
면역 활성화·유방암 조직 정밀 감별 성공
2026-05-22 09:11:45 2026-05-22 09:11:45
독일 막스플랑크 광과학연구소가 초고해상도 현미경 기술로 매핑한 인간 혈관 세포 표면의 다양한 글리칸(당류) 구조 지도. 세포 상태에 따라 이 배열이 시시각각 변한다.(사진=Dijo Moonnukandathil Joseph, Nazlican Yurekli, Leonhard Möckl)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모든 인간의 세포 표면에는 이른바 '설탕 외투'라 불리는 미세한 탄수화물(당류) 막인 '글리코칼릭스(Glycocalyx)'가 존재합니다.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이 설탕 코팅의 복잡한 배열 구조를 과학계가 마침내 해독하기 시작했습니다. 세포가 자신의 건강 상태를 표면의 당 패턴을 통해 외부로 '비밀리에 광고'하고 있었으며, 이를 읽어내 질병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입니다.
 
독일 막스플랑크 광과학연구소(Max Planck Institute for the Science of Light)의 레온하르트 뫼클(Leonhard Möckl) 교수 연구팀은 세포 표면의 미세한 당 구조를 나노미터(nm·10억분의 1m) 단위로 정밀하게 시각화하는 초고해상도 현미경 신기술인 '글리칸 아틀라싱(Glycan Atlasing)'을 개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연구 성과는 지난주 세계적인 국제 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에 게재되면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세포 표면은 내부 보여주는 '실시간 전광판'
 
연구팀은 세포 배양선부터 인간의 혈액 세포, 실제 유방 조직 단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표면을 최첨단 현미경 기술로 촬영해 일종의 '세포 표면 설탕 지도'를 완성했습니다.
 
그 결과, 고정되어 있는 줄 알았던 글리코칼릭스의 분자 배열이 세포의 내부 상태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움직이고 재조합된다는 사실이 최초로 확인됐습니다. 일례로 우리 몸의 면역 세포가 외부 자극을 받아 면역 반응을 시작하면, 표면의 당 구조 배열이 완전히 다른 형태로 바뀌었습니다. 세포 표면이 마치 컴퓨터 내부의 연산 결과를 보여주는 '모니터 화면'이나 '전광판'처럼 작동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유방암 정상 조직과 암 조직 단번에 구별
 
이 ‘나노미터급 설탕 코드’의 발견은 암을 비롯한 난치성 질병 진단에 새로운 혁신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기대됩니다.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암의 발달 단계를 세부적으로 구별해내는 데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실제 인간의 유방 조직에서 암(종양) 부위와 정상 부위를 정확하게 감별해냈습니다. 활성화된 면역 세포와 잠자는 면역 세포도 뚜렷하게 구별됐습니다. 표준화된 판독법만 거치면 세포 표면에 숨겨진 생물학적 정보를 객관적으로 읽어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연구 책임자인 뫼클 교수는 "이번 연구는 복잡하고 정밀한 샘플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도출해냄으로써 미래형 암 조기 진단법의 확실한 기반을 다졌다"고 평가했습니다.
 
"의료 현장 상용화 위해 자동화 시스템 구축할 것"
 
막스플랑크 연구소는 향후 이 기술의 대규모 검증 및 병원 보급을 위해 분석 과정을 '자동화'하는 다음 단계 연구에 착수했다고 밝혔습니다. 대량의 샘플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실제 일상적인 의료 진단 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뫼클 교수는 "대규모 후속 연구를 통해 특정 질병의 진행 경과나 치료제에 대한 반응이 세포 표면에 어떤 패턴으로 나타나는지 추적할 것"이라며 "질병을 가장 초기 단계에, 그 어떤 방법보다 객관적으로 포착해내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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