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ELS 과징금 또 손질…금감원 소비자보호 시험대
4조→1조 낮췄는데 추가 감경 요구
과징금 산정 '판단 착오' 자인 우려
2026-05-22 11:31:20 2026-05-22 11:31:2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감독원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사태 관련 은행권 제재안을 원점에서 다시 들여다보면서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금감원은 은행 등 판매사의 분쟁 해결 노력을 충분히 반영해 과징금 규모를 대폭 낮춘 바 있는데요. 사실상 과징금 추가 감경 요구를 받으면서 소비자보호 강화 기조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금융위로부터 돌려받은 홍콩ELS 관련 제재안을 놓고 은행검사국과 제재 관련 부서를 중심으로 재검토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금감원은 기존 검사 결과와 법리, 과징금 산정 논리를 다시 정비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재심의위원회를 다시 여는 것은 시간이 상당히 소요되기 때문에 실무국에서 내용을 다시 보고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금융위는 지난 13일 정례회의에서 홍콩ELS 불완전판매 관련 은행 및 증권사 검사 결과 조치안을 논의한 뒤 금감원에 되돌려 보내며 보완을 요청했습니다. 일부 사실관계와 적용 법령, 법리 등을 보완해달라는 게 금융위 입장입니다. 금융위가 대형 제재 사안에서 금감원 안건에 제동을 건 것은 지난 2018년 삼성바이오로직스 재감리 요구 이후 처음입니다.
 
금감원은 홍콩ELS 불완전판매 관련 은행 및 증권사에 처음 산정한 과징금은 약 4조원이었습니다. 이후 논의 과정에서 과징금을 2조원으로 감경해 지난해 11월 금융사에 사전 통보했고, 지난 2월 제재심의위원회를 거치면서 다시 1조4000억원으로 낮춰졌습니다.
 
금감원 내부 분위기도 복잡합니다. 당초 금융위가 정례회의 과정에서 필요시 과징금을 추가 감경할 것으로 봤는데요. 제재안이 금감원으로 돌아올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입니다. 한 관계자는 "이미 투자자 선보상 노력 등을 적극 반영해 과징금을 상당 부분 낮춘 상태인데 추가로 어떤 부분을 더 감경해야 하는지 고민일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당시 금감원은 은행 등 판매사들이 이미 1조3000억원 규모의 자율배상을 진행한 점 등 투자자 선보상 노력을 반영해 과징금 수위를 대폭 낮췄습니다. 금소법상 피해 구제 노력 등을 고려하면 과징금을 최대 75%까지 감경할 수 있는 규정도 일부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금감원 입장에선 부담이 적지 않습니다. 최초 4조원 수준에서 1조원대까지 과징금을 낮춘 상황에서 다시 제재 수위를 손보게 되면 결과적으로 기존 판단이 틀렸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번 홍콩ELS 사태는 금감원이 소비자보호 기조를 강화하면서 강조해온 대표적 금융 사고입니다. 은행권 판매 규모만 16조원이 넘었고 대규모 원금 손실이 현실화되면서 사회적 파장도 컸습니다. 이찬진 금감원장 취임 이후 금감원은 소비자보호를 핵심 감독 기조로 내세우며 조직 개편과 검사·제재 강화를 추진해왔습니다.
 
하지만 과징금 규모가 계속 낮아지고 최종 결론마저 미뤄지면서 금감원이 강조해온 소비자보호 메시지 자체가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금융위·금감원 이중 감독체계에 대한 한계가 또 다시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금융정책을 담당하는 금융위가 제재 관련 최종 의결을 맡고 있고, 금감원이 검사·제재 실무를 맡고 있는데요. 액셀과 브레이크가 동시에 작동하고 있어 감독체계가 혼란스럽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최근 생산적금융과 포용금융 확대를 강조하면서 경제부처인 금융위가 금융지원을 확대해야 하는 은행 등 금융사에 과징금을 과도하게 부과하는 게 맞느냐는 고민이 있었을 것"이라며 "공을 넘겨받은 금감원으로선 소비자보호 강화를 강조하면서 엄벌을 강조했지만 상위기관인 금융위 입장을 반영해야 하는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3월16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과징금 부당 제재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한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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