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금융 책임자 둬라"…당국 압박에 은행권 난색
중저신용자 확대·건전성지표 관리 등 상충
"책무구조도 혼란 초래"
2026-05-26 14:27:17 2026-05-26 14:35:43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중·저신용자 및 소상공인 지원 강화를 위한 '포용금융 최고책임자(CIFO)' 도입을 압박하지만, 은행권은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금융사고 예방과 건전성 관리를 위해 책무구조도 체계를 전면 도입한 상황에서 연체 가능성이 높은 차주 확대를 전담하는 책임자를 별도로 둘 경우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은행권과 함께 '포용금융 전략추진단' 체계 구축 방안을 논의하면서 금융사 내부에 포용금융 전담 책임 체계를 두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사 안에 포용금융 최고책임자를 지정해 이사회 내 지배구조 차원에서 이런 문제를 체계적으로 볼 수 있는 시스템을 내재화하는 방법 등을 강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금융위는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와 건전성 중심 영업 기조 속에서 신용도가 낮은 차주들의 자금 접근성이 악화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금융시스템에 포용금융을 내재화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은행권 내부에서는 현실적인 부담이 크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현재 금융지주와 은행들은 보통주자본비율(CET1) 관리와 위험가중자산(RWA) 축소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요.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는 대표적인 RWA 증가 요인으로 꼽힙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금 은행들은 CET1 비율 방어를 위해 기업대출이나 고위험 익스포저 관리까지 보수적으로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포용금융 확대를 별도 KPI로 두게 되면 자본관리 방향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금융당국이 최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책무구조도 체계와의 상충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책무구조도는 금회사 주요 임원들의 책임 범위를 사전에 명확히 나누고, 금융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구체적으로 따지는 제도입니다. 내부통제 실패에 대한 책임을 경영진까지 연결시키겠다는 취지로 도입됐습니다. 은행들은 현재 리스크관리책임자(CRO), 소비자보호책임자(CCO), 준법감시인 등을 중심으로 책무를 세분화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포용금융 책임자가 신설될 경우 기존 CRO 조직과 사실상 상반된 목표를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CRO 조직은 연체율과 자산건전성 관리, 자본비율 안정 등을 최우선 목표로 두는데요. 반면 포용금융 책임자는 상대적으로 신용위험이 높은 차주에 대한 공급 확대를 요구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결과적으로 한쪽에서는 위험을 줄이라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위험을 감수하라고 요구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책무구조도 체계에서는 각 임원이 맡은 영역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데, 포용금융 확대 과정에서 부실이 늘어나면 누가 최종 책임을 질 것인지 애매해질 수 있다"며 "실제 현장에서는 CRO와 포용금융 책임자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포용금융의 기준 자체가 아직 모호하다는 점도 부담 요인입니다. 금융권에서는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확대를 의미하는 것인지, 정책서민금융 공급 확대인지, 혹은 소상공인 만기연장·상환유예 같은 지원까지 포함하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인터넷전문은행처럼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목표를 수치로 관리할 경우 연체율 상승 압박이 커질 수 있는데요. 최근 금융권은 정부의 생산적 금융 확대 요구와 건전성 규제 사이에서 이중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중·저신용자 공급 확대를 주문하고 있지만 동시에 가계대출 총량 관리와 자본비율 감독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부터 금융지주들은 CET1 비율 관리에 더욱 민감해진 상황입니다. 환율 변동성과 경기 둔화 우려로 위험가중자산이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 데다 주주환원 정책 유지 부담까지 겹쳐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권에서는 단순히 책임자 직제를 신설하는 것보다는 포용금융 기준과 평가 체제에 대한 명확성을 키우는 게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는 포용금융 확대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건전성이나 자본력 유지가 우선인 상황에서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직제를 늘리는 것보다는 포용금융과 건전성 관리 사이에 있는 금융사 고민을 먼저 해결해야 하는 게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금융사 안에 '포용금융 최고책임자'(CIFO)를 지정해 이사회 내 지배구조 차원에서 이런 문제를 체계적으로 볼 수 있는 시스템을 내재화하는 방법 등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위원장이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사진=금융위원회)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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