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유럽연합(EU)이 전기차 보조금·공공조달에 ‘EU산’ 원산지 요건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추진하면서 한국 완성차·배터리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반면 유럽 시장에서 무섭게 세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24일 한국자동차연구원(KATECH)이 발간한 산업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3월 산업가속화법(IAA·Industrial Accelerator Act) 초안을 채택하고 입법을 추진 중입니다. IAA는 전기차(BEV·PHEV·FCEV) 공공조달·공적지원 요건으로 EU 역내 최종 조립과 주요 부품의 EU산 원산지 요건 충족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EU에서 판매되는 전기차의 83.7%가 공공조달·공적지원·법인차량 지원 영향권에 있어 이 요건의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분석됩니다.
법안 적용은 단계적으로 이뤄집니다. 발효 6개월 후 시행되는 1단계에서는 전기차 차체 부품(배터리 제외) 공장도 가치의 70% 이상이 EU산이어야 하고, 배터리 셀 등 주요 부품 3개 이상도 EU산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발효 3년 후 시행되는 2단계에서는 배터리 셀·양극활물질·배터리 관리시스템 등 주요 부품 5개 이상 EU산 요건으로 강화되며, 전동화 파워트레인·주요 전자시스템의 공장도 가치 50% 이상도 EU산이어야 합니다. 2029년 이후에는 자동차용 철강·알루미늄에도 저탄소 요건 25% 이상이 적용됩니다.
법안이 발효될 경우 중국 전기차·배터리 기업들이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전망입니다. 중국에 본사를 둔 완성차 업계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2015년 5%에서 2023년 13%로 급증했으나, 중국에서 생산해 유럽으로 수출하는 구조인 만큼 EU산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반면 한국은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으로서 일부 원산지 요건에서 중국 대비 완충 여지를 갖습니다. 현대차·기아는 체코·슬로바키아 등 동유럽에 완성차 공장을 운영하고 있어 EU 역내 최종 조립 요건을 상당 부분 충족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국내 배터리 업계도 수혜가 예상됩니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이미 유럽 현지 공장을 증설 중이어서 EU산 인정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서유럽 대비 저비용 생산 기반을 보유한 중부·동유럽의 전략적 중요성이 높아질 전망입니다. 현대차·기아의 동유럽 거점과 국내 배터리 3사의 현지 공장이 맞물릴 경우 국내 업계의 수혜 폭은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한국자동차연구원 김한솔 산업조사실 책임은 “IAA의 핵심 조항이 일부 후퇴하더라도 공공조달·공적지원과 원산지·저탄소 요건을 연계하려는 EU의 정책 방향성 자체는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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