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과거사 사건' 재심청구권자 제한 '헌법불합치' 결정
"국회는 2027년 말까지 형소법 제424조 개정하라"
2026-06-24 15:45:27 2026-06-24 16:04:17
[뉴스토마토 신다인 기자] 헌법재판소가 과거사 사건에 관해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사람의 자격을 '배우자·직계친족·형제자매'로 한정한 형사소송법 조항은 헌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결정했습니다. 
 
헌재는 24일 오후 재판관 7 대 2 의견으로 형사소송법 제424조(재심청구권자) 4호에 대해 헌법불합치를 결정했습니다. 헌법불합치란 해당 조항이 위헌이기는 하지만, 문제가 된 법을 즉시 없애면 법적 공백이 생기므로 법을 개정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효력을 유지하도록 한 결정입니다. 이에 따라 헌재는 2027년 12월31일까지 국회가 관련 법을 개정하라고 했습니다.
 
문제가 된 형사소송법 조항은 재판을 받은 사람이 사망했을 때 '그 배우자, 직계친족(부모·자녀 등), 형제자매'만 대신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헌재는 이 조항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기본법'(과거사정리법)이 규정한 민간인 집단 희생 사건이나 중대한 인권침해, 조작 의혹 사건에 그대로 적용되는 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번 사건의 청구인들은 1950년 6월 대전 산내 골령골 학살 사건 희생자들의 제수와 조카들입니다. 희생자인 박씨와 오씨, 송씨는 1948년 여수·순천 사건에 연루돼 포고령 위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전주형무소에서 대전형무소로 이감된 상태에서 법적 절차 없이 살해됐습니다. 
 
김상환 헌법재판소장(가운데)과 재판관들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6월 심판사건 선고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뉴시스)
 
이후 유족인 제수와 조카들이 희생자들의 누명을 벗겨주기 위해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현행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이들은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법적 가족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였습니다. 희생자들은 결혼도 하지 못한 채 젊은 나이에 숨져 배우자나 자녀가 없었고, 시간이 오래 흘러 형제자매마저 모두 세상을 떠나 재심을 신청할 직계비속이 전혀 남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헌재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과거사 사건이 가진 특수성을 무겁게 받아들였습니다. 헌재는 "민간인 집단 희생 사건과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 조작 의혹 사건은 국가기관이 국민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움으로써 불법행위를 자행하고, 소속 공무원들이 이러한 불법행위에 조직적으로 관여했으며, 사후에도 조작·은폐 등으로 진실규명 활동을 억압한 사건"이라며 "일반적인 형사사건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사건 유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민간인 집단 희생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아니한 채 심판 대상 조항을 그대로 적용하는 건, 법적 안정성만을 지나치게 중시한 나머지 정당하고 적정한 재판이라는 법치주의의 이념을 도외시해 재판청구권에 관한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고 판시했습니다. 
 
헌재는 검사의 직권 재심청구 가능성에 대해서도 "(민간인 집단 희생 사건 등에 대해) 검사의 직권 재심청구가 처음 이뤄진 건 2010년대 후반"이라며 "검사의 직권 재심청구가 사회적·정치적 상황 등에 따라 좌우됐던 우리의 역사적 현실과 시대적 상황 등을 고려하면, 검사가 적시에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도 했습니다.  
 
다만 반대 의견을 낸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로 재심청구권자를 한정한 것은 구체적 정의와 법적 안정성을 조화시키고 사법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서 지나치게 자의적 입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앞서 검사의 재심청구로 과거사 사건 6건에 대해 무죄가 나온 점을 언급, "검사의 직권 재심청구를 통한 권리 구제가 단지 형식적이거나 이론적인 가능성에 머문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신다인 기자 shin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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