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SK하이닉스(000660)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승인을 바탕으로 나스닥 시장에서 약 45조원의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라고 공시했습니다. SK하이닉스가 ADR 상장에 성공할 경우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으로, 위상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2024년 7월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사진=뉴시스)
SK하이닉스는 미 나스닥 증권거래소 상장을 위해 최대 45조4천500억원 규모의 증권예탁증권(DR)을 발행할 예정이라고 24일 공시했습니다. 이를 통해 조달하는 자금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 청주 P&T7 어드밴스드 패키징 팹, 기계장치 등 건설 및 시설투자 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확한 금액은 ADR의 모집 총액이 추후 수요예측을 통해 확정되는 데 따라 결정될 예정입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25일 ADR 상장을 위한 공모 등록신청서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했다고 밝히고, 본격적인 나스닥 상장 절차에 돌입했습니다. ADR은 미국 투자자들이 해외 기업 주식을 미국 증시에서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예탁증서입니다. 7월10일 나스닥에 상장한다는 계획입니다.
표면적으로는 자금 조달 목적이 크지만, 시장에서는 보다 전략적인 목적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될 경우 글로벌 기관투자가와 AI 전문 펀드의 투자 접근성이 크게 높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현재 미국 AI 반도체 투자 자금 상당수가 미국 기업인 마이크론에 집중되는 상황에서, SK하이닉스 역시 투자 대상군에 포함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옵니다. 장기적으로는 미국 대표 반도체 종목들로 구성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 편입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선두 업체이자 엔비디아의 핵심 공급사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글로벌 AI 공급망의 중심 기업으로 성장했음에도 국내 증시에만 상장돼 있어 기업가치가 경쟁사 대비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실제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가 미국 반도체 기업 대비 밸류에이션 할인 요인을 안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포스코, KT, 한국전력 등 국내 기업들이 ADR 형태로 상장했습니다. 다만 이들 기업의 경우, 기간산업 또는 공기업 성격이 강해 미국 기술주 투자자들의 주요 투자 대상이 아니었지만 SK하이닉스는 글로벌 AI 산업 핵심기업으로 추진하는 ADR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ADR 발행은 소송 리스크 확대나 주주권 강화 등 오너 중심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도 “마이크론 대비 저평가 문제를 완화하고 미국 AI 투자자금을 흡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한 메리트가 있다”고 했습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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