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경 기자] 지방선거 이후 7월 세제개편을 앞두고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주식시장 호황에 따른 자산 양극화와 과세체계 개편 필요성을 잇달아 언급한 데 이어 여권과 시민단체에서도 금투세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시장의 관심이 커지는 모습입니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투자심리 위축과 자금 이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어 조세 형평성과 자본시장 활성화 사이에서 정부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입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올해 들어 사상 처음 9000선을 돌파하는 등 급등세를 이어왔습니다. 금투세 폐지가 결정됐던 2024년 11월 당시 코스피가 2500 안팎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시장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폐지 당시 증시 침체 속 투자심리 위축을 우려했으나 현재는 그 명분이 상당 부분 약해졌다는 분석입니다.
금투세 재논의에 불을 지핀 것은 이재명 대통령입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월9일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돈 버는 사람은 세금을 내고 안 버는 사람은 안 내야 하는데 지금은 못 버는 사람도 내서 역진적인 면이 있다"며 "언젠가는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를 같은 수준에서 바꿀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손실 여부와 관계없이 거래금액에 따라 증권거래세를 부과하는 방식보다 실제 투자이익에 과세하는 체계가 조세 형평성에 부합한다는 취지입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주식시장 상승과 관련해서도 "주식시장 양극화가 자산 양극화를 부른다"며 자산 불평등 완화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 등 금융투자로 발생한 순이익을 합산해 과세하는 제도입니다. 국내 주식의 경우 연간 순이익 5000만원 초과분에 대해 22%(3억원 초과분 27.5%)를 부과하는 내용으로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 도입됐으나 시행이 두차례 유예된 끝에 2024년 폐지됐습니다. 금투세 도입을 전제로 단계적으로 인하했던 증권거래세율은 금투세 폐지 이후 올해부터 0.2%로 다시 복원됐습니다.
찬성 측은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 원칙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금투세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금투세 도입의 선행 조건으로 꼽혔던 주주친화적 상법 개정도 올해 2월 3차 개정안까지 통과되면서 재도입 명분이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김현동 배재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투세는 금융세제의 불합리함을 바로잡기 위한 제도"라며 "주식·채권·펀드 등 금융투자상품 소득을 통합 과세해 조세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범여권에서도 금투세를 금융세제 선진화와 부의 재분배 측면에서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집니다.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노동·시민단체 역시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 과세 정상화 로드맵 마련과 금투세 재도입을 촉구했습니다.
반면 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PBR(주가순자산비율) 기준 한국 주식시장은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란 통계가 있다"며 "금투세는 자본시장 상황 등 시장 여건이 충분히 조성된 시점에서 검토할 과제"라고 밝혔습니다. 재정경제부도 최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자본시장 선진화 등 시장 여건이 충분히 조성된 이후 조세정의 및 과세체계 합리화 측면에서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시장에서는 투자심리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은 금투세가 도입되면 큰손들이 해외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할 수 있다고 우려, 결국 소액 투자자가 피해를 볼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증시 투자자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금투세 논의는 여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민감한 이슈로, 정부와 여당에도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정부는 다음달 말 세법개정안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전문가들은 금투세 도입 자체보단 거래세 개편과 장기투자 인센티브 확대, 손실이월공제 보완 등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합니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9000을 돌파한 18일 오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축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현경 기자 kh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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