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현대차그룹이 로보틱스보다 높은 투자 비중을 두고 있는 미래 먹거리 도심항공교통(UAM) 사업의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습니다. 1경원 규모로 성장이 전망되는 UAM 시장 선점을 위해 자회사인 미국 슈퍼널의 핵심 기술 수장을 영입하고, 인력 감축을 통한 실속형 리밸런싱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4년 현대차그룹 슈퍼널이 공개한 차세대 AAM 기체 'SA-2'. (사진=현대차그룹)
8일 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수석부회장이던 시절 타운홀 미팅에서 미래 그룹의 사업 비중을 자동차 50%, UAM 30%, 로보틱스 20%로 재편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습니다.
로보틱스보다 UAM에 더 높은 비중을 둔 배경에는 사업 확장성이 자리합니다. 로봇은 제조·물류 현장을 중심으로 단계적 확산이 예상되는 반면, UAM은 항공·자동차·IT·배터리 산업을 아우르는 융합 산업이자 도심 교통 체계 전반을 바꿀 수 있는 인프라 산업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글로벌 UAM 시장은 2050년 약 9조달러(한화 약 1경 3000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초거대 모빌리티 시장입니다. 대형 활주로나 공항 인프라 없이도 최소한의 수직이착륙 공간만 확보되면 운용이 가능해, 포화 상태에 이른 도심 교통 문제의 대안으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전기차·로봇 사업을 통해 축적한 배터리, 센서, 인공지능(AI) 기술을 UAM 기체 개발과 운항 시스템 구축으로 연결할 수 있다는 점도 투자 확대의 배경으로 꼽힙니다.
슈퍼널은 현대차그룹이 2020년 미국에 설립한 UAM 독립법인으로, 설립 초기에는 ‘제네시스 에어 모빌리티’라는 사명을 썼다가 2021년 11월 슈퍼널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그룹 내(현대차 44.4%·기아 22.2%·현대모비스 33.3%)에서 슈퍼널에 투입한 누적 출자액은 지난해 기준 9억2000만달러(약 1조273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대차그룹 장재훈 부회장(왼쪽), KAI 김종출 사장이 지난 6월8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기아 본사에서 ‘항공용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기반으로 하는 미래 항공 모빌리티 기체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지난해 9월 신재원 전 최고경영자와 데이비드 맥브라이드 전 CTO가 동반 사임하면서 경영진 공백을 겪은 슈퍼널은, 지난 3월에 전체 인력의 약 80%에 달하는 296명을 감축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도 했습니다. 초기 개념 설계 단계를 지나 실제 기체 제작과 미국 연방항공청(FAA) 인증 승인 단계로 접어들면서, 방대한 연구 조직을 상용화 중심의 필수·핵심 인력으로 재편한 것입니다.
경영진 공백과 구조조정이 맞물리며 사업 축소 우려가 제기되자, 현대차그룹은 세계적인 전기수직이착륙기(eVTOL) 권위자인 파르한 간디 박사를 슈퍼널의 신임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영입하며 우려 진화에 나섰습니다. 동시에 그룹 내 미래항공모빌리티기체(AAM) 본부는 항공파워트레인사업부로 대폭 축소·재편됐습니다. 축소된 조직력을 보완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이 택한 방안은 국내 유일의 완제기 제조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의 협력입니다.
현대차그룹이 최근 발표한 10년간 영남권 42조원 투자 계획도 이 같은 흐름과 맞닿아 있습니다. 미 슈퍼널의 조직 슬림화, KAI와의 기체 공동 개발이 기술·설계 역량 확보에 초점을 맞췄다면, 영남권 투자는 실물 기체 생산 기반을 국내에 마련하는 성격입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KAI와의 협력과 관련해 “한국의 항공우주산업을 이끌고 있는 KAI와의 협약은 미래 항공 모빌리티를 개발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 큰 힘”이라며 “안전하면서도 매력적인 미래 항공 모빌리티를 선보여 모빌리티의 지평을 하늘길로 넓힐 것”이라고 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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