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다인 기자] 피상속인을 오랫동안 부양한 대가로 생전에 증여받은 재산은 유류분 계산 시 제외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하급심은 유류분 기준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난 옛 민법 조항을 적용했으나, 대법원은 헌법불합치 결정 당시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었다면 개정된 민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원심을 뒤집었습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딸 A씨(피고)를 상대로 자매인 B씨(원고)가 제기한 상속재산 반환청구 소송에서 원심 판결 중 A씨의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사건은 2022년 11월 부모인 C씨가 사망한 뒤 벌어졌습니다. A씨는 C씨를 27년간 부양하면서 요양병원비, 휴대전화 요금 등을 부담했습니다. 이에 C씨는 2016년 평소 자신을 돌본 딸인 A씨에게 약 2억원을 증여했습니다. C씨는 사망 당시 31만원의 예금 채권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재산이 없었는데, 이에 B씨가 A씨를 상대로 유류분을 달라며 2023년 소송을 냈습니다.
유류분은 고인의 유언이나 생전 증여로 특정인에게만 재산을 몰아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유언과 관계없이 유족이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유산 비율을 의미합니다.
문제는 소송이 진행되던 중 유류분 제도를 둘러싼 법적 기준이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24년 4월 고인을 오랜 기간 부양하거나 상속 재산 형성에 기여한 상속인에게 기여분을 인정하지 않는 민법 1118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헌법불합치는 위헌으로 판단한 법률을 즉각적으로 무효화할 경우 법적 공백에 따른 사회적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법을 개정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해당 법을 존속시키는 결정입니다. 이에 따라 민법 1118조도 2025년 12월까지 유지됐습니다.
쟁점은 헌법불합치 판단을 받은 옛 유류분 조항이 결정 이전에 사망한 A씨 사건에 그대로 적용되는지였습니다.
1, 2심은 B씨의 청구를 일부 받아들였습니다. 옛 민법을 적용해 A씨가 망인으로부터 생전에 받은 돈은 특별수익에 해당하므로 유류분을 계산하기 위한 기초재산에 포함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2심 재판부는 지난 2025년 12월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통상의 수준을 넘어 망인을 특별히 부양하였다거나 망인의 재산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A씨에게 유류분 2595만원을 반환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헌재의 헌법불합치 판단에 대해서는 “민법 제1118조에 대하여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기는 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되도록 하였으므로, 현행 법률상 이와 달리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구법이 아닌 위헌성이 제거된 신법 조항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헌재가 구법 조항의 위헌성을 확인했음에도 일정 시한까지 계속 적용을 명한 것은 유류분 제도 시행을 위한 최소한의 법적 근거를 계속 유지할 필요성 때문이지, 구법 조항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 상태를 계속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적어도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게 된 해당 사건과 당시 구법 조항이 재판의 전제가 돼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헌법불합치 결정의 소급효가 미친다고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신다인 기자 shin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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