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 1년 성적표)④수은 172조 '통 큰 계획'…돈의 행선지는 '깜깜이'
산업·지역·기업규모별 집행 비공개…자금 흐름 추적 한계
해진공, 기업규모·리스크 공개…KIND, 투자승인·수주성과 관리
무보 268조 공급, KPI·조직까지 공개…기관별 투명성 격차
2026-09-07 11:55:17 2026-09-07 14:15:17
이재명정부는 '진짜 성장을 뒷받침하는 생산적 금융'을 국정 과제로 제시하고, 국민성장펀드와 AI·첨단전략산업 투자, 벤처·중소기업과 지역기업 성장 지원을 정책금융의 주요 과제로 내걸었습니다. 이에 <뉴스토마토> K-정책금융연구소는 5개 관계부처와 13개 주요 정책금융기관의 정보공개 자료를 토대로 정부 출범 이후 국정 과제가 경영 목표·조직·KPI·자금 집행 등으로 어떻게 이어졌는지 살펴봤습니다. 아울러 이행 과정과 성과가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되는지도 함께 점검했습니다.
 
이번 기획은 총 5편으로 구성했습니다. 1편은 정책금융 관련 부처 및 기관의 국정 과제 이행과 정보공개 수준을 전체적으로 점검합니다. 2편은 생산적 금융·구조조정, 3편은 중소·벤처 금융, 4편은 수출·전략산업·해외사업을 분석합니다. 5편에서는 주거 금융을 살펴본 뒤 18곳의 국정 과제 이행·관리 수준과 정보공개 답변 충실도를 종합평가합니다.
 
[뉴스토마토 이지우 기자] 첨단전략산업과 공급망, 방산·원전·해외 인프라 수주를 뒷받침하기 위한 정책금융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향후 5년간 첨단산업과 대형 수주, 인공지능(AI)에 172조원을 지원하겠다는 대규모 계획을 내놨습니다. 그러나 총액과 지원 방향은 제시하면서도 실제 자금이 어느 산업과 지역, 어떤 규모의 기업으로 배분됐는지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정책금융의 외형은 커졌지만 돈의 행선지는 여전히 흐릿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7일 <뉴스토마토> K-정책금융연구소가 재정경제부와 산업통상부, 수은·한국무역보험공사·한국해양진흥공사·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의 정보공개 회신과 공식 자료를 분석한 결과, 수은은 172조원의 중장기 지원 계획과 건전성 지표는 공개했지만 산업·지역·기업규모별 집행과 대출·보증·투자 등 금융 수단별 세부 실적은 경영상·영업상 비밀을 이유로 비공개했습니다. 반면 무보는 기업규모별 지원과 KPI·위험지표를, 해진공과 KIND는 세부 집행과 성과·위험관리 자료를 상대적으로 폭넓게 공개했습니다.
 
172조 내건 수은…정작 '돈의 행선지' 비공개
 
수은의 정책금융 공급실적은 2024년 81조7000억원, 2025년 86조7000억원으로 각각 연간 계획인 72조원과 75조5000억원을 웃돌았습니다. 올해 공급 계획은 78조5000억원입니다.
 
수은은 2026~2030년 첨단전략산업 50조원, 방산·원전·인프라 등 대규모 전략수주산업 100조원, AI 전환(AX) 특별 프로그램 22조원 등 총 172조원의 중장기 지원 계획도 제시했습니다. AX 프로그램은 AI 밸류체인 대출·보증 20조원과 첨단산업 투자 2조원으로 구성됩니다.
 
하지만 총액과 달리 실제 자금 배분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산업·지역·기업규모·성장 단계별 집행과 대출·보증·투자·출자·펀드 등 금융 수단별 실적도 모두 경영상·영업상 비밀을 이유로 비공개했습니다. 이에 따라 172조원의 실제 산업·기업별 배분과 기존 수출금융과의 구분을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건전성 지표는 일부 공개했습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24년 말 0.96%에서 2025년 말 0.90%, 올해 3월 0.85%로 낮아졌습니다. 반면 연체율은 0.40%에서 0.54%로 상승했고 올해 5월에도 같은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투자손실률은 비공개했습니다.
 
수은의 역할은 공급망안정화기금 기반 벤처투자로도 확대됐지만 대상 기업 요건과 투자 심사, 민간 벤처캐피털 연계, 손실·회수 기준 등은 검토 단계이거나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수은은 기타공공기관이라는 이유로 기관장 경영성과협약과 기관장 성과평가 주요 항목·목표치에 대해 정보부존재로 회신했습니다.
 
해진공·KIND는 달랐다…집행·성과·리스크 자료 제시
 
해진공은 지난해 예산 2조5483억원 가운데 2조1147억원을 집행했습니다. 선박금융 1조7680억원, 설비·인프라금융이 3466억원이었고, 국적선사별로는 대형선사 9893억원, 중견선사 1조1911억원, 중소선사 1768억원을 지원했습니다. 별도 '금융 수단별 지원 실적' 기준으로는 보증 3871억원, 투자 2조4785억원 등 총 2조8656억원을 제시했습니다.
 
공급망 분야는 전체 금융 규모와 온도차가 컸습니다. 해진공은 지난해 사업 계획에서 공급망안정화 금융사업을 약 1000억원 규모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정보공개 회신에서 제시한 별도 예산은 10억원, 실제 집행액은 1억원이었습니다. 올해 예산은 5억원으로 줄었고 5월까지 집행액은 없었습니다. 다만 1000억원은 금융지원 추진 규모, 10억원은 예산액으로 집계 기준이 다릅니다.
 
해진공은 경영 목표와 기관장 경영계약 이행 결과, 전략 연계 KPI뿐 아니라 국적선사 지원의 승인·거절 통계와 해운 시황을 반영한 위험관리 자료도 공개했습니다. 다만 선사 경쟁력과 친환경 전환, 조선·기자재 업체 수주 등 장기 산업성과는 추가 추적이 필요합니다.
 
KIND도 상대적으로 집행과 성과관리의 연결이 분명한 기관이었습니다. 2025년 직접투자는 10건, 6500억원 규모가 승인됐고 이를 통해 국내 기업의 해외수주 7조3700억원을 지원했습니다. 해외 인프라 투자 승인과 국내 기업의 수주 지원을 주요 성과로 제시했습니다.
 
KIND는 경영 목표로 해외투자 승인 25억달러·해외수주 기여 300억달러·금융투자 지원 3조5000억원을 제시했습니다.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는 조기경보체계(EWS)를 운영하고 리스크 관리 실무위원회 신설 등을 통해 전사 위험관리 체계를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다만 해외 인프라 사업은 사업 기간이 길기 때문에 승인과 수주만으로 최종 성과를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착공·운영·투자금 회수와 국내 기업의 매출·고용으로 이어지는 효과는 장기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무역보험 지원 268조…KPI·중소중견 지원까지 공개
 
무보도 공급 총액과 함께 중소·중견기업 지원과 내부 성과관리 자료를 비교적 폭넓게 공개했습니다. 무보의 2025년 무역보험 지원 실적은 268조원입니다. 이 가운데 중소·중견기업 지원은 109조원으로 역대 최대였습니다. 무보는 올해 지원 목표를 275조원, 중소·중견기업 지원 목표를 114조원으로 제시했습니다.
 
무보는 중장기 경영목표와 기관장 성과관리 자료, 부서별 KPI 등을 제출했고 전략산업·AI·디지털 지원을 위한 조직개편 자료도 공개했습니다. 지원 규모뿐 아니라 어느 조직이 어떤 목표를 맡는지까지 비교적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수은과 차이를 보였습니다.
 
다만 무역보험 공급 확대가 중소·중견기업의 수출 증가와 매출·고용, 시장 다변화로 얼마나 이어졌는지는 추가 추적이 필요합니다.
 
정부 차원에서도 정책과 집행·성과의 연결은 제한적이었습니다. 산업부는 2030년까지 중소·중견기업 무역금융 187조원 공급 계획을 내놨고 산업별 무역보험 집행 실적도 공개했습니다. 다만 기관별 KPI와 집행·최종 성과를 연결한 자료는 제한적이었습니다. 재정경제부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자료는 공개했지만, 생산적 금융 관련 기관 협의·목표 배분·후속 점검 자료에 대해 정보부존재로 회신했습니다.
 
한 정책금융 전문가는 "수출·전략산업 정책금융은 기관마다 금융 수단과 위험 구조가 달라 공급액만으로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면서도 "수은처럼 향후 5년간 172조원의 대규모 지원 계획을 내건 기관이라면 산업·기업규모별 자금 흐름과 집행 진척, 위험과 성과를 외부에서도 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얼마를 공급하겠다는 계획만으로는 정책금융의 방향과 효과를 검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황기연(오른쪽) 한국수출입은행장이 7월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8차 국제개발협력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지우 기자 j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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