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양, 거래정지 속 1000억원 '주식매수청구권' 허들
유일한 동아줄 된 주당 9900원 청구권리
탈출문 닫아버릴 수 있는 1000억원 청구한도
증선위, 고의 분식회계 확정…주주 손배소 스모킹 건 쥐어
2026-10-11 12:10:37 ㅣ 2026-10-11 12:10:37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2년 연속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문턱에 선 금양의 소액주주들이 진퇴양난에 빠졌습니다. 회사가 핵심 사업을 떼어내는 물적분할을 강행하면서 주식매수청구권이라는 탈출구가 열렸지만, 청구금 1000억원 한도 때문에 무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좁은 탈출구를 통과하지 못한 주주들이 최근 금융당국의 중징계 결과를 무기 삼아 경영진을 향한 소송을 제기할 조짐도 보입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양 기존 경영진은 증권선물위원회의 직무정지 통보에도 불구하고 오는 19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신설회사 '케이와이디씨(KYDC)'를 설립하는 물적분할 안건을 강행할 예정입니다. 데이터센터, ESS, 폐전지 재활용 등 돈이 될 만한 신사업을 별도 법인으로 떼어내겠다는 것입니다. 이 분할에 반대하는 주주는 회사 측에 1주당 9900원에 보유 주식을 사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을 갖게 됩니다.
 
이는 현재 금양 주주들에게 각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회사가 상장폐지 결정을 받아 주식 매매가 장기간 정지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주식매수청구권은 투자금을 일부라도 현금화해 회수할 수 있는 탈출구가 될 수 있습니다. 상폐 공포와 거래 정지에 지친 소액주주들이 대거 매수청구권 행사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하지만 주식매수청구권 한도 1000억원이 존재합니다. 분할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금액 합계가 1000억원을 초과할 경우 회사는 이사회 결의만으로 이번 분할의 진행을 중지하고 철회할 수 있습니다. 1000억원은 매수가(9900원) 기준으로 약 1010만 주에 해당하며, 이는 금양 전체 발행 주식 수(작년 말 기준 약 6396만 주)의 약 15.8%에 달하는 물량입니다. 평상시라면 도달하기 힘든 수치지만, 상장폐지 공포 속에 자금이 묶인 소액주주들이 유일한 탈출구로 여기며 대거 청구에 나설 경우 15.8%를 넘길 가능성도 있습니다.
 
중징계 소식은 주주들의 분노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종목 토론방 등 주주 커뮤니티에는 "공장과 건물이 경매 진행 중이라는데 무슨 물적분할이냐", "대놓고 사기를 친다", "부정행위 저지른 놈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는 등 경영진을 성토하는 글이 빗발쳤습니다. 과거 이차전지 주가 폭등기 당시 회사의 장밋빛 전망과 유튜버 등 일부 분석가들의 찬양을 믿고 투자했던 주주들의 배신감은 이제 경영진에 대한 법적 대응 요구로 비화하는 양상입니다.
 
불을 붙인 것은 지난 7일 발표된 금융당국의 최종 징계 결과입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금양의 허위 매출 계상 등을 고의로 결론 내리고, 회사와 임원진에 총 91억원(회사 76억원 등)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함과 동시에 전·현직 임원을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증선위의 이번 조치가 향후 주주들이 제기할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결정적 증거(스모킹 건)'가 될 것으로 내다봅니다. 금융당국이 오랜 기간 조사를 통해 회계 부정의 고의성과 위법성을 국가 기관의 이름으로 입증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과거 신라젠 등 대규모 분식회계 및 상장폐지 사태 당시에도 소액주주들이 이 같은 당국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경영진에 증권 관련 집단소송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한편, 이번 물적분할의 절차적 모순도 지적됩니다. 2년 연속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신뢰성이 부정된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자산과 부채를 나누는 데다, 이미 상장폐지가 결정된 거래정지 상태에서 AI·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신사업을 명분으로 분할을 강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식매수청구권 변수와 경영진의 사법 리스크가 겹친 가운데, 금양 사태를 둘러싼 논란과 법적 공방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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