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수사권 논란, 청와대가 봉합 서둘렀나?
정부 합의문안, 치열했던 논란과 집단행동 머쓱하게 해
2011-06-20 15:28:31 2011-06-20 15:28:46
[뉴스토마토 권순욱기자] '물 먹은 경찰, 웃고 있는 검찰?'
 
20일 김황식 국무총리 등 정부 각료들이 발표한 '검경수사권합의문안'이 새로운 논란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발표는 '합의'라고 했지만 실제 내용을 보면 경찰이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으로 가득찼기 때문이다.
 
◇ 수사권 조정이 아니다?
 
먼저 정부 발표문은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이 "수사권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며, 수사현실을 법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혀놓았다. 하지만 이것은 그동안의 국회 사개특위 논의나 각종 언론보도를 무색케하는 표현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동안의 모든 논의는 '수사권 조정'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지만, 정부의 발표는 한 순간에 이를 부정한 꼴이다. 
 
심지어 지난 16일부터 전국 검찰에서 진행된 평검사들의 토론과 건의문 제출도 머쓱하게 되었다. 애초에 수사권 조정 문제가 아니었다면 평검사들이 굳이 그런 집단행동을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수사권 조정 논란을 둘러싸고 정부가 치적쌓기용을 위해 민감한 문제는 뒤로 미뤄놓고 임시미봉책으로 덮어놓으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미 경찰쪽에서는 허탈한 반응과 함께 "차라리 법을 개정하지 않는 게 낫다"는 이야기와 함께 울분 섞인 성토가 나오고 있다.
 
◇ 더 막강해진 검찰의 수사지휘권?
 
무엇보다도 내용을 보면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더 강력해진 것으로 평가된다. 
 
현행 개정안
제196조(사법경찰관리) ① 수사관, 경무관, 총경, 경감, 경위는 사법경찰관으로서 검사의 지휘를 받어 수사를 하여야한다.
② 경사, 순경은 사법경찰리로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지휘를 받어 수사의 보조를 하여야 한다.
③ 전2항에 규정한 자 이외에 법률로써 사법경찰관리를 정할 수 있다.
제196조(사법경찰관리) ① 수사관, 경무관, 총경, 경정, 경감, 경위는 사법경찰관으로서 모든 수사에 관하여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
② 사법경찰관은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인식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에 관하여 수사를 개시?진행하여야 한다.
③ 사법경찰관리는 검사의 지휘가 있는 때에는 이에 따라야 한다. 검사의 지휘에 관한 구체적 사항은 법무부령으로 정한다.
④ 사법경찰관은 범죄를 수사 한 때에는 관계서류와 증거물을 지체없이 검사에게 송부하여야 한다.
⑤ 경사, 경장, 순경은 사법경찰리로서 수사의 보조를 하여야 한다.
⑥ 제1항 또는 제5항에 규정한 자 이외에 법률로써 사법경찰관리를 정할 수 있다.
(자료 : 2011년 6월 20일 정부 발표 합의문안)
 
정부의 합의문안을 보면 제 196조 2항에서 경찰의 실제 수사 현실을 법조문에 반영하여 수사개시권을 명시한 것을 제외하고는 오히려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더 강력해졌다는 평가다.
 
제196조 1항의 경우 '모든 수사에 관하여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고 규정해 검찰의 수사지휘권은 더욱 공고하게 다진 반면, 경찰은 현실과 별반 달라질 것도 없는 허울뿐인 수사개시권만 받아냈기 때문이다.
 
◇ 논란을 제대로 풀기보다는 대충 덮어놓고 가기? 
 
문제는 3항에도 있다. 3항은 검사의 지휘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을 법무부령으로 정하기로 했는데, 이것은 수사권 조정 문제를 국회에서 정부 내부로 끌고 오겠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렇게 되면 국회 차원에서 논의되던 수사권 조정 문제가 검찰과 경찰이라는 양 권력기관 사이의 협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 검찰과 경찰이 협의하여 결론에 도달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국회가 양 기관을 중재하는 역할을 해왔는데, 이제 중재자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에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극적으로' 합의문안을 발표한 것은 논란이 되는 수사권 조정 문제를 대충 덮어놓고 가자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갈등을 '밥그릇 싸움'으로 표현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작품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합의문에서는 "개정안 196조 3항의 법무부령을 제정함에 있어 검?경은 국민의 인권과 범죄수사의 효율성, 수사절차의 투명성에 기준을 두고 향후 6개월내에 양 기관간 구체적 협의를 추진하기로 하였다."고 밝혀 놓았다. 
 
일단 합의문을 발표해놓고 시간을 벌자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경찰쪽에서는 수사권 조정에 강력한 의지를 가졌던 조현오 경찰청장이 어떻게 이런 문안에 합의하게 되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측면에서 20일 오후 국회 사개특위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관심이 집중된다.
 
뉴스토마토 권순욱 기자 kwonsw8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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