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형주기자] 액정표시장치(LCD) 업황 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최근 비주류 제품군의 생산라인을 급격히 축소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034220)의 경우 애플 아이폰4에 장착되는 레티나 디스플레이(Retina Display)와 옵티머스빅의 노바 디스플레이(NOVA Display)를,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는 갤럭시S의 슈퍼 아몰레드(Super AMOLED) 등 고급 지향(하이엔드) 제품의 라인업만을 풀가동하고 있다.
실적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팔리는 제품에만 주력한다는 게 이들 업체의 논리이지만, 저가(로엔드) 품목의 라인업에 소홀할 경우 자칫 불황이 더욱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요가 부족한 상황에서 섣불리 가동률을 높일 경우 패널 가격이 더욱 정체될 것을 우려한 나머지, 지나치게 좁은 안목으로 대처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한다.
패널 업체의 특성 상 B2B(기업간 전자상거래) 구조인 데다 시장이 요구하는 제품이 치우쳐 있다 보니 그쪽에 맞출 수밖에 없다는 것.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부진한 업황 속에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달리 선택권이 없다"며 "수요에 맞춰 유동적으로 움직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비인기 제품군도 생산은 하지만 LCD 수요가 녹록지 않아 풀가동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같은 소극적인 행보가 오히려 남은 하반기 실적에도 부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업황과 기업의 생산능력(Capa)은 닭과 달걀의 관계처럼 어느 쪽이 우선이라고 가르기 어려운 관계"라며 "지금처럼 기업들이 업황을 핑계로 가동률을 낮추기만 하면 향후 이익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보다 상황이 더 낫다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도 프리미엄 제품군에만 치중하기는 마찬가지다.
하이-하이엔드 제품인 슈퍼 아몰레드플러스를 제외하고는 가동률이 주춤해 있는 상황.
단, 모바일 기기에 탑재되는 중소형 LCD 제품을 주로 생산·판매하다 보니 대형 LCD 위주로 취급하는 LG디스플레이에 비해 불황의 타격은 덜 받고 있다.
SMD 관계자는 "특정 제품군에 치중해 생산한다기보다는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SMD의 경우도 생산라인 다각화에 실패할 경우 향후 호실적을 담보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디스플레이 담당 애널리스트는 "SMD의 경우 그간 전방 업체 선전에 힘입어 양호한 실적을 거둬 왔지만, 주 고객인
삼성전자(005930)와 노키아의 부진으로 2분기 실적이 전분기 대비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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