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정부와 공무원은 빈곤·질병·사고 등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일이 기본적 임무다. 국민들이 '혈세'를 아까워하지 않는 이유다.
이는 지난달 박카스 등 48개 일반 의약품을 '의약외품'으로 분류하고 슈퍼와 편의점 등에서 판매토록 결정한 보건복지부의 결정과 무관하지 않다. 의약외품 편의점 판매정책 추진은 청와대의 강력한 주문이기도 했다.
편의점에 박카스같은 의약외품을 원활히 공급해 판매토록 해야하는데 물량이 부족하자 공정위가 나서 동아제약에 제품을 더 생산해 내라고 보이는 또는 보이지 않는 '압박'을 가한 것이다. '경제검찰'로 칼을 휘둘러 대는 공정위의 이런 신호를 거부할 수는 없을 터이니, 동아제약은 후살균처리시설이 없어 방부제가 그대로 첨가되는 박카스를 생산할 수 밖에 없다.
동아제약은 지난해 12월 방부제 박카스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이 악화되자 박카스에서 방부제(벤조산나트륨)을 빼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공정위와 동아제약 등에 따르면 동아제약 내부에서조차 '방부제 박카스' 생산을 재개할 경우 여론 악화는 물론이고 그만큼의 수요가 발생하지 않아 손해를 입을 것으로 판단하고 설전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200억원의 비용을 들여 노후한 공장을 재가동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 이 회사 실무진의 판단이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공정위가 '방부제 박카스' 생산을 서둘러 추석전에 시판을 개시토록 했다면, 이는 충격적인 일이다.
정책 실패에 대한 최고권력자의 질책이 두려워 국민의 건강과 생명 보호를 포기하는 정부와 공무원은 어느 나라 정부이고 어느 나라 공무원인가?
기자가 입수한 공정위의 자료를 보면, "정부시책에 대한 협조가 우선이므로 보존제(방부제) 논란 등 부정적인 면은 모두 차후에 생각하기로 한다"며 "모든 문서, 기록에서 공정위가 언급되지 않도록 유의조치하였다 함'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동아제약의 '방부제 박카스' 생산재개를 뒤에서 종용한데다 이런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덮으려 한 흔적도 보인다.
공정거래위원장과 공정위 직원들에게 묻고 싶다. "'방부제 박카스'를 여러분과 가족들, 아이들, 친지들이 편의점에서 사먹어도 대통령의 질책을 피하는 게 더 중요한 것입니까?"
뉴스토마토 임애신 기자 vamo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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