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국·조정훈·송지욱기자] '외유' 논란이 일고 있는 국회 정무위원회의 첫 해외 국정감사에 국회의원들이 금융감독원 국장급 인사 3명을 동행시킬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회사에 대한 관리.감독 기능이 없는 금감원 해외사무소에 대한 '원정 국감'이 '외유성' 아니냐는 눈총을 사고 있는데다, 피감기관의 국장급 직원을 동반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때문에 이번 해외국감 논란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해외서 국감을 진행할 경우 해당 국회 상임위에서 국회 전문위원을 보내거나 행정실 직원을 보내는게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이번 금감원 직원들의 동행이 사실상 의원들의 '해외여행 수행'이나 '접대' 업무를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금감원 “국장급 3명 동행” vs 정무위 “1명 정도 간다”
16일 국회와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등을 소관하는 정무위는 이번 국감 기간 동안 금감원 해외사무소, 산업은행 동경지점, 기업은행 런던법인 등을 찾아 감사를 벌인다.
금감원은 뉴욕과 런던, 도쿄, 베이징 등에 현지사무소를 두고 있다.
이들은 3개반으로 나눠 5~6일 일정으로 미국(미국·LA), 유럽(런던·프랑크푸르트 또는 브뤼셀), 아시아(도쿄·베이징·홍콩)의 금융 중심지 2~3곳을 각각 방문할 예정이다.
피감기관인 금감원에서도 김수일 기획조정국장, 권인원 감독총괄국장, 이주형 외환감독국장 등 국장 3명을 동행시키기로 결정했다. 각 반별 1명씩 선발한 것이다.
그러나 금감원 동행 인원에 대해 정무위와 금감원 간 입장이 다르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장급으로 각 반별 1명씩 총 3명이 동행한다"며 "구체적 내용은 국회에서 확인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은 피감기관 아니냐"며 "우리(금감원)쪽에서 결정할 수 있는 건 없다. 정무위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무위 관계자는 "결정 난 건 없다"면서도 "1명 정도 가지 않겠냐"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국회 쪽에서 금감원 관계자들에 대해 가라마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그건
금감원에서 결정한다"고 금감원과 다른 입장을 보였다.
양측이 서로 눈치를 보고 있다는 얘기다.
◇ 외유 논란 확대 우려..시민단체 "금감원 직원은 여행 안내자"
양측 간 눈치보기는 그렇지 않아도 이미 불거진 해외 국감의 '외유' 논란 때문이다.
실제로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무위의 이번 해외 국감을 놓고 지난 7~8월 국조 특위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상황에서 할 일은 안하고 외유를 나간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또 일정상 한 지역에 하루 정도 방문이 가능한데, 하루에 현지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 뿐 아니라 국감 기간이 아니라 평소에도 가능한 일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무위에서 피감기관 인물을 여러 명 동행하는 모양새가 될 경우 외유 논란이 확대돼 정무위가 여론의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정무위가 말을 조심하고 있는 배경이다.
금감원 역시 해외국감이 문제가 될 경우 고래싸움에 등이 터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시민단체에서는 정무위 해외 국감에 동행하는 피감기관 직원 3명은 결국 '여행 안내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금감원 해외사무소는 관리, 감독 기능이 없고, 단순히 리서치 기능을 하는 곳"이라며 "정무위 의원들이 국감을 위해 갈 이유가 없는 곳"이라고 꼬집었다.
조 총장은 또 "금감원 해외 사무소는 대외 업무가 있는 곳도 아니고, 향후에도 마찬가지"라며 "금감원 관계자들은 결국 해외여행 안내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미영 경실련 정치입법 팀장도 "20일이라는 국정감사 기간도 빠듯한 시간이어서 과거에도 '부실국감'이라는 많이 지적을 받아왔다"며 "그런 와중에 굳이 꼭 나가야되는지 의문점이 든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보통은 해당 상임위에서 국회 전문위원을 보내거나 행정실 사람을 보낸다"면서 "국회쪽에서 보내는 게 맞다. 뉴욕사무소에도 인원이 있다면 가지 않는 것이 맞다"고 못 박았다.
◇금감원 “해외사무소 방문 이유 모르겠다”
금감원 역시 정무위의 해외사무소 방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해외사무소는 관리, 감독 기능보다는 지원역할을 하는 곳이어서 현지까지 가서 국감을 진행할 필요가 없다는 것.
금감원 관계자는 "정무위에서 뉴욕사무소를 간다는데 해외사무소는 관리, 감독 기능보다는 해외동향 파악이나 해외 지점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지원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국감에 거론될 만한 얘기가 나오는 곳이 아닌데 굳이 해외로 가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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