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 그가 남긴 업적은?
공판중심주의 강화로 내실있는 재판 확립 공헌
2011-09-23 12:57:39 2011-09-23 13:43:40
[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이용훈 대법원장이 23일 6년의 임기를 마치고 대법원을 떠났다.
 
이 대법원장이 재임기간 중 남긴 사법부의 성과 가운데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은 법정중심의 재판운영 강화다.
 
먼저 구술심리 강화로 당사자가 법정에서 마음껏 주장을 펼치도록 하는 한편, 투명한 절차진행으로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취임 초기 ‘검찰 수사기록을 던져버려라’고 외치며 강조한 공판중심주의도 공개된 법정에서 당사자간 충분한 공방을 보장한 것으로 꼽히고 있다.
 
국민참여재판도 이 대법원장 재임간의 성과다. 2008년부터 시행된 국민참여재판은 현재 전국 법원에서 실시되며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엔 대법원이 국민참여재판 신청을 무시한 재판은 무효라는 판결을 내려 힘을 실어줬다.
 
취임과 함께 강조했던 신뢰받는 공정한 재판을 위한 노력도 성과를 냈다. 초기에는 검찰과 갈등도 있었지만 형사재판에서의 불구속 수사와 광범위한 압수수색을 제한한 재판실무를 무난히 정착시켰다. 지난해에는 기소된 10명 중 9명이 불구속 재판을 받았다. 또 '고무줄 양형'이라는 비판을 받던 양형문제에 대해서도 양형위원회설치와 함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
 
민사전자소송제도 도입과 형사사법정보시스템 구축, 등기업무전산화 등 사법부의 전자화 시대를 연 것도 이 대법원장 재임 중 성과다. 지난 6월에 개최한 제14차 아시아 · 태평양 대법원장회의 등 여러 국제행사에서 우리 사법부의 전자화는 화제를 몰고 다녔다.
 
대국민 사법서비스도 한층 강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춘천, 청주, 전주 등에 고등법원 원외재판부를 설치, 지역적 접근성을 강화한 것과 법조일원화를 통해 경륜 있는 법조경력자를 법관으로 임용,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도모했다는 것도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여러 해석이 있지만 대한민국 사법 60주년을 맞아 과거 권위주의 정부시절 잘못된 판결에 대해 사과와 유감을 표함으로써 사법부의 과거사 문제를 정리한 것도 한 성과다.
 
반면, 어두운 부분도 없지 않았다. 지난 2009년 3월에는 신영철 대법관이 서울중앙지법원장 시절 이른바 '촛불재판'에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이 터지면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신 대법관은 이 때 사상 처음으로 대법관으로서 진상조사단의 조사를 받은 뒤 대법원 윤리위원회에 회부됐으며, 그 결과 이 대법원장은 신 대법관에게 ‘엄중 경고’조치했다.
 
이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수장으로서 또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 무죄 판결 등, 이른바 '튀는 판결' 논란에 휩싸여 여론의 뭇매를 맞고, 일부 보수단체 인사들로부터 계란 투척까지 당하는 수모도 겪었으며, 국회 주도의 사법부 개혁 시도에 정치권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 대법원장은 또 고시 15회로, 이날 이 대법원장의 퇴임은 고시 출신 대법원장의 시대의 마지막이라는 의미도 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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