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형진기자] "LG에 무슨 일 있나요?"
최근 경력직 사원을 뽑기로 결정하고 온라인으로 원서를 접수하고 있는 A그룹 인사담당 임원이 정말 궁금하다는 듯 기자에게 던진 질문이다.
그의 말로는 이 그룹 경력직 공개채용에 LG전자를 포함한 LG그룹 현역 직원들이 1천명 훨씬 넘게 원서를 제출했다. 특히 핵심 인력으로 분류될만한 지원자도 상당수가 포함돼 있다고 한다.
그는 "너무 의외라 평소 친분이 있는 LG그룹 인사라인에 문의했지만 의외로 덤덤한 반응이었다"며 "나갈 사람은 나가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물론 LG그룹은 구조조정은 없다고 단언한다.
LG(003550) 관계자는 "그룹내 구조조정은 IMF 때 딱 한번 있었다"며 "다만 자연 감소분에 대한 충원이 없고 고령자 퇴사, 인력 재배치 등은 수시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해외 공장을 돌아보며 일부 인력이 과잉이라고 판단하했지만, 본국 복귀 명령과 함께 해외 마케팅 부문에 인력을 재배치했을 뿐 인위적으로 퇴사시키지는 않았다.
구 부회장은 LG전자의 경영을 맡자마자 '직원들의 기를 살려야 한다'며 급여 인상 등을 포함해 각종 혜택을 주기도 했다.
명예퇴직이나 감원 등은 구 부회장의 스타일이나 그룹 경영철학과 안맞다는 얘기다.
LG가 온갖 설이 난무하는 상황에서도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절대 없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러나 구조조정을 안한다는 원칙을 지키는 게 능사는 아니다. 썰물처럼 인력이 빠져나가는 걸 방치하는 게 오히려 조직 분위기를 더 해칠 수 있다.
LG의 한 관계자는 "만약 4명이 할 일을 1명이 한다면 그 1명이 얼마나 버틸지 알 수 없는 일"이라며 "사업규모 축소 결정 없이 빈자리를 채우지 않는 식의 상시 구조조정 체제라면 남는 사람의 고통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2011년 초가 되면 분위기가 바뀔 것"이라고 했던 LG전자 경영진은 최근 다시 "내년 초면 턴어라운드가 가능할 거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시장은 부정적이다. "별 수익이 안나는 생활가전의 선전만 기대할뿐 스마트폰을 포함한 통신부문에서는 뾰족한 수가 없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다.
글로벌 경제위기까지 겹쳐 더욱 힘든 상황을 맞고 있는 LG의 경영진들이 이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어떤 카드를 꺼내들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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