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헌법재판소·대법원 무시, 도 넘어
헌법재판관 공백 4개월, 후임 대법관도 공석상태로
2011-11-21 17:08:29 2011-11-21 17:10:01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조용환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동의안 처리가 모두에게 잊혀지면서 재판관 공백사태가 4개월을 넘기고 있다.
 
여기에다가 박시환, 김지형 두 대법관이 퇴임했음에도 이들 후임자에 대한 국회의 임명 동의가 늦어지면서 대법원 재판운영도 차질을 빚고 있다.
 
이 때문에 국가의 중추적인 기능을 맡고 있는 사법부와 헌법재판소가 국회의 무책임한 행태로 무시당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국회는 지난 18일 퇴임한 두 대법관의 후임으로 김용덕(54·사법연수원 12기), 박보영(50·16기) 대법관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이미 마치고 지난 9일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그러나 다음 날인 10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었던 두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여야간 의견대립으로 본회의가 취소되면서 현재까지 표류상태다.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 지연..심리 차질
 
국회의 임명동의안 처리 지연으로 당장 박시환 대법관이 속해있던 대법원 소부 3부와 김지형 대법관이 속해 있던 2부의 심리에 차질을 빚고 있다. 또 결원상태가 장기화 될 경우엔 전원합의체 심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전원합의체 판결은 특히 기존 대법원의 판결을 바꾸는 등 국민의 권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판결이기 때문에 사회적 약자를 위한 소수의견을 많이 냈던 박시한, 김지형 대법관의 공백이 메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균형적인 판단이 가능하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 7월8일 퇴임한 조대현 전 재판관의 후임으로 조용환 변호사(14기)가 후보자로 추천돼 6월28일 인사청문회까지 마쳤지만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이 연이어 무산되면서 4개월 넘게 헌법재판 전원재판부가 8인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헌법재판소 4개월 넘게 8인체제로 운영
 
국회가 헌법재판관에 이어 대법관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제 때 처리하지 않자 이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기관으로서 핵심적인 독립기관인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 결원이 생긴다는 것은 곧 국민의 권리구제와 헌법의 보호에 치명적인 지장을 줄 수 있는 중대한 문제"라며 "국회는 최우선 과제로 이들 기관에 대한 공백을 최대한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특히 "헌법재판소는 전원재판부가 9명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 가운데 한명이 빠지면 그 몫은 자동 합헌의견으로 간주될 수 있어 결원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권리구제에 치명적"이라며 "이같은 중대한 문제에 대해서도 국회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의 한 교수도 "여·야 모두 대법관, 헌법재판관에 대한 임명동의 처리를 잊고 있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며 "당리당략을 떠나 가부간에 빨리 결정을 내 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국민들도 상황의 심각성 모두 잘 알아"
 
이 교수는 또 "지금 국회의 임명동의안 미처리로 국민들이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받거나 그럴 위험에 처해 있다"며 "이같은 상황의 심각성에 대해 굳이 법률 전문가들 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들도 모두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언제쯤 대법관,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처리될까.
 
현재로서는 오는 24일 열릴 예정인 본회의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있지만 그 마저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 FTA에 대한 여야간 합의가 있지 않는 한 본회의 자체가 열릴지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원내대표측 관계자는 "한·미 FTA에 대한 양해가 여야 상호 전제되어야 한다"며 24일 본회의가 무산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다만 "12월2일 본회의는 예산안을 처리해야 하는 법정기일로, 이 때 처리될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11월24일 본회의 불투명..12월2일 본회의 처리 가능성
 
그는 또 "본회의에서 임명동의를 거쳐야 하는 인사안이 9건에 달한다"며 "김용덕, 박보영 대법관 후보자와 함께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도 이 때 처리될 수 잇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원내대표측 관계자도 "한·미 FTA에 대한 합의가 먼저 필요하기 때문에 확실한 답변이 아직은 어렵지만 12월2일 법정 본회의 기일에는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면서 "다만, 조용환 후보자에 대해서는 더 논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대법관 결원은 두 개의 소부 심리에 차질을 줄 수 있다”며 “국회의 조속한 임명동의안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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